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7 21:51

사람이 죽었다.

조회 수 123 추천 수 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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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하나가 있다.


약 1년 반 동안 숨겨진 맛집이나 여행지를 주로 찾아다녔고

최근에는 20대 여성으로서 갖게 되는 여러 가지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한 달 전, 출연자가 대학교 1학년 시절부터 사귀던 남자친구와 이별을 했다. 


내가 그녀에게 이별 때문에 많이 힘드냐고 물어봤을 때 

그녀는 이별보다 자신의 어머니가 본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것 때문에 더 힘들다고 말했다. 

엄마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제대로 질문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서운한 마음을 담아

엄마에게 다시는 힘든 가정사를 자신에게 쏟아붓지 말아달라고,

딸에게 제대로 된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었다.


이 영상이 업로드되고

몇몇 여자 지인들이 공감의 댓글을 남겼다.


어떻게 자신의 처지와 그렇게 똑같냐며...




2. 그런데 며칠 뒤 문제가 발생했다.


이 영상을 본 출연자의 전 남자친구가

제목과 썸네일을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제목은 "엄마에게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이야기했어요" 였고

썸네일은 '사랑해도 듣기 싫은 말' / #남자친구 #엄마 #이별 이었다.


해당 영상을 본 그의 지인들이

자신에게 연락을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이별을 이야기했어요"라고 제목을 변경하고

썸네일에서 '남자친구'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전 남자친구는

'이별'을 '힘든 일'로 바꿔달라고

여자 출연자에게 연락을 했고

심지어 나에게도 전화를 했다.


그는 왜 영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넣어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냐고 탄식했다.


실제로 영상에는

전 남자친구에 대한 언급은

딱 한 번 있었는데


여자 출연자가 연애 시절 받았던 가방과 핸드폰 때문에

그 두 물건을 볼 때마다 현타가 온다는 내용이었다.


그것을 제외하고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실제로 여자 출연자가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집할 에피소드가 전무했다.)


그래서 난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이별은 남녀 두 당사자가 동시에 겪는 사건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 같은 게 아니다.





3. 그리고 이틀 뒤 여자 출연자에게 전 남자친구의 누나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고.

핸드폰도 꺼져있고 도무지 행방을 알 수가 없다고.


나는 여자 출연자를 진정시켰다.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너무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또 이틀이 지나고

바로 다음날 촬영이 있는 밤이었다.


나는 자려고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들여다보다가

유튜브 채널 조회 수와 댓글을 확인하는데

최근 올렸던 영상의 조회 수가 평소와 다르게 수직 상승 중이었다.


뭔가 이상했다.


조금씩 많아지는 '싫어요'와 이해하지 못할 댓글들이 달렸다.

유튜브 스튜디오 설정 창에 들어가서

해당 영상으로 유입되는 사이트를 찾을 수 있었는데

출처는 바로 '네이버 카페'였다.


회원이 40만 명 정도 되는 결혼정보나눔 카페였고

전 남자친구의 누나가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써서

내 유튜브 채널의 싫어요 와 (비난의) 댓글을 달아달라고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자신의 남동생이 좋은 직장에 취직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자살했고

전 여자친구가 얼마 전에 올린 영상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나와 여자 출연자가 자신의 남동생을 자살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일단 나는 모든 영상을 비공개로 돌렸다.

첫째는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내가 고인에게 할 수 있는 예의라고 생각했다.

둘째는 네이버 카페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갑자기 무분별하게 신고를 하면 채널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시계를 봤을 때 새벽 3시 30분이었다.

그 길로 차를 타고 여자 출연자의 집까지 날아갔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의 핸드폰 전원을 끄기 위해서였다.


  • profile
    백야 2020.07.19 10:22
    요즘같은 정보를 빠르고 쉽게 접하는 세상의 단점을 보는듯합니다.
    개인의 사생활이 인터넷을 타면 공개된 사생활이 되고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 노출된다면 감당하기 힘든 사람이 있는듯합니다
    금선님이 잘못한것도 잘한것도 아니지만 너무 힘들어하지마세요
    옳고 그름의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네요
  • profile
    금선 2020.07.20 14:51
    to : 백야
    저도 정확히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할 지 몰라서
    답답합니다..
  • profile
    밤비 2020.07.21 02:36
    남동생을 자살하게 만든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적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누이군요. .

    가족내력이 제일 무섭습니다.
  • profile
    금선 2020.07.21 12:46
    to : 밤비
    너무 적확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가족 문제가 고인을 상당히 힘들게 했다고 들었어요.
  • ?
    탄탱이 2020.07.25 00:07
    안타깝네요.....

일상 이야기

읽기 : '한국인' / 쓰기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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