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5 10:00

아버지의 그림자들

조회 수 99 추천 수 5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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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부지는 도통 나에게 관심이 없다.


불행중 다행으로 억울하지는 않은 것이 


울 아부지는

울 엄마에게도 관심이 없고

울 동생에게도 관심이 없고

울 강아지에게도 관심이 없었고

울 고양이에게도 이하생략



워커홀릭 스타일이시다. (현재진행형)



어렸을 적 아부지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시면

늘 골방에 담배냄새로 쩔어있는 서재방에 홀로 틀어박히셨다가

저녁 식사 준비가 되면 나와서 5분만에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사라지셨다.



나중에 알았지만 빠듯했던 공무원 월급에

생계를 위해서 남는 시간에는 늘 문제집을 집필하시기 바쁘셨다고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더러 어디를 놀러는 다녔던 것 같긴 한데


아버지와의 추억은 거의 전무하다.




내나이 10짤

자연농원에 놀러가서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놀이를 보는데


진짜 왠일인지 그럴리가 없는데

나는 아버지의 목마를 타고 있었다.


나같이 뚱뚱하고 무거운 애가

아버지의 목마를 타고 있어서


그냥 너무 불편하고 얼른 내려줬으면 싶고 못할짓 하는 것 같고


죄를 짓고 있는 것만 같았던


그런 기억이 남아있다;;


평소에 워낙 그런 일이 없었으니깐 생소했겠지;;;





술 도박 바람 폭력 경제적 무능 같은

겉으로 보이는 문제는 아무것도 없는

그저 성실하게 일만 하시는 아버지.


그것만해도 쉽지 않고 대단한 아버지로

치켜세워 드려야만 하겠지만


그러면 진짜 아버지 되기 너무 쉬운거 아님?



그러면 술 도박 바람 폭력 경제적 무능이 없는데다가

집안일에 임신 출산 육아까지 도맡아서 했던 

성실한 어머니가 아깝지.


어머니가 되기는 너무 어려워.




울 어무니는 나에게 관심이 너무 많다.


성적이 좋은 나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얻는 나

몸무게를 빼서 예뻐진 나


정석적인 인생의 길을 걸어가서 

남에게 자랑 할 수 있어야만 하는 나.



그렇지 않는 나는 필요가 없다.



사실 진짜 나에게는 울 엄마는 관심이 없다.



최근에는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겨우 남자와 섹스하기 시작한 딸을

(아 진짜 나 왜 섹스 모르고 살았나 억울한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원망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다 그런걸까? 아니겠지????


섹스하는 딸은 딸이 아닌가봐. 암튼.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아마 그 시꺼먼 속내들을 뒤집어 까보면


돈 말고는


서로를 휘두르고 

휘둘릴 수 있는 

수단이 더이상 존재하지도 않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은 티비 프로그램을 보면서 깔깔대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진정한 대화는 하지 못한다.









아부지는 내가 어렸을 때 종종




그림자들 




이라는 회지를 집에 가져오셨다.


shadow - 그림자가 아닌

그림을 그리는 자들 이라는 뜻이었을거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셨던 아부지.

책속에 파묻혀 일만 하고 

공부만 하는 아부지는 뜻밖에도


고등학교 만화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었다.




아부지는 생각보다 수다쟁이시다.

당신이 관심이 있는 소재에 대해서만은.


아무도 관심이 없는 당신의 전공 당신의 일 당신의 형제 당신의 친구


그리고 당신의 학생들




걔네들은 진짜 우리나라에서 

진짜 내로라하는 천재들이었다.


탑오브 탑


걔네들이 얼마나 천재이고 머리가 좋은지 참 지겹게 들었던 것 같다.


설포카에 들어가지 못하고 

연고대에 들어가거나 재수를 하는 것은 수치란다.


고등학교를 2년만에 조기졸업하고 

카이스트로 향하던 천재들.

대한민국을 이끌 초 천재 엘리트들.


드라마의 주인공 같던 걔네들.


아버지의 주인공이었던 그네들.





암튼 그네들 중에서도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있었다.


만화를- 이야기를 창작을 할 정도로 좋아하고 열정이 있었던



굉장히 흥미 진진한 스토리의 SF 작품도 있었고

작은 소품들도 있고

그당시에 알려지지 않았던 마블 팬도 있었고

인형의 집을 재해석한 작품도 있었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나는 그림자들의 숨은 애독자였다.


그림자들의 그림자들



나에게는 일종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들과 같은 나이의 고등학생이 되자

나는 그들을 점 미워하게 되었다.



사실 나두 아부지 관심을 받고싶었는데

그게 그렇게 고팠었는데


나는 죽엇다 깨어나도 그렇게는 될 수가 없거들랑.




5분의 저녁 식사 시간 동안에 늘

아버지는 

침묵하거나

학교와 학생들 이야기만 했지

우리들에 대해서는 결고 질문하지 않았걸랑.





추억의 그림자들.



뜬금포지만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때도 참 대단하다구 생각했었던

SF 스토리를 창작하곤 했던

그림자들의 동아리장은 

결국

웹툰작가가 되었다는 걸 발견해냈을 때



참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며

역시-라고 중얼거렸던 기억이 난다.ㅎㅎ







아부지는 진짜로 나한테 아아무런 관심이 없었을까?




그렇다면 


그 그림들로 가득한 그림자들을


집에 가져와서 나에게 보여주지도 않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profile
    모솔인척 2020.05.05 14:20
    공기님은 어떤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으세요?
    요즘 인스타툰들도 인기가 많더라고요.

    손그림 스타일도 있으시고,
    컴퓨터로 작업하시는 분도 있으시고~

    다양다양하더라고요.

    태양과 물체가 있을 때 그림자가 생기듯.
    태양과 공기는 만나 지구인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니깐.

    공기님이 지구인들을 그려주세요.^^
  • profile
    공기 2020.05.06 14:18
    to : 모솔인척
    어릴때는 단순히 만화를 좋아하니깐
    만화를 그려야지!했었는데

    곧 저의 이야기는 텅 비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거든요...

    근데 일러스트는 텅 비어있어도
    그걸 채워서라도
    아니믄 비어있는것 같지만 사실
    숨어있는 무엇을 꺼집어내서라도

    그려보고 싶단 생각은 들었어요.

    지구 고양이를
    종종 그려볼려고요! ㅎㅎㅎ
  • profile
    모솔인척 2020.05.06 14:21
    to : 공기
    고양이가 바라본 지구인의 이해할수 없는 행동
    이런거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 profile
    밤비 2020.05.05 16:35
    저도 모솔님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 자체가 웹툰 한 회의 대본인듯.

    문단 나눠 한 컷 삼으면,

    대략 32컷 정도면 표현 가능할 듯해요.,

    무엇보다 문장 문장 마다마다 패이소스가 그득합니다^^

    이 글을 아버지께 꼭 보여드렸으면 해요, 한 줄도 지우지 않고!
  • profile
    공기 2020.05.06 14:23
    to : 밤비
    부모님께 보여드리는것은
    너무 창피하기도 하구 블라블라


    저 또 전매특허 미꾸라지로 발 빼려고 그러는거 같죠?

    부딪치는거 너무 하기싫고 힘드네요잉 ㅠㅜ

    아버지와도
    그냥 아무 대화는 가능했지만

    진심이 담긴 대화는 시도도 못하겠더라고요.


    마주할 진실이 기대에 맞지 않으면
    또 포기할것 같아서요.

    그냥 그저 받아들이는 법을 연습해야겠죠.
  • ?
    벗꽃 2020.05.06 01:38
    그때 시대에도 딸바보 딸바보 이런게 있어야했는데...

    전 아빠가 없었지만
    아빠..이런 이미지를 떠올리면
    입을 꾹~다문 무뚝뚝하고 재미없고 외로운존재..
    이런게 떠오르는지모르겠어요..

    요즘 최애 웹툰이
    네이버 웹툰 아홉수 우리들 인데요..
    추천해드리고싶어요..ㅎㅎ
  • profile
    공기 2020.05.06 14:33
    to : 벗꽃
    아버지란 존재가
    저 뿐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ㅡ 아니
    그냥 전 세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것 같기두 해요.

    제목은 종종 들어봤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추천해주셔서 고마워요
    꼭 읽어볼게요!
  • profile
    피어나 2020.05.06 05:44
    저는 공기님이 아버지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느낀 점을 솔직히 털어놓아주셔서
    저도 가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자신의 글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기님의 따스한 그림, 그리고 진솔한 글이
    참 좋아다!!1호 팬은 저니까 잘 기억해주세요ㅎㅎㅎ
  • profile
    공기 2020.05.06 14:52
    to : 피어나
    1호팬 피어나님 인정 땅땅땅!
    저도 피어나님 왕팬인거 아시져?ㅎㅎㅎ

    가족이라는 건
    인간 생애의 빠질 수 없는 화두인 것같아요.

    이 글 역시
    요사이 해적선의 글들을 읽고
    뱅글뱅글 돌던 생각을 붙잡아 쓴 글이니

    영감을 주고 받는 거

    해적선에서도
    일상속에서도

    어떤 순간이든 완전 상호작용이네요!

    드래곤 라자라고 제가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이 있는데
    거기서 가장 좋아했던 구절 중 하나가 생각이 나요.

    '나는 단수가 아니다'
  • ?
    나나 2020.05.07 22:36
    상대가 누구이든
    타인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같아요.

    저는 제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제 아이들한테도
    무척이나 무관심한 엄마라서

    '관심'이라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너무 알겠어요 ..

    어쩌면 '추억의 그림자들'이 마음속에
    남겨진 것 만으로도
    아버님의 매우 성공적인 관심표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
  • profile
    흰수염새우 2020.05.18 23:53
    아버지..

    왜 그러셨을까를 알게 될때가 올꺼에요
    하지만 솔직히 지금도 미운 아버지 ㅠㅠ

일상 이야기

읽기 : '한국인' / 쓰기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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