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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의성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일 없이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어제는 술이 덜 깬 채로 9시에 하루를 시작했고
오늘은 닭 소리에 잠에서 깨 5시에 하루를 시작했다.
매일 삼시세끼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오늘은 양념장 만들어서 깻잎장 해먹어야지'하며
집 앞 부녀회장님 밭에 나가 홍고추와 깻잎을 딴다.
나무를 깎아 숟가락을 만든다.
마음 날 땐 그림을 그린다.
땡볕 맞으며 땀흘리며 걷다가 펼쳐진 논 사잇길에 앉는다.
멍하게 벼 사이사이 걸린 거미줄이나 흔들리는 초록 벼를 본다.
정자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반갑게 인사하면서도 생각한다.
이 마을에선 혼자 있을 곳이 없다. 그땐 혼자이고 싶었나보다.
누군가와 풀리지 않던 통화를 하며 속상하다가 생각이 정리되어 기쁘다가 결국 혼란스럽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두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생각이 명료해진다.
저녁엔 팔각정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얘기를 나눈다.
10시 땡 하면 흩어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정자에 걸터 앉아 논에 비친 우리셋의 그림자를 한참 본다.
나와 그녀는 새벽 안개를 맞으면서 미친 척 춤추며 논두렁을 산책한다.
서로에게 감추고 있었던 어려운 이야기를 꺼낸다.

평화롭다.
마음은 요동친다.
그래도 계속 깨닫고 알아차리며 지낸다.
나의 소중한 희선이와 새 친구 의성씨(가명)와 함께 있기 때문에
결국 대화 끝에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각자 할 일을 하며 자연스레 대화를 시작한다.
의미있는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
지금은 잠시 대화를 멈춘 상태.
그는 늘 글을 쓰고 있다.
그녀는 글을 쓰거나 요가를 하거나 대화를 한다.
나는 드디어 글을 쓰고 싶어졌다.

아직 이곳에서 지낸지 3일차.
의성에서 언제 광주로 돌아갈지 정한 것은 없다.
마음대로 여기 있어도 된다는 말에 감사히 지내는 중이다.

나는 엊그제 퇴사를 했고
의성에서 광주로 돌아가면 5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말할 예정이다.

오늘 의성씨와 희선이와의 대화를 보며 드디어 인정하게 되었다.
내 남자친구는 '틀린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나는 대화하고 싶어.
너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
너는 왜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아?
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대답해주지 않고 외면하는 거야?

그가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고 대화를 피하는 것을 '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지난주, 그런 나에게 희선이가 말했었다.
'언니 남자친구는 틀린게 아니라 다른거야.'
'언니 그건 이기적이고, 언니 욕심이야.'

제 3자가 되니 보인다.
희선이는 오늘 의성씨에게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흡사 폭력으로 들렸다.
'왜 내가 궁금한데 대화를 중단하려고 해?'
'나는 그냥 너를 이해하고싶은거야.'

설명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을 굳이 이해하고 싶다는 폭력.

가깝게는 나도 어제 옥상에서 통화하며 욕심을 부렸었다.
'나를 판단하지 말아줘'라는 말을 듣고 승한이는 말했다.
'그건 니 욕심이고'
그래 인정했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그래 인정. 그럼 나 욕심 말해도 되냐?'
'그래 말해봐라.'
고마웠다.
유독 나를 판단하는 말(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말)에 취약성을 갖고 방어하는 모습.
그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그의 몫이며
그가 나를 어떻게 봐주기를 바라는 것은 나의 욕심이다.
여기서부턴 '나의 욕심'이라고 인정하고 대화에 들어가니 한결 편했다.


이제 더 잘 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세계가 틀린게 아니라 다른거라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 논두렁을 산책하며 그랬다.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생각하는 습관이 크다.
희선이에게 집에 가자 마자 그 할머니가 주신 복숭아를 먹어야겠다며 복숭아 이야기를 하다가
광주 갈 때 복숭아조림을 만들어서 남자친구에게 주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질 마당에 복숭아조림을 만들어 주고 싶다니.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는 것도 싫고 복숭아조림을 주고싶은 것도 싫다.

희선이는 좋은 생각이라 말해줬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랬다.
나는 여전히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하지만, 우리는 달라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더 담백하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복숭아조림을 주면서.
  • profile
    모솔인척 2020.08.20 13:36
    해적선에 있고
    연애를 하면서 왜 라는 것의 무서움을 느끼곤해요.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어서 묻지만
    그것은 당돌님 말처럼 폭력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상대방이 이해해달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그 바운더리까지 막 침해해서 들어 가는 것이....
    생각해 보면 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ㅠㅠ

    남자친구분도 같이 이별 준비 잘 했으면 좋겠네요.
  • profile
    당돌 2020.08.21 13:03
    to : 모솔인척
    응원 감사해요 모솔님.
    우리의 관계를 위해서라면서
    사실은 제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들어 놀랐어요.
    같이 잘 준비해볼께요.
  • ?
    져니 2020.08.21 17:04
    연인이어도 서로의 바운더리는
    지켜줘야한다고 하는데 저는 어느정도는
    선을 넘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을 넘어야 새로운 세계도 만나고
    환기도 좀 되고 그렇지. 선 엄청 잘지키며
    만나면 그게 데이트메이트지 연인인가 싶어요.


    -

    많이 고생하셨을텐데 두 분다
    잘 정리하시길 바랄게요...
  • profile
    모솔인척 2020.08.22 02:49
    to : 져니
    연인이어도 서로의 바운더리는
    지켜줘야한다고 하는데 저는 어느정도는
    선을 넘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을 넘어야 새로운 세계도 만나고
    환기도 좀 되고 그렇지. 선 엄청 잘지키며
    만나면 그게 데이트메이트지 연인인가 싶어요.

    >> 이거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신가요?
  • ?
    져니 2020.08.22 10:18
    to : 모솔인척
    당돌님께 단 댓글이었어요.
    모솔님께 하고 싶은 말이 었으면
    대댓글로 달았을거에요.


    이해하고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것.
    상대방이 그걸 원하지 않으면 폭력이고
    욕심이라고 당돌님이 글에서 말씀하셨는데.


    저는 연인끼리라면 상대방이 원치 않더라도
    문좀 두들겨서 대화 좀 하자하고, 가끔 선도 넘어주고
    또 욕심도 부려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서로 선을 조금씩 넘고 대화를 하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 각자의 세계가 넓어지고
    둘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세계가 또 생기니까요.


    -


    그래서 당돌님의 시도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나름의 위로차원에서 단 댓글이었어요.
  • profile
    금선 2020.08.22 11:58
    to : 져니
    저도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이 불쾌하더라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녀의 상처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거든요.

    그 상처를 내가 인식하면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녀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 누구보다도)

    하지만, 연애를 하다보면
    서로에게 깊이 들어가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져요.

    어쩌면 저도 제 상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그 상처를 직면했을 때 도망칠 수도 있으니까요.
  • ?
    져니 2020.08.24 16:44
    to : 금선
    연애를 하고 서로의 선을 넘고
    상처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누구보다 믿었는데.


    주말 남자친구와 매번 비슷한 이유로 냉전을 치르면서,
    아 깊이 들어가는게 점점 어렵다는게
    이런거구나 싶더라구요.


    선을 넘어 들어가다보면
    서로의 무의식을 건드리게 되고
    그러면 서로의 방어기제가 발동해 상처입히고.
    (둘다 방어기제가 발동하면 거리두기, 냉전파 입니다)



    세상에서 사랑이 제일 어려운것 같아요.
  • profile
    모솔인척 2020.08.22 13:36
    to : 져니
    그러셨구나.
    저한테 하는 말이 아니였구나.
    근데 져니님 굳이 제가 쓴 댓글에서
    '바운더리'라는 표현을 가져다가 반대되는 의견을 쓰신 이유 있으세요?

    지금 져니님 저한테 설명한때 바운더리라는 표현 없이
    '선'이라는 표현으로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제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쓰시는데
    굳이 제가 쓴 표현을 가져다 쓰시는게
    저는 저한테 말하는 거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아니라니.. 이거 매우 당혹스럽네요!!!


    져니님.
    저와 져니님의 입장을 바꿔서 제가 져니님이였다면
    저는 져니님과 의견이 반대된 내용을 당돌님에게 전달할때
    져니님이 쓰신 말을 쓰지 않고
    그냥 제와 당돌님이 서로 나눌 수 있는 둘만의 단어를 만들어서 썼을거에요.

    그앞에 누군가가 이미 쓴 단어를 가져와서 반대의견을 쓰지 않을 거에요.

    제가 만약에 져니님이 쓴 말을 썼다면 그건 제가 져니님을 놀리는 꼴이 되는 거거든요.

    잘생각해보세요.
    어린애들이 누군가 놀릴때 그 애가 하는 말 그대로 따라하잖아요.

    "야! 너 나 놀리지마!"
    "야~ 너~ 나~ 놀리지마아아아~~"

    이러면서 말이에요. 아주 유치하죠!

    져니님
    만약에 바운더리라는 표현이 꼭 필요하셨다면
    모솔님이 말했던 연인들의 바운더리가 어쩌고저쩌고 있지만
    저는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요. 라고 쓰는게 맞죠.

    지금 져니님이 하신 행동
    사람 앞에다 두고 투명인간 취급하고
    제 옆에 앉아 있는 사람한테 제 흉내내면서 비아냥 거리는 거랑 똑같거든요.

    져니님.
    이렇게 비아냥거리거나 놀리듯
    다른 사람의 말에 반대 하지마세요.
    반대하는게 나쁘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굳이 상대방이 쓴 말 가져와서
    제대로 저격하는 것도 아니고 놀리듯 의견 쓰시는 건....
    정말 예의 없는 짓이거든요.
  • ?
    져니 2020.08.24 16:58
    to : 모솔인척
    제가 '바운더리'라는 모솔님 댓글에
    단어를 사용해서 저격이라고 느끼셨군요.


    바운더리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당돌님께서도 모솔님의 바운더리에
    대한 의견에 동조를 하셨고,


    저는 두분과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바운더리를 넘는것에 대해
    다른 시각도 있음을 두 분은 물론
    이 공간에 전하고 싶어서
    '바운더리'란 단어를 사용했던 것이었어요.



    -



    저는 모솔님을 저격할 의도가 없어서
    이 댓글을 받고 벙쪘는데.


    주변에 주고 받는 댓글을 보여주고
    물어보니 모솔님처럼 느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감수성이 없었어요.

    다음부턴 저도 주의할게요.


    -


    다만 제 얘기도 충분히 들어보지 않고
    자의적인 해석 뒤에 아 그러셨구나~비꼬는 어조로
    예의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신 부분은
    저도 황당하네요.
  • profile
    모솔인척 2020.08.24 19:06
    to : 져니
    져니님.
    바운더리라는 말을 저랑 당돌님이랑만 이야기 했죠?
    그리고 져니님이 말한 것처럼

    <다른 시각도 있음을 두 분은 물론
    이 공간에 전하고 싶어서
    '바운더리'란 단어를 사용했던 것이었어요.>

    그러면 분명하게 출처 밝혀서 하시는게 맞아요.
    모솔님이랑 당돌님이랑 이야기하긴
    그 바운더리를
    전 넘어야 할땐 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고요.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저랑 당돌님랑
    이야기하고 있는 댓글에 댓글을 달아야죠...

    져니님은 탄탱이님 글에
    저랑 탄탱이님이랑 ‘피드백’ 이야기하기할때는
    저희 둘 주고 받는 댓글에 댓글 다시더니...
    이번에 왜 안그러셨을까요;;;
    그때는 저한테만 말하고 싶으셔서 그러신건가요??

    져니님.....
    그러면 그냥 저랑 당돌님이랑 댓글 주고 받은 거에 대해서 읽고 당돌님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할게요.
    금선님에게 단 댓글처럼 다셨다면 더 좋았을텐데...
    데이트메이트인지 연인지 알수가 없다는 식으로 쓰면저 저 바운더리라는 단어를 쓴 저를 저격하게 되는 거에요.

    져니님 정말 주변분들에 물어보셨다면
    제가 오해한 부분에 대해 미안함이 느껴져야하는데..
    전혀.. 안 느껴져요.

    저도 제가 너무 예민한가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 봤어요.
    죄다 져니님이 저 저격한거 맞다고 하던데...
    져니님 지인분들도 이것에 대해서 저격이라고 느낄 수 있겠다고 했으면..
    진짜 미안함이 생겨야죠.
    제가 예의가 있네 없네 이걸로 황당해 하실게 아니라요.
  • ?
    져니 2020.08.24 19:31
    to : 모솔인척
    네 그때 탄탱님의 글 중 모솔님
    댓글에 대댓글은 단건 모솔님한테
    얘기하고 싶어서 그렇게 단 것이었구요.


    이번 댓글은 모솔님이 아니라
    연인 사이의 바운더리에 대한 저의 의견을
    글을 보게되는 분들께 전하고 싶어서
    그냥 댓글로 달았어요.


    미안함이 안느껴진다고 하셨는데
    왜냐면 저는 실제로 미안하지 않거든요.


    모솔님과 다른 의견을 얘기했다고
    그게 저격이 되나요?


    일이 커질까봐 얘기 안했는데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봤을때
    저격이라고 느낄수도 있지만
    모솔님이 예민하다고 했어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저격한게 아니라
    다른 의견을 얘기했기 때문에
    미안하지 않구요.


    만약 진짜 저격이었으면
    모솔님이 맘에 안들었고 저격할 목적이
    맞았기 때문에 안미안했을거에요.
  • profile
    모솔인척 2020.08.24 20:41
    to : 져니
    져니님이 제 말에 의도를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는데...

    저는 원래 친절하게 댓글 다는 사람 아닌데
    왜 예의가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서 매우 유감이네요.

    져니님 감정빼고 잘 한번 생각해보세요.
    져니님도 저의 그러셨구나 이하 뒷 문장을
    비꼰다고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서요.

    저가 만약에 아 그러셨군요.라고 쓰면
    비꼬는게 아닌게 되는 건가요?
    뭐라고 적어야했을까요.

    져니님의 진짜 의도는 제가 알 수 없지만
    결국 져니님은 무엇이 되어도
    저한테 미안한 마음이 없으신거 알겠어요.

    저격 아니니깐 미안한거 없고
    저격이였으면 저격한거 맞으니깐 미안한거 없고

    근데요
    져니님이 던진 돌에 누군가 맞았고
    그것에 대해 아프다고 말했는데
    아무도 없는 줄 알아서 던진건데 너가 맞았구나 미안.은 해야죠.
    그게 고의여도 아니여도.
    맞은 너가 이상하다고 하시면 안되죠...


    져니님 주변 분들이 저 예민하다고 하신거에 대해서
    전 별생각없어요.
    왜냐면 저도 예민하가 싶어서 제 주변분들에게 말했고
    그들은 져니님이 예의없는 것 같다고 말했으니깐요.
  • ?
    져니 2020.08.24 21:19
    to : 모솔인척
    모솔님 저는 제가 던진게
    아직도 왜 돌인지 납득이 안되고요.

    모솔님이야 말로 혼자 감정적으로 시나리오 쓰시고
    저에게 동조하라고 요구하지 마세요.

    저 이제 댓글 안달거니까
    혼자 댓글 10개를 다시던
    지인들에게 제 욕을 하던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
  • profile
    당돌 2020.08.25 19:49
    to : 져니
    위의 글을 썼지만 여전히 ‘선을 넘어야 한다는’ 져니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다만 선을 넘을 의지가 함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또는 속도가 저를 지치게 했던 것 같아요.

    져니님과 밤비님의 댓글을 보고 든 생각은
    저 혼자 계속 들어오라고 초대하고 너에게 들어간다고 떼쓰는
    그런 식의 초대가 아니였나 싶어요.
    좀더 현명했더라면 달랐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 제 그릇이 그정도라고 인정할래요.
    포기! ㅋㅋ
  • profile
    밤비 2020.08.23 10:45
    '다르다'와 '틀리다'

    둘 중 어느 하나의 표현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표현을 택하지 않겠다는 뜻일 겁니다.

    단순히 언어의 차이를 넘어 서서
    인생의 전환점을 선택하게 되는 것.
  • profile
    밤비 2020.08.23 11:28
    1_ 그는 나와 다른 사람이야.

    2_ 그는 틀린 사람이야.

    상대를 계속 내 안으로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2번이 아니라 1번의 표현을 택할 거예요.
    그는 나와 다르지만 내 안에 계속 들이고 싶기에, 틀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로.


    한편, 상대를 내 안에서 이제 그만 밖으로 내보내기를 택한 자라면
    한편 1번이 아니라 2번의 표현을 택할 것입니다.

    '그가 나와 다른 사람이어서 너무 힘들어. 내가 바뀌거나 그를 바꿔내거나, 둘 다 함께 바뀌어서 더 이상 서로 힘들지 않게 되었으면 해.' 라고 말할 때 까지는

    아직은 상대를 내 안으로 초대할 마음이 남아 있는 것이지요.

    요지는,

    다른 사람이거나 틀린 사람이거나 그를 여전히 내 안에 두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일 듯해요.

    나와 다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내 안으로 두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고, 나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내 안으로 두고 싶은 경우가 있으니.

    여기서 질문,

    당돌님이 '나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남성적 매력을 느껴 더욱 내 안으로 두고 싶었던 상대가 있었을 거예요. 그는 어떤 특징을 가진 남자였어요?
  • profile
    당돌 2020.08.25 19:38
    to : 밤비
    '나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남성적 매력을 느껴 더욱 내안으로 두고 싶었던 상대가 있었나?'

    생각해보니 현 남자친구가 떠올랐어요.

    근데 그게 '남성적' 매력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남성적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아요.
    미안하게도, 제가 남자친구를 늘 약하고 미숙한 존재로 봤던 것 같아요. 대화가 안되니까요.

    우린 그냥 서로 달랐고 많은 부분에서 서로를 보완해주면서 서로를 조금씩 바꿨어요.
    MBTI 검사를 하면 모든 성향이 정 반대로 나올 정도로 많이 달랐어요.
    바다를 보면 앞뒤 안 재고 들어가려는 저와, 갈아입을 옷이 없으니 안된다는 남자친구가 충돌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그때 그때 적당한 타협을 찾으며 맞춰갔어요.
    저는 신중히 계획하고 고민하는 행위의 가치를 남자친구 덕에 알게 되었어요. 그의 언행은 대체로 믿을만 했으니까요.
    남자친구는 저와 함께 지내며 '내일 걱정'에 매몰되지 않고 일단 지금을 살아보는 경험을 해본 것 같아요.

    그 모든 것들이 달라서 재미 있기도 했지만,
    결국 '대화'가 안돼서 헤어져야겠더라고요.

    어떤 일로 큰 갈등이 생겨 머리 아픈 상황이 되면, 그는 일단 도망쳐버려요.
    연애 중반까지만 해도 괜찮았어요.
    그가 동굴에 들어간 채로 골이 깊어지는 느낌이 들때면, 저는 '남자친구가 건강히 잘 살아있는데 무슨 상관이지. 이 싸움이 뭐가 중요하지. 그는 지금 머리 아프고 힘들텐데.' 라는 식의 생각을 하며 남자친구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어요.

    손을 잡고 일어선 남자친구는 동굴 밖으로 나와 더듬더듬 자기 이야기를 했어요.
    자신은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를 해서 잘 해결해본 경험이 없다고.
    친 누나와 같은 집에 살면서도 3년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말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잘 이야기 한다고.
    그의 부모끼리도 몇년째 대화를 하지 않고 지냈으며..

    그렇게 더듬더듬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이라도 고맙고 좋았어요.
    '더듬더듬'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그 느낌이 모든 갈등을 상쇄시킬 만큼 좋았던 것 같아요. 희망이 보이고요.

    근데 그 상태에서 5년 반째 그대로에요.
    몇달 전 함께 등산을 하다가,
    자신의 잘못된 것을 들킬까봐 싸움이 두렵고 힘들다는 것을 고백했어요.
    그러면 그런 점을 인정했으니 이제 변화하고 싶지 않느냐고 물으니
    변화하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조금씩 변화는 있어요.
    갈등 끝에 말없이 집에 걸어가는데 남자친구가 5년만에 처음으로 "당돌아 저기에서 이야기좀 하고 가자."라고 먼저 말 했어요.

    그 변화에 뛸 듯이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이정도가 뭐라고 기뻐하나 싶은 감정이 동시에 들었어요.
    다른 사람과는 어렵지 않게 대화가 시작되는데, 라는 비교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대화'를 뭐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달랐고, 이건 제가 물러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심을 먹었는지, 아픈데는 없는지 살뜰하게 물어보는 대화를 즐겨요. 마블 영화에서 나온 재밌는 대사를 따라하는 것. 전북 축구팀에서 누가 잘뛰는지를 설명하는 것 등등이요.
    물론 이런 것들도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저는 이런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든요.

    어렵지만 결국엔 서로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남자친구는 그런 류의 대화가 복잡하고 머리 아파서 싫대요.

    엄마와 겹쳐보여서 그런 남자친구가 더 싫었던 것 같아요.
    틀렸다고 생각하고요.
    근데 처음으로 우리는 대화개념이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저는 더이상 할 의지와 자신이 없어요.
    사랑하지 않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더이상 힘든 것을 감수할 의지가 없는걸 보니
    예전보다 덜 사랑하는건 맞는 것 같아요.
  • ?
    탄탱이 2020.08.26 05:20
    저는 지금 첫연애를 2년째 하고있어요.
    오빠와 내가 다르다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오빠는 채워줄 수 없다는 걸 저도 모르게 느끼고서 제 마음속에서 혼자 그를 멀리할 때 마다 죄책감이 들었어요
    솔직한 오빠에 비해 나는 진짜 내 마음을 숨기고 있었기에..
    저의 진솔한 모습은 오빠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든요. 처음 보여줬을 때 표현이 거칠었던 기억이 있어서 오빠에게 보여주는 선이 있네요. 오빠는 그 뒤에도 내가 있다는 걸 모를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나중에 미안한 일 없게 하기위해서, 날 만나는 사람이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면 안되기에, 저는 욕먹더라도 솔직한 나를 보일 용기를 차츰 내려구요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지 못하는 상대... 이 사람과 함께라면 내가 원라는 것을 내가 자유롭게 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최근에 저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저는 어떤 글을 보고 그 생각이 잠깐 멈춰지기도 했네요
  • profile
    당돌 2020.08.26 07:57
    to : 탄탱이
    탄탱이님이 원하는 것,
    그렇지만 현재 남자친구가 주지 못하는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느낌의 글을 보고 생각이 잠시 멈춰졌는지도요.


    저는 결국 제가 원하는 것을 받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외의 많은 것들을 넘치도록 받았어요.
    그 외의 것들도 제가 원하는 거였는데,
    이미 충족된거라 딱히 신경쓰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 profile
    탐구생활 2020.08.31 23:25
    to : 당돌
    그러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명료해지지 않나요?

    많은 넘치던 것들과
    결국 원하셨던 것은
    각기 중요도가 나뉘는 것인지요?
    아니면 둘 다 필히 있어야하는 것인지요?

    당돌님께 질문 올립니다.
  • profile
    당돌 2020.09.04 19:37
    to : 탐구생활
    맞아요 탐생님.
    중요도가 명료해져서 결국 헤어지자고 말했어요.
    남자친구가 주는
    ‘너니까 괜찮아.’ 라는 무조건적인 포용과 지지, 살뜰한 보살핌 보다는
    깊은 대화가 중요하더라고요.

    근데 다음 연애에서 만약 남자친구가 줬던 넘치던 것(안정감)이 없다면
    제가 정말 괜찮을지, 확신은 안 서요.

    탐생님 질문에 답하면서 궁금해지는건
    그럼 나는 남자친구애게 뭘 채워줬고 뭘 못 채워줬나, 궁금해지네요.
    내일 짐 가지러 우리집 오기로 했는데
    물어봐야 겠어요.ㅋㅋ
  • profile
    탐구생활 2020.10.31 00:12
    to : 당돌
    사이트 넘 오랜만에 와서 이제 봤어요 ^.^
    대답 들으셨어요???
  • profile
    탐구생활 2020.08.31 23:22
    to : 탄탱이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로 결심했다면
    설령 다른 사람이 황당하고 얼토당토 않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나에게 생기는 거부감을 무릎쓰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게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근데 현실에는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기적이라 부르기도 하죠.
    그치만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 사랑을 쫓거나 흉내내기도 하구요.

    그 오빠분은 당혹스러워서 거친 표현을 쓰더라도
    탄탱님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 싶은게
    찐속마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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