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퇴사: 진지함

by 모솔인척 posted Mar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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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퇴사. 

 

 

 

 

나라는 사람은 본래가 머무르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다.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낯선공간, 낯선사람들, 낯선 것에 대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그래서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늘 만나던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것을 할때마다 두려움과 겁에 질려 포기도 많이 한다.

 

 

 

 

그런 나에게 첫번째 퇴사는 의미가 컸다.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 익숙한 것을 끊어 내보는 경험. 

사직서를 내기까지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언제 말하는게 좋을까?

이유를 뭐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

만약에 예상 못한 반응을 보이면 어쩌지?

온갖 상상을 하느랴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래도 사직서를 프린트하고 

 

 

2019년 10월 25일 

개인사유 

내 이름을 쓰는 순간 차분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담백하게 끝난 첫 퇴사.

 

한번 퇴사를 하면 두번, 세번 퇴사가 쉬워서 어디에 정 붙이고 일하기 힘들다.

이런 말을 들어 본적이 있을까?

 

내가 눈으로 본 경우도 대부분 

퇴사를 해본 사람들은 금방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일까?

 

 

현재는 입사를 한지 6개월이 되었다. 

입사를 하고 1달, 2달이 지나면서 일을 하는 것이 버거웠다. 

 

 

 

큰 맥락에서는 같은 일을 하는 거지만, 

매일 매일을 쌓아가면서 좋아지는 형태의 일을 하다가 

하루만에 좋아져야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하는 것이 버거웠다. 

 

개인주의적 성향인 나에게 최적화된 일을 하다가 

단체주의로 일을 해야하는 소규모적 관계가 너무 힘들었다. 

 

서로 돕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감시하는 관계.

 

능동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태도.

 

모든 것들이 나와는 너무 반대였다.

 

지나친 관심과 참견까지. 

 

 

 

 

치료사는 환자의 만족과 결과로 말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맡은 환자들은 빠르게 만족하고 빠르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하고 시도해보지만 

내 생각처럼 모든 것들이 변화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줄었다. 

 

머리 속에 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 하는 과정을

글이 아닌 말로 하니 부담감이 강해졌다. 

 

생각해보면 퇴사해서

1년동안 거의 남자친구를 제외하고는 말을 하는 상대가 거의 없었다.

 

글을 쓴다고 늘 키보드를 한몸처럼 지내서 그런지. 

나는 말을 못하는 벙어리가 된 것 같았다. 

 

사실 무엇보다. 

말만큼이나 뻔지르르하게 결과가 안 나오니. 

나도 나 자체를 신뢰할 수 없어 더욱더 작아지고 작아졌다. 

위축되고 위축되어졌다.

 

 

아침이 오는 것이 너무 싫어 입꼬리가 내려가 올라갈 생각을 안했다.

아침에 출근을 도와주는 남자친구도 내 표정을 보며 안타까워 했다. 

한동안 남자친구에게 징징거리는 소리를 하며 감정을 갉아먹는 행위까지 했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기회. 

나는 이때다 하는 생각을 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벗어 날 수 있고,

어쩌면 내 인생의 변환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그 기회를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기회를 위해 나는 퇴사를 해야한다. 

 

 

 

 

퇴사를 해야하는데,

이런 고민이 마음 속에서 튀어 나온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뭐라고 말하지. 

실장님이 혼자 계시는 공간이 없어서

찾아가서 말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카톡으로 드릴 말씀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고 

이걸 아침에 말할까 퇴근할때 말할까 

내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복잡해진 실장님 일상의 패턴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이런 개 헛 생각까지 생각이

물이 들어 있는 비커에 떨어진 잉크처럼 번져갔다. 

 

 

 

 

사실 월요일 퇴근 하기 전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실장님이 일찍 퇴근하셔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일 화요일에 말을 해야하는데… 

상상으로 당당하고 멋지고 화끈하게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몸둥아리는 그러지 못한다. 

계속 주저 된다.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같은 남한테 뭐라고 말할지 생각해 봤다. 

 

 

 일단 내가 퇴사하고 싶은 기간은 언제?

 

매달 25일이 월급 날이니

4월 24일까지 근무를 하고 퇴사를 하고 싶다. 

그 퇴사 하고 한 5일 정도

제주도나 집콕으로 푹 쉬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싶기도하고.

 

솔직히 마음같아서는 내일이라도 당장 안나가고 싶다.

사람들이 너무 싫다.

 

 

 

 그럼 퇴사를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해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싶을까.

 

(이건 아무래도 구어체로 적어 좀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실장님 제가 짧은면 짧고 길면 긴 6개월동안 근무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실장님이 저에 대해 믿고

기다려주고 있다는 걸 아는데 

제가 아직도 부족해서 저 스스로 많이 답답해요. 

 

교육도 듣고 나름 고민도 해보는데

이렇게 발전이 없다는게

제 길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결과를 보여야 하는 직업인데

늘 결과가 없다 보니깐 자신감도 없어지고 

그러다 보니 사람이 많이 소극적으로 변하고

뭐 이런것들의 악순환이 계속 되니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저 4월달 까지만 근무를  할까해요. 

 

잠깐 쉬면서 마음도 좀 살펴보고

제가 가진 능력에 맞는 파트로 일을 구할까해요. 

실장님이 많이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말씀드려서 죄송해요.

 

(왜이렇게 어색할까..)

 

 

 

 자 그럼 이걸 언제 전달할까. 

 

인간적으로 아침부터 이 이야기들으면

서로 얼굴 껄끄러울 것 같고 

듣고 집으로 돌아가서

서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퇴근 하기 전에 전달하자. 

 

 

 자 그럼 퇴근하기 전에 어떻게 전달할건가. 

 

실장님에게

시간을 내어달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아.. 이게 진짜 어려운 일이다. 


 

실장님에게만

내가 퇴사하겠다는 이야기를 먼저 전달하고 싶다. 

그런데 실장님만 있는 순간이 거의 없다. 

실장님 실이 따로 없어서 늘 모든 치료사가 함께 있어서…. 

 

아무래도 치료하는 도중에 둘이만 있는 시간에 

실장님 오늘 퇴근 전에 잠깐 시간 좀 내주세요. 라고 말을 해야겠다.

무조건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이 작업을 하면서 제일 어려워 하는 부분이.

 

“실장님 잠깐 시간 좀 내주세요.” 이 말을 하기 어려워 한다.는 사실이다. 

 

 

이게 더 나아가 보면 

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하는 상황이

관계에 생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예를 들면 후배한테 시켜서 일 처리를 해야하는데

그 부탁하려고 이야기하는게 싫어서

내가 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배한테 부탁을 해서 도움 받아서 끝내도 되는 일을 

혼자서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일을 처리하는 경우도 많고. 

 

남자친구와도 둘 관계에서

지나치게 진지해지는 이야기가 오면 

나도 모르게 장난을 치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나는 진지한걸 싫어하는 타입은 아니다. 

혼자서 꽤나 멋진척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다가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건 나 혼자만 하고 싶다. 

 

나랑 관계된 사람들하고는

늘 편안하고 가볍고 즐거웠으면 하는 사람이다. 

 

좋은게 좋은거지. 

우리 아빠의 마인드. 

타인과의 불협화음에

늘 예민하고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희생하는

 

 

 

 

 

이타주의자인척 하는 이기주의자. 

 

 

 

 

 

실장님에게 “퇴사하겠습니다.” 말을 용기내어서 하면 

사람과사람 사이의 진지하게 문제 해결하려면 

어떤 방식과 마음과 태도 이러한 것들이 필요한지. 

배울 수 있는 내일이 되지 않을까?

 

 

 

 

"실장님 오늘 퇴근하시기 전에 잠깐 시간 좀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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