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7 18:37

응답하라 1991

조회 수 144 추천 수 2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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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도 싫은 게 많았는지

나는 항상 움직이는 게 싫었다.

밖에 나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뛰노는 것보다는 집안에 틀어박혀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걸 더 좋아했다.



진짜?? 너 또 뭔가 잊고 있는거 아니야??



달밤 두번째 일대일 코칭을 받다가 또 문득 생각이 나벌였다


나는 사실 움직이는 걸 무조건 싫어하는건 아니었다는 것.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어려웠던 거지.


소꿉친구나 친한 사촌들과는 만나면 늘 숨바꼭질이며 얼음땡 놀이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했던 '한발 뛰기'라는 놀이


제자리에서 정한 숫자 만큼 뛰어 나가되 술래보다 멀리 뛰어서 잡히지 않아야 하지만

다시 출발선 안으로 돌아와야 하는 그런 게임이었다.

보폭을 매우 크게 멀리멀리 뛰어가는 것도, 또 그만큼 멀리멀리 뛰어 돌아오는것도 중요했었다.


한 발 한 발 심혈을 기울여 뛰었을 때 순간적이지만 날아갈 듯 좋았던 기억.

그 때도 파아란 밤이었고 부옇게 희미한 가로등 불빛 위로 달이 떠 있었다. 나 달 참 좋아하네 ㅎㅎ

코묻은 돈으로 동네 문방구에서 산 100원짜리 콜라맛 불량 식품 젤리를 혀에 말아쥐고서

한 발 한발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라!

늘 술래를 따돌리고선 의기양양하게 출발선 안으로 돌아왔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어도 그 때 나는 이미 제대로 뛸 줄 알았던 것이었다.



1991년도 바야흐로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

나는 단거리 달리기를 제법 잘했었다. 계주 대표로 나갈 뻔 했을만큼.

부끄러워 죽을것 같다고 실제로 나가진 않았지만 반대표로 달리는 다른 아이들을 보며 나는 약간은 아쉬움섞인 부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점점 나는 달리는 법을, 몸을 제대로 움직이는 법을 잊어만 갔다.

책상 앞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그렇게 온 근육이 찌부가 되어갔다.


달리기를 시작하니 이런 소소한 기억들이 다시 깨어나 나에게 너 왜 이때까지 날 찾지 않았냐고 서운하다고 아우성이다.

그동안 버려둔 세월이 너무 길었나보다.





암튼 그래서 요즈음의 운동 목표는?


1. 명치 발기 시키기! (아이언 명치)


코칭을 받는 동안 나의 고질적인 문제인 복부 명치 잡기에 대해 지도를 받았는데,

소필 카페에 실마리 찾았다고 신나서 일지 썼던 것이 무상하게도 나는 여전히 명치에 제대로 색칠을 못하고 있었다.

진짜 속상했다. 무조건 힘을 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ㅠㅠ 명치에 불은 안들어오지

나는 몸을 만다고 마는데 비추는 내 모습은 뻣뻣하기 그지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나에게 명치의 맛을 보여주시려는 밤비 쌤의 열정. 리스펙트.


팔 위치 하나의 변화로 복근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해.

좀 더 다양하게 광배와 활배를 푸는 방법들.

명치의 발기를 이어가보려는 시도.


달리기에 들어있는 심오한 논리들을

나같은 운동 신생아 눈높이에 맞춰 직접 발로 뛰어 설명해주시니

운동 배우면서 처음으로 나도 '재미'라는 걸 느껴보는 중이다.

뜀박질 참 재밌네요!


아 근데 분명히 나는 이전에 명치에 느껴지는 매운 맛을 느껴본 적이 있다 이 말이다.

그 화끈한 불닭볶음면의 캡사이신을 지금에서야 나는 또 먹어보고 싶단 말이다.

허리가 아파서 문제였을 뿐이지 아이언 명치 자체가 안되진 않았는데 지금은 왜 아예 안되는 것일까?


그동안 간과했던 것이,

작년에는 일단 그전에 1년정도 시켜서 한 운동이지만 필라테스를 꾸준히 했었다는 점.

복근을 제대로 만든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아마도 몸상태가 훨씬 나았을거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 동안 나 자신을 놔버리고 침대 위에 누워만 있었다는 점.


기나마 근육이 녹아서 다 사라 없어져 버렸을 거였고

당연히 등이고 배고 장요근이고 다 굳어서 제 역할을 못할 거였다.


본격적으로 내 몸으로 이것저것 시도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근데도 나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실타래를

조금만 하면 풀릴 것이라고 맘을 너무 놓고 있었나보다.


잘 되지 않는다는 게 참 아쉽긴 한데...너무 급하게 해결한다 생각하지 말고

더더더 다양하게 시도해보려는 중이다. 

그래도 이전에는 아예 느낌조차 깜깜하던 것이 이제는 인지는 가능해진 거니까!



2. 위를 편안하게


명치 발기와 너무나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위장!


내 기억으로는 이미 입시 공부를 들어가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늘 달고 살았던 역류성 식도염.


이번에 감자작전과 위게우기를 통해서 

위를 편안하게 하는 방법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혼자서는 암것도 못하는 위장인 것 같았지만 다 움직일 방법이 있었던 것!


일단 위가 불편하니 뭘 먹어도 먹은것 같지 않고 소화도 안되고

먹고 시간이 꽤 지나도 운동할 때 영향이 갈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명치 꼭꼭 잡고 주 1회 단식과 위게우기를 생활화 해 봐야지.




3. 오래 달리기


나는 어렸을 때도 단거리 달리기는 좋아했지만 오~래 달리는 것은 싫어했더랬다.

짧게 단타로 하는 것만 좋아했던 거다. 집중력이 그만큼 짧았던 건지 뭔지?


그렇다고 오래 달린다는 게 막 1시간씩 의미없는 그런 달리기를 하고잡다는 것이 아니라


내 몸 근육을 요리조리 잘 요리를 해가지구

이런 때는 볶았다가 저런 때는 삶았다가 어떤때는 튀겼다가 잠깐 찬물 부어서 식히기도 하고 그러면서 좀 더 달리는 맛을 알았으면 싶다.

지금은 음 아직은 아쉽게도 부족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근육 부족 때문이 큰 듯 하다.


달밤 수업 끝까지 듣고

또 열심히 과제 수행하고

내 몸에 맞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꼭 가능하리라 믿는다.



4. 무릎

어젯밤 달밤 과제 하면서 하복부 발기를 끝까지 유지 안되어도 또 신난다고 전력질주 좀 했더니

바로 무릎에 찡-하고 신호가 온다.


신기한게 전력질주 숨이 터질것 같아서 힘들어 죽겠는데 되게 신난다. 아직 100미터 끝까지 똑같은 속도 유지 못하는거 넘 화딱지 나고. 지금은 간신히 50미터나 좀 넘는거 같다.


이것 역시 1번 명치로 다 도돌이표.


그러므로 앞으로 나의 주요 과제는 명치 잡기!!!!


1차적으로 명치에 색깔 칠하기

2차적으로 아이언 명치로 색깔 칠하기

3차적으로는 다른 복근 부위까지 확대하기. 물론 다른 부위 운동도 같이 하긴 하겠지만


명치가 그냥 기본중의 기본인거 같은데 안되니까 짜증 이빠이........

근데 스트레스 받으면 될것도 안되니깐. 짜증은 살짝 넣어두고. 열정만 가져가는 걸로.



그리구 이 작디작은 불씨에 공기를 불어넣어 주신

밤비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ㅎㅎㅎ




2021년 벌써 4월도 중순을 향해간다.


자 인제 응답좀 해라 1991!



  • ?
    wi 2021.04.07 20:56
     
  • profile
    공기 2021.04.08 21:37
    to : wi
    선수님! 저도 그때 국민학교 1학년 입학 초등학교 졸업생.
    그죠? 나이 먹을수록 뭐했는지 모르게 시간이 휙휙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가는 세월 근육으로 잡아서 시간을 더 단단하게 채우고 싶어요! 어렸을 땐 참 맘놓고 몸 움직였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저 전에 소필카페 댓글을 넘 늦게 봐가지구 그날 같은 달은 못봤어두
    달밤에 혼자 나가서 뛰면서 벚꽃이랑 감상하구 왔어요. 선수님 덕분에요!ㅎㅎㅎ
    따뜻한 댓글 감사해요♥️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4.08 01:48
    어렸을땐 뜀박질을 곧 잘 하고 좋아했다는 것.
    입시준비 즈음부서 역류성식도염 앓고있다는 것.
    단거리는 달려도 오래달라기는 못해유 하는 것.

    당신의 몸이 나의 몸 이네요 정말ㅠㅠ

    앞으로 더 건강해질거라 확신하면서
    화딱지 대신 운동뽕 뿜뿜해요 우리!
  • profile
    공기 2021.04.08 21:46
    to : 직진녀소피
    우리 몸이 다 다를지언정 문제의 뿌리는 같은가봐요.
    지금 막 속도 겉도 뼈대도 돌아간 곳이 많지만
    좀씩 나아지구 있을거에요

    소피님 탄탄한 하체근육 넘나 부러븐 것이에요!
    운동뽕 맞고 저도 하체 뿜뿜녀 목표로!ㅎㅎㅎ
  • profile
    밤비 2021.04.08 09:54
    '나는 사실 움직이는 걸 무조건 싫어하는건 아니었다는 것.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어려웠던 거지' 라는 구절과 달리

    본문에는 사람들과 어울려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장면들이 가득해서,

    뭔가 의아할 뿐입니다:)
  • profile
    공기 2021.04.08 22:00
    to : 밤비
    아 어울린 사람들이래봤자 극소수였거든요.
    제또래 사촌 두명
    소꿉친구 두어명
    다섯손가락으로 꼽을수 있겠네요.

    진짜 미스테리네요. 왜 그렇게 바깥 사람들과 소통을 못했을까...
    요전에 집에 갔다가 어련을 적 사진첩을 봤는데 세상 부지런하게 놀러댕겼더라구요. 엄마가 이래서 증거를 남겨야한다고;;;
  • profile
    밤비 2021.04.09 13:56
    to : 공기
    세상 부지런하게 타인들과 노닐던 소녀

    군중 속에서 누구하고도 어울리지 않고 겁에 질린 채로 주눅들어 웅크리고 있는 소녀

    그 사이의 커다란 공백에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 것인지 가족들과 친척들을 향한 인터뷰 총동원하여 봅시다 공기전사님*.*
  • ?
    강물 2021.04.09 01:59
    저는 움직일 기회가 별로 없었고 책읽기나 그림 그리기가 좋았던 적도 없었어요
    그냥 무료한시간들을 어른들이 보는 티프로그램을 같이 보거나 어른들의 고스톱을 구경하거나 가게를 지키거나 하면서 보낸것 같아요
    오늘 달밤 수업중 공기님의 질문이 내가 왜 운동이 고통이였는지 원인을 콕찝어낸 핀셋같았어요
    나와 비슷한고민을 하고있는사람이 있어서 반가웠어요~
  • profile
    밤비 2021.04.09 10:31
    to : 강물
    직접 움직이는 것은 무섭고 싫고 아픈데,

    움직임에 대한 지식을 취하기 위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이 사람을 찾아가고 저 사람을 만나곤 한다면,

    이 모순 혹은 역설에 대해서 스스로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물님.

    이 하나의 질문이 대학원 진학하는 것보다, 각종 협회 자격증 열 개 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할 것입니다.
  • profile
    공기 2021.04.09 13:14
    to : 강물
    강물님은 아이답게 온 몸을 맘껏 관절을 쭉쭉 펴고 움직여 볼 시절이 없었던 거네요. 그 시간들이 어렸을 적엔 얼마나 무료하고 느리게 갔을지...

    저도 강물님 대답에 엄청 동질감 느껴졌어요~
    왜 나는 이렇게 힘들게 느낄까? 근육 쾌감을 아는 사람들과 나의 차이가 대체 뭘까? 질문하고 답하니 문제가 명쾌해져서 좋아요!

    참고 하다보면 좋아져.

    운동좋아하는 친구들한테 이런 대답을 많이 들었는데 이거는 아마도 운동 원주민분들이고;
    저희는 근육 인지 측면에서는 운동 외국인이니까 좀 더 적극적으로 뇌를 같이 써야하나봐요.

    강물님 수업시간에 시연하시는 거 보믄 깔끔하게 넘넘 잘하시는거 저는 알지요ㅎㅎ 거기에 인지까지 더해지면 얼마나 신이 날까요?
  • profile
    모솔인척 2021.04.09 11:05
    저는 어렸을때
    수영도 배우고
    YMCA 다니면서 체육활동을 왕성이 했어도

    이상하게 친구들이랑 잘 안 놀았어요 ㅋㅋㅋ

    오죽하면 엄마 천원주고 아이스크림 사먹고 오라고해서
    슈퍼 앞에서 먹고 왔다 엄마를 당황시키기도 했고

    그것이 알고 싶다, 피디수첩을 무서워하면서
    보면서 청소년 가출에 대해 생각하다가
    가출하겠다고 가방 챙겨 나갔다 다시 돌아 오기도 하고...

    그러다가 초등학교 2학년때 아랫집 친구가
    맨날 놀이터며 애들이 많은 곳에 데리고 다니면서
    애들이랑 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아마 그때 처음으로 욕을 배웠던....


    전 이상하게 또래 친구들이랑 노는게 유치하고
    어른들이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친구들이랑 잘 안 놀았던 것 같아요.

    근데 웃긴건 마음속에 유치하고 싶고
    애기처럼 굴고 싶은 감정도 있고
    머리는 어른스럽고 싶고
    전 늘 이렇게 복잡한 것 같아요 ㅠㅠ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요 ㅜㅜ
  • profile
    공기 2021.04.09 13:28
    to : 모솔인척
    모솔님도 아이다울 시절이 사실은 부족하셨던걸까요?
    내멋대로 해보고 떼쓰고 질질짜고 싸우고! 그래도 아이이니까 허용받고!
    근육 말구 뇌가 아이다울 시절 말이에요. 아마 빨리 철이 들어버리고 싶었던 뭔가가 있으셨나봐요. 그 무렵부터 그알을 챙겨보시다니!

    유치해야할 때 마음이 유치원을 못가고 대학교엘 보내버렸으니
    못가본 유치원이 계속 그리운 거 아닐까 하는 고런 유치한 상상을 해봤어요.ㅎㅎㅎ

    복잡한 걸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답이 모솔님의 멋진 근육 속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운동을 하게 되나봅니당
  • profile
    모솔인척 2021.04.09 16:38
    to : 공기
    어렸을때부터
    3살 터울 동생, 잦은 아빠의 출장,
    신문 배달부터 부업 그리고 일까지 하는 엄마

    이런 상황에

    늘 아빠와 엄마는

    “엄마랑 아빠랑 죽은면 너가 제일 대장이야.
    그러니깐 잘 해야겠지?”


    이런 말로 늘 저에게 어린아이이기보다는
    책임감 있는 어른스러운 아이를 기대 하셨어요 ㅎㅎ



    공기님의 상상력으로
    몸과 마음이 ㅜㅜ 학력 ㅊㅏ이가 너무. 많이 나는 것 같아요.ㅜㅜ
  • profile
    공기 2021.04.11 20:39
    to : 모솔인척
    아니 모솔님 부모님은 우째 그러셨을까요ㅠㅜ
    아이에게 어른을 기대하셨던 부모님들도
    어쩌면 어른아이 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몸은 어른일지라도
    책임감따위 다 벗어버리고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자유롭게 훌훌 날아가셔요 모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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