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의 대화 복기

by 브리 posted Apr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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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남동생하고 딥토크를 하는데 어제의 대화는 글로 복기하고 싶어서 해적선에 글을 남깁니다.

중구난방 주의..




동 - 동생   브 - 브리





동 "누나, 나는 외삼촌이 자기가 이렇게 된 건 다 외할아버지의 학대 때문이라고 하는 걸 이해할 수 없어.

외할아버지 잘못도 있지만 이건 반반이라고 생각해."


브 "난 그렇게 생각 안해. 트라우마에도 깊이와 농도가 있는건데 그걸 극복 못 한건 개인의 탓이라고 할 수 없어."


동 "근데 이미 지난 일은 어떻게 해? 이제와서 바꿀 수가 없잖아. 이미 지난 일인데."



브 "이미 지난 일이지만 계속 그 일이 , 그 아픈 게 지금의 내 발목을 자꾸 잡으니까 난 그걸 고치고 싶다는거야."



동 "응 맞아. 근데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은데 계속 지난 일 가지고 이랬네 저랬네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봐.



난 내 삶을 빈 병이라고 생각했을 때 앞으로 무엇을 채울까 고민하면 즐거운 것들을 더 채우고 싶어. 힘들어도 좀 더 긍정적으로 살고 노력하고 싶어. 내가 봤을 땐 누나는 너무 과거 생각에 매몰되어 있어. 과거의 트라우마에 대해."



브 "(지금 노력이라는 말을 썼구나..위험한데) 그것도 맞아 인정. 그런데 난 이걸 꼭 수술하고 싶어. 뿌리를 뽑아버리고 싶다고."



동 "어떻게 할 건데? 엄마한테 가서 말하면 없었던 일이 돼? 내가 봤을 때 엄마도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지만 누나도 문제가 있어. 누나가 상처 받은 만큼 엄마도 상처 받았을걸?"



브 "내 말은 엄마가 나한테 이래저래 공감을 해 준 적이 없는데 엄마는 왜 나한테 그걸 바라냐는거야.

누나 생리 처음 시작했을 때 엉엉 우니까 엄마가 막 울지 말라고 다그쳤는데 솔직히 이건 공감능력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길에서 모르는 소녀가 그래도 그렇게 반응하진 않을 걸."



동 "누나 나는 사실 남자라서 그때 어떤 느낌이었을지는 감이 잘 안와. 근데 잘 생각해봐. 엄마가 그런 걸 누구한테 배웠겠어 외할머니한테 배웠겠지. 그걸 어떻게 우리가 바꿔.

그러면 누나는 엄마한테 공감해주려고 한 적 있어?"



브 "아니. 사실 엄마 말 가끔은 듣기도 싫어. 공감이 안돼(왜냐면 맨날 남 흉보는 게 90%, 다이어트 5%). 외할머니한테 그렇게 배웠다고 해도 본인이 그걸 알면 딸한테 공감을 먼저 해 줄 수 있는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못 받은 걸 왜 엄마는 받으려고 하지?"



동 "누나도 못 하는 걸 왜 엄마한테 바라는거야?"



/////




브 "일부러 너 쉬는 날에 내가 강아지 산책 시키라고 하고 집안일 시키는 이유를 알아? 곧 결혼하는데 이게 습관이 안 되어 있으면 네가 젊었을 때 아빠처럼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아서 그랬어. 애기가 생겨도 안 놀아주는 그런 아빠 될까봐 걱정 돼."


동 "그 맘 알지. 근데 누나 나는 잘 살 자신이 있어. 00이랑은 서로 없는 걸 채워주면서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애. 그런데 뭐 어떻게 맨날 행복하겠어?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아빠랑 같은 일을 해 보니까 아빠를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됐어. 정말로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야. 그 점은 정말 존경스러워.


물론 아쉬운 점이 있지. 왜 없겠어 다른 애들이 아빠랑 노는 거 보면 부러웠지. 근데 한편으론 아빠가 얼마나 힘들었고 외로웠을지를 일 하면서 느꼈어."



/////




브 "누나는 맨날 아빠같은 남자만 만나는 게 너무 싫어서 그걸 알게 된 순간부터 아무도 안 만났는데 너는 어땠어?"



동 "생각해보면 00이 포함해서 옛날 여친들한테 우리 엄마 모습이 가끔 보일 때 흠칫 놀란 적이 많아. 성향도 그렇고. 심지어 00이는 엄마랑 이름도 똑같잖아. 그런데 나는 내가 엄마랑 비슷한 요소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 그게 싫지 않아. 좋은 걸 어떡해~"




//////



브 "어렸을 때 내가 말 싸가지 없게 해서 너 상처받은 적 있어?"



동 "아 누나가 말 싸가지 없게 했던 적이 있긴 한데 절대 그걸로 트라우마 없음. 그냥 잠깐 어이가 없었을 뿐이야.

확실히 누나가 두 번째 회사 다닐 때 좀 별로였던것 같아. 근데 요새는 진짜 사람 좀 된 듯. 근데 누나 사춘기때 병원가서 막 의사한테 반말하고 악쓰고 지랄 깽판쳤던 거 기억나?"



브 "헐!!! 내가 그랬다고?? 미친년이네. 근데 사춘기엔 그럴 수도 있지(자기합리화)."




/////




동 "누나만 어렸을 때 엄마한테 쫓겨난 거 아니고 누나가 없는 사이에 나도 많이 혼났어. 쫓겨나기도 하고 욕도 들어보고.

누나만 그렇게 엄하게 큰 거 아니야."


브 "그래도 엄마가 네 만화책은 안 갖다 버렸잖아. 나는 숨겨놓는 족족이 엄마가 다 갖다 버렸는데. 근데 그걸 기억 못한다?"


동 "나 원피스 모았던 거 엄마가 말도 없이 싹 갖다버렸어. ㅎㅎㅎㅎ."


브 "너 그때 화 안났어?"


동 "화 났는데 뭐 어쩌겠어."



//////



동 "누나 나도 힘들 때가 많아. 꼭 엄마아빠 트라우마 아니어도 내가 바깥에서 상처를 받은 일이 많아. 그리고 남한테 상처를 준 것도 많고. 가끔 그런 순간들이 생각나서 내 발목을 잡으면 사실 죽고 싶기도 해.

그럴 땐 술을 마시거나 담배 피우거나 00이랑 놀면서 그냥 잊어버리는거야. 에잇!! 이러고. 난 그냥 좀 미루는 편인가봐."



브 "뭔지 얘기해줄 수 있어?"


동 "그건 비밀이야."




////



동 "누나, 엄마 아빠의 표면적인 행동 말고 그 너머의 의도를 좀 봐. 그분들이 왜 그랬겠어? 자식들 잘 되라는 의도가 있었을거야.

그 마음을 더 봐."



브 "의도는 그렇다고 해도 그 의도를 제대로 표현했어야지. 자식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이야.

잘 되라는 의도랑 만화책 갖다 버리는 것하고 내 유리드믹스 씨디랑 왕페이 씨디 버린 거랑 무슨 상관이니."



동 "씨디는 모르겠고.. 만화책은 엄마 시대에는 너무도 불건전한 책이라 그런 게 아니었을까? 엄마랑 누나는 시대가 너무 다른 사람이야. 그걸 좀 인정해."




/////




동 "그리고 제주도 내려가는 건은 다시 생각해봐. 굳이 그걸 해야 되나 싶은 생각도 있고,

아빠 말처럼 누나 벨류를 다르게 키우는 게 더 현명할 것 같아.

엄마 아빠랑 따로 살고 싶어서 제주도에 일하러 갈 생각이면 차라리 제주도 한달 살기를 해."



브 "(묘하게 설득됨..)"




////




동 "누나 몇 가지만 당부할게.  1 말은 친절하게 2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꼭 자기중심을 잘 잡고 말해. 우리 가족은 늘 이러다가 싸우긴 하지만... 상대방을 공격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말하려는 게 의도잖아. 근데 그렇게 말했는데 엄마가 기억 못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건데?"



브 "당연히 기억 안 난다고 하겠지. 하지만 난 사과를 바라는게 아니야."





////





동 "누나 잘 살아. 인생 씨바 뭐 별거 있냐. 나는 이제 결혼도 하고 식구가 생겨서 고려할 게 많아지지만 누나는 그렇지 않잖아.


누나는 자기 행복을 잘 찾아가면 돼."



(포옹 후 대화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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