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여자

by 미야 posted May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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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지 이년이 되어갈때 쯤 주변 친구들은 미야는 연애에 관심없는 애다. 도대체 어떤 남자를 만날지 궁금하다고들 한다. 누구를 붙여놔도 내가 아까울것같다고도 했다. 



사실 주변에 말은 안했지만 나는 '공식' 연애 이외에 '비공식' 남자친구들을 만나왔다. 연애를 해도 일절 티를 내지 않았다. 늘 연애에 확신이 없었고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말을 핑계로 나의 연애는 늘 비공식이였다.



가장 최근에 만났던 영화 조감독 전 남자친구는 첫 만남에 대화가 잘 통해 4차까지 갔고 그렇게 불꽃이 튀어 만난 날 바로 사귀게 되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영화 촬영이 시작되면서 지방 로케이션을 갈때면 못만나는게 일상이 되고, 만난 날 보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며 이별을 선택했었다.


그는 미야는 너무 좋은 사람이라, 이 시기에 만나서 너무 속상하다며, 이대로 헤어지게 되면 영영 못볼 사람으로 남기가싫어서 이 영화가 끝나면 다시 너를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헤어졌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내심기다렸다. 그는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 희망고문에 당했다. 



애처롭게도 나의 연애는 다 이런식이였다.

또 전 남자친구는 미국인 개발자였는데, 한국 지사에서 일본 지사로 발령나는 바람에 이별이 머지않음을 직감하고 먼저 헤어짐을 택했고



그 전 배우 남자친구는 작품이 없으면 반 백수생활을 했기에 열심히 일하는 나에게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는듯 했고 밥먹는 것도 정이 떨어져서는 얼마 뒤 헤어졌다.



그리고 뉴질랜드 로드트립을 같이 다녀온 남자친구는 만남을 거부하는 나를 어떻게든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놓고선 세계 일주를을다녀온 뒤 연락하겠다는 말과 자신의 물건을 맡겨두곤 한국에 돌아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 당장 가져다 버렸다.



나에게 연애와 사랑은 아쉬울 것 없이 떵떵거리고 잘 살던 내 인생에  그다지 행복한 기억을 심어주지 못하고 애처롭게 끝나기까지 했다.



늘 내 연애가 다툼도 없이 흐릿한 이별로 끝난것을 보면 사랑에 빠져들때 쯤 이 트라우마가 반복될까 마음을 주지않고 적당한 시기에 핑계삼아 내가 도망쳤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언제 떠나도 아쉽지 않을 마음으로 연애했었다. 상대가 확신을주기 전까지는 깊이 빠져드는게 무서웠다.




나의 내면에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상처가 깊었기에 그게 무서워서 깊이 사랑하기 싫었다.

그다지 남에게 기대는 성격이 아닐뿐더러

나의 완벽주의 성향과 당당한 모습 이외에 여리고 외롭고 슬픈 나의 본 모습을 연애할때 조차 들키고 싶지 않았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대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결과는 오히려 쓰라렸다. 






하지만 이번에 시작한 새 연인을 만나고 모든 생각이 정리되었다.

화살표를 내 안으로만 돌렸던 것

고작 나라는 긍정왕에게 확신을 주지못한 내 전 남자친구들

연인을 선택할때 불꽃이 튀는 강렬한 사랑이 좋아서 사람을 신중히 오래 보자 못한 것

실패가 무서워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 했던게 문제였던듯 하다.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는 우연한 기회로 나타났다. 아는 대표님의 소개로 나간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친구. 늘 끼많고 잘생기고 매력적인 남자에게 끌렸던 내가 주선자의 '바른 청년이다' 한마디에 나가지도 않던 소개팅에 나갔다.



착실하고 똑똑하고 순수하고 상냥하고 다정하고 나만 바라봐주며 아무런 트러블이 없는 사이지만 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나를 떠날것 같은 불안감.



이것 때문인지 한번은 꿈에서 남자친구의 집에서 놀고있는데 왠 여자가 장바구니를 가득 채워 왔고, 내 눈앞에서 그녀에게 달려가 격하게 안아주는 끔찍한 꿈을 꾸었다. 고작 꿈일 때문에 진심으로 가슴을 죄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주일이 힘들었다.



또 나를 떠나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에

아무일도 없는 사랑스러운 연애를

나를 스스로 불안함을 만드는것 같았다.



그런 나에게 변화가 생겼다.

이번 연애의 시작을 축하해주는 지인에게 나는 또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며 뜬구름 잡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때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고 말하면 관계에 진전이 없어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연애에 충실하세요'



머리를 띵 하고 맞은 듯 했다.

같은 연애를 하더라도 과정은 내 마음가짐에 달렸구나.

나는 왜 이렇게 방어적으로만 연애를 했을까?

전에는 이런 방식의 연애 패턴을 의식하지 못했을까?



기회를 온전히 살리지 못한 사람보다

기회에서 달아난 사람이 더 힘든것인데.

나는 계속 외면하고 달아났었구나.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이 관계에 솔직하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내가 타인에 감정을 비춘다는 것은 약점이나 돌아올상처라 생각했던 지난날의 방어적인 생각으로 이 관계를 또 흐릿하게 지우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고 마음 준 만큼 내가 상처받던지 말던지 상관 쓰지 않을것이며 부정적인 감정이 두려워서 피했던날들에 이제는 정면 돌파 할것이다. 못해본 아쉬움이 더 남으니까. 더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놓고도 머뭇거리며 놓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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