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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많이 늙었어.

아빤 그대로겠지.

곧 있음 내가 아빠 나이 따라 잡겠다.


가끔 아빠가 꿈에 나오면

기분이 더러워.

내 인생을 이렇게 어지럽혀놓고 혼자 편안 하겠구나 싶어서.


아빠한테 편지 쓰는데

내가 낳은 아들이

엄마 안행복하냐 물어.


행복하지 않은 기억은 빨리 잊는 편이 좋대.

자긴 엄마가 안아주면 금방 행복해진대.

난 이런 엄마가 됐어.


큰애도 둘째도 기똥차게 똑똑하고 사랑스러워.

아빠가 봤음 참 행복 했을거야.


나랑 아빠랑 하던 백만번 주댕이뽀뽀.

우리 애들이랑 매일 한다.

둘찌는 입술이 우리랑 판박이야.


이런 행복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선택한 길일테지.

잘했어.


실은 살아도 별거 없어.

아빠의 용기. 단호함.

한편으론 대단하다 부럽다 싶어.


용기없는 나는.

아빠가 남겨놓은 폭풍우 한가운데서


용기 내어 벗어나지도

그렇다고 안주하고 살아내지도 못한 채

시간을 죽여 가며 살아내.


그렇다고 재미도 못보고 사는 건 아니고

놀러 다닐 거 다 다니고

애들 크는 거 보는 기쁨 누리고.


반쪽자리 행복이지만 행복은 행복이니까.

보통 사람 인 냥 잘 살아.






아빠는 왜 엄마를 그렇게 괴롭혔어?

내 자식들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거 

참 부족한 짓이야.


엄마아빠의 청춘사업의 역사에

내가 너무 소모됐어.


당신들이 젊고 열기가 가득 했었던 건 알아.

돌이켜보니 참 어리다 두 분.

근데 나는 뭔 죄냐고.


아빠가 다른 사람들과 농담삼아 지껄이던

사랑. 연애. 섹스. 외로움

귀동냥으로 들었던 나는.


아 저런 저급한 말을 내뱉는 인간이 

내 아버지구나 싶었다.


그런데 나 요즘 아빠랑 똑같아.

아니지 요즘이 아니라

엄마 아빠 모두에게서 벗어난 대학시절부터는

아빠 당신이 나였어.


미안.

한 번도 편 들어 주지 못해서.

실은 나도 동감이야 한마디 해줄 걸.


그런데 어떡하냐.

엄마지키고 막아줄 사람 나 뿐 이였잖아.


당신 둘이서 매일 벌이던 전쟁의 희생양은 나인데

나 왜 아빠도 엄마도 안쓰럽고 애달파 하는지.

감정이 없고싶다.


그 당시에는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그게 지옥인지 몰랐어.


평범한 하루하루였어.

좀 더 격한 고통.  덜한 고통.


그 고통의 하루하루가.

모든 것이 잔잔해진

지금을 살아내는 나에게.

무기력.


나는 아빠.


존나 하고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것도 많은

멋들어진 인간이였잖아?


지금 나는 게으른 돼지야.

돼지가 똑똑한데 

좁은 우리에 갇혀있어서 미친다며?

깨끗해야하는데 

더러운똥물 뒤집어 쓰고 있어서 미친다며?


나는 지금 갈림길이다.


내가 별볼일 없음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것인가.


무기력을.

십년이란 무기력의 시간을

이제 끝낼것인가.


거창한 원대한 계획도 세워보고

소소한 잔잔한 계획도 세워보고


이 폭풍의 눈 속에서 벗어나려고

대가리는 맨날 굴리는데


아 무기력해.

겁나 무기력해.


난 원래 게으를까?

그냥 핑계일까?

아빠 핑계인걸까?

불운한 가정사 핑계로 내 멋없음을 숨기는 걸까?


보고싶어.

나도 아빠 못지않은 걸은 입을 갖게 됐는데.


우리 같이 얘기 나누며 술마시고 노래부르고 울고.

참 청승맞고 그림같은 부녀였을텐데.


아빠가 빨리 죽어 내 짐이 되지 않아 감사하고.

아쉽고 그리워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잘죽었어.

오래오래 죽어서 사는 인간보다.

마지막까지 반짝이다 죽은 아빠가 멋있어.


아빠 장례식 때도 아저씨들은 다 그 얘기였어.

아빠는 원은 없을거래 하고싶은 거 다 하고 살다 죽었다고.


인간으로선 한 없이 이해가 되는데

진짜 내가 재수가 없었어.


전생에 업보가 뭐길래

아빠 딸로 태어났을까 묘한 호기심이 일어.


그렇지만 또 아빠를 이해해.

사느라 참 힘들었겠다.

외로웠겠다.

내 앞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며 안기던 아빠의 모습이 기억나.


다음 생이 있다면

내 아들로 태어나볼래?

나 꽤 괜찮은 엄마거든.

아빠가 나 망쳐 놓은 거 치고는 엄마론 그럭저럭 괜찮아.


다음 생에 내 아들로 태어나면

내 품에 안기면 

모든 시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돼주고 싶어. 돼 줄게.


하고픈 거 다 하고 외로운 거 모르게

혹시 외로워도 

엄마 품 찾아가 안기고 말지 할 수 있게.

내가 그렇게 해줄게.


우리 결혼은 하지말자.

아니다 나는 한 번 더 할게.

아빠도 엄마도 어느 결핍도 없는 가정에서 

한번 자라봐 아빠는.






그리고 나서 다시 한 번의 생이 지나고

다음 생이 오면


내가 다시 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내가 아빠한테 온갖 투정 응석 다 부려보는

그런 호강에 초친 년으로 살아볼게.


절에 다닐까봐.

다음 생 다 다음 생이 꼭 있음 좋겠다.


아빠가 죄가 많아도

내 아들로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이번 생을 내가 비구니처럼 살아 볼까봐.

퉁쳐 달라고.


모르겠다.

한없이 불쌍하다가도

또 존나 미워.

아빠죽고 내 인생 꼬였어.

나 하고 싶은대로 못살고 있어.


나 어쩌면 좋을까 아빠.

그냥 여기서 촌부로 

애들 키우는거 보람으로 알면서 살까.


동생이 제발 이혼하지말고 몰래 바람이나 피래.

나 아빠 없는 우리 집에 

새로운 당신인 듯.


근데 진짜 남편이랑 사는거 힘들어.


보고싶어.

외로워.

마음을 온전히 털어낼 상대가 없다.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상대가 없다.

대화를 구걸할 지경이야.


아빠랑 나랑 소울메이트인데

어딨니 지금.


끌어안고 울고 싶어.

보고싶어 아빠.


미워할 수 없는 나의 아빠에게.

딸이.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29 21:37
    해적선 가입하고 얼마안돼 적은 글.

    이 글 쓴 이후로 조금은 사람답게 살 수 있었어요.
    아직도 토해내야 할, 고백해야 할
    수많은 과거가 저를 붙잡고 있네요.

    글 펑. 하며 지워졌던 많은 댓글들.
    저는 기억하고 있어요.
    공감과 위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아버지를 용서하고 이해했어요.
    이제 엄마 남았어요!

    끝도 없네요 파도>.<

    지웠던 글 다시 올리며.
  • profile
    금선 2021.03.29 22:48
    to : 직진녀소피
    대단한 고백에 존경을 표합니다.

    저도 토해내지 못한 것들이 많은데

    이 댓글을 보니

    어떻게든 써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소피님이 아버지를 용서하고 이해했다면

    이제 그 누구도 용서 못 할 일이 없겠어요.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30 03:41
    to : 금선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엄마도 나 자신도 용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금선님이 토해내실 글들도 궁금합니다.
    뭐라더라. 존버타고 있을게요ㅋㅋ
  • profile
    밤비 2021.03.30 20:52
    to : 금선
    헉, 아직도 많이 남았어?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30 21:09
    to : 밤비
    저한테 물으신줄ㅋㅋ
  • profile
    금선 2021.03.30 21:52
    to : 밤비
    아, 작년부터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이요.

    고백이면 고백일 수도 있어서 ㅎㅎㅎ
  • profile
    브리 2021.03.29 22:54
    소피님의 큰 용기와 엄청난 솔직함에 감사를 드립니다 ...

    만일 저 였다면 이렇게 있는 그대로 글을 쓸 수 있었을 지 모르겠어요.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30 03:46
    to : 브리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그 전에 나를 알던 사람들에게서 도망쳤었어요.

    저는 얼마간 분하고 쪽팔렸었어요.
    내가 자살유가족이라니.

    지금은 조금씩 말하고 있는 중이에요.
    해적선에서 뿐만 아니라
    얼굴 마주하며 만나는 친구들에게도요.

    숨기는 것이 있으면
    거짓말하는것과 다를게 없어서

    하하호호 웃으며 대화하고 돌아와도
    진짜 나는 아닌
    껍데기만 보여주다 돌아와요.

    그래서 너무 외로웠어요 그동안은.

    이제는 제 스스로 쪽팔려하지 않아보려고요.
    진짜 아빠를 용서하긴 했나보네요 제가...^^
  • profile
    져니 2021.03.30 00:35
    나 예전에 그런글 본적 있었는데.
    사실 모든 영혼은 자신의 길에 맞는
    부모를 스스로 선택해서 태어나는거라고.


    소피삶이 얼마나 멋진 드라마길래
    지금까지의 삶이 펼쳐졌을까?


    예전에 공기님 글 댓글에도
    쓴적있는데 이원성이라고.


    가장 큰 기쁨을 느끼게 하기 위해
    너무나 큰 슬픔을 주고


    사랑을 알게 하기 위해 먼저
    사랑이 아닌 것들이 다가온다고.


    너 글 보면 나도 글을 쓰고 싶어져.
    하나 쓰고 자야겠다!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30 03:58
    to : 져니
    떠올려보면
    너무나 큰 슬픔들 속에서도
    기쁨들이 가득했었어.
    그래서 아버질 용서할 수 있었던 거 같아.
    사랑받은 기억이 가득해서.

    문제는 엄마.
    사랑받은 기억이 없다.
    착취당한 기억뿐이다.
    여태 엄마의 엄마로 살아왔는데
    이제서야 내가 아프며 살아온게
    엄마 탓 인걸 알았는데

    엄마를 용서하고
    엄마의 엄마가 되어야지만
    내가 고쳐진다니!ㅠ
  • profile
    달꼬 2021.03.30 18:48
    미워죽겠는데도 부모자식은 왜 그렇게 닮아가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우리 아빠도 제발 다음생엔 내 아들로 태어나라~

    궁뎅이 팡팡 때려가면서 키워줄게~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30 21:12
    to : 달꼬
    달꼬님 아부지는 어떤분이시기에
    다음생엔 내 아들로 란 생각을 하셨을까요?!

    궁금해요~!
  • profile
    달꼬 2021.03.30 23:26
    to : 직진녀소피

    ㅎㅎ 소피님 우리 또래 아버지들은 똑같나봐요 가부장적이고 꽉막힌 남자 그 자체죠.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호의가 아닌 권리로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

    아빠가 어떻게 보였는지 내가 똑같이 행동해서 보여줄게! 이런 나쁜 심보도 있고

    사랑하니까 고마우니까 그래도 내가 거둬야지라는 마음도 있어요

    아빠도 아빠라는 역할이 처음이었으니까 그렇게 서툴렀겠지.

    소피님 질문에, 아빠란 사람을 떠올리는데 울컥했어요

    이 글 쓰면서 많이 울었을 것 같아요 소피님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31 05:01
    to : 달꼬
    저번에 어느 글 어느 댓글에서
    잘 울지 못하신다 했던 것 같아요.
    저도 잘 울지 못하는 사람이라
    울컥 정도는 하네요
    이 글 다시 읽을 때 마다.

    생각해보면 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또 그분들의 엄마 아빠 때문에
    씨발 잔혹한 구한 말과 근현대사.
    이러다 시조 할아버지까지 따져가야하니
    속편하게 용서해야지.

    사랑하니까 고마우니까 내가 거둬야지 라고 쓰신거 보면
    그래도 좋은 아버님이신것 같아요.

    제가 부모되어보니
    존나게 힘든거 인정이라
    사랑만 담뿍 해주셨다면
    좀 서툴고 어른답지 못한 모습은
    그럴 수 있다 충분히! 하게 됐어요.

    달꼬님은 벌써 이해하고 품는
    어른아들이시네요.
    대단!^^

섹스 상처. 섹스 서운해. 그가 미워. 다 말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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