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by 직진녀소피 posted Mar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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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은 엄마였다.

 

 

제왕절개 반나절만에 벌떡 일어나

우리아기 보러갈거에요 소변줄 좀 빼주시라고요!!! 생떼를 부리던 초극성 초강인 엄마.

 

 

타고나길 예민한 성격에 스트레스로 젖이 마르기 일수였지만

족발 우걱우걱 가물치즙 벌컥벌컥 해 가며 유축기로 가슴을 혹사시켜 모유를 먹였다.

 

 

내새끼 먹는 것은 모두 유기농 무농약

만지는 것 소독하고 삶고 닦고 

 

 

성대결절 불사하고 매일 한두시간씩 동화책을 읽어줬다.

핑크퐁동요 완곡 부르고 춤도 췄다.

창작동화 창작자장가만 수십개 수십곡이다.

 

 

미세먼지 심하거나 비오고 추운날은 실내에서 그림그리기, 클레이만들기, 하다못해 욕조에 미역이라도 불려 바다놀이.

날씨 풀리는 봄부터 한겨울 전까진 무조건 바다로가 모래놀이 조개캐기 

아니면 산 들에 나가 곤충이라도 잡기.

무당벌레 나만큼 잡아 본 여자 나와보라그래.

 

 

이유식 유아식 다 내 손으로 해 먹이고 

사철 나물 먹을 줄 아는 꼬리곰탕 제일 좋아하는 아이로 키워냈다. 내 아이들.

 

 

그와중에 돈도 벌었다. 열심히.

그와중에 부부싸움도 했다. 치열하게.

 

 

스물일곱 어린 나와 같이 자란

내 아픈 손가락 큰 아가는 이제 제법 어린이다.

대화가 통하는 남자가 됐다.

 

 

엄마랑 살고싶다 볼 때 마다 말한다.

 

 

일주일 하루 .

엄마와 함께 노는 행복한 시간 틈틈이 불현듯 슬픈 눈으로 나를 본다.

그러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나 이렇게 엄마랑 같이 있으니까, 매일 같이 살고싶다."

 

 

나는 슬프지 않은 눈으로 아이를 본다.

"나중에 우리 제이가 학교 다니는 형아 되면 그때 엄마랑 산다하자. 아빠한테 말하면 들어주실거야.

그동안 엄마가 열심히 돈 벌고 있을게!"

 

 

금세 설레는 목소리로

"엄마 학교가는 형아는 여덟살이래 나는 일곱살때부터 엄마랑 살고싶어!" 라고 말하는 내 아가.

 

 

 

 

 

 

 

 

 

 

이혼의 조건이 아이들을 포기하는 것이였다.

 

 

그건 큰 아이 낳은 직후 산욕기도 끝나지 않을 때 부터였다.

갓난쟁이를 매달고 앙앙 우는 너를 매달고 이혼을 얘기하다가

 

 

아이는 절대 데려가지 못할거야 소리에 

주저앉고 주저앉고.

 

 

그래 이사람이 바람을 펴 도박을 해 사람을 패 하며

주저앉고 주저앉고.

 

 

사랑해서 사는 부부가 몇이나 되겠어.

아이아빠니까 사는거지..

주저앉고 주저앉고.

 

 

섹스가 하기 싫으면 자위를 하면 되지.

오르가즘이 느껴지지 않으면 

바이브레이터 우머나이저.

그것도 안되면 외간남자 찾으면 되지.

주저앉고 주저앉고.

 

 

씨발 시어매시아배 시누이 

아들 둘 낳고나니 무섭지도 않아

내가 다 이겨.

이만 바득바득 갈며

주저앉고 주저앉고.

 

 

아이들 아빠의 존재가 느껴지면

가만 있어도 목이 조여지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가 하는 말들이 쇠못이 긁어내는 고문처럼 들리고

그가 차려내달라 아우성인 식사에 락스를 타서 죽이고 싶었다.

이혼녀보단 과부.가 떳떳할까 잠깐 미쳤었나봄.

 

 

이혼을 설득하기 시작할땐 진심으로 그가 안쓰러웠다.

아직 젊은, 근사한 그가

나란 년한테 미움받고 업신여김 당하는게 슬펐다.

 

 

오빠, 나는 애초에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야.

미안해.

이 생각 뿐이였다.

 

 

내가 남편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경멸하고 소름끼쳐 한다는 걸 깨닫게 되자

순조롭게 이혼이 진행됐다.

 

 

부모로 잘 지내보자

좋은 관계로 남자

인사도 하고

오랜만에 맞담도 피고 

쿨한 법원 방문이였다.

 

 

아픈 나를 걱정하며 비싼 초밥도 사먹였다.

잠깐 연애할 때가 떠올랐다.

너무나 많이 먹는 우리여서 종업원들이 놀라곤 했는데

적당히 십만원 안나왔다. 많이 늙었나보다 위가 줄었다.

이것도 슬픔 포인트였다.

 

 

나의 20대를 함께했던 사람.

나의 출산과 육아를 함께했던 사람.

 

어쩌다 경멸까지 하게됐을까.

어느 누구도 넓지 못하고 얕기만 한 그저그런 인간들이였기에 그런거겠지?

 

 

그래도 감사하다.

나를 십년이나 버텨준사람.

 

 

그리고 나를 놓아준 사람.

 

안녕.

 

약속대로 행복해지자 우리.

 

 

 

 

 

 

 

 

 

매일 눈맞추고

매일 입맞추고

매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하던

내 살점같은 내 육신같은 내 아가.

보고싶다고 안고싶다고 말로 뱉고나면 

엄마는 다시 용기내지 못할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못해.

 

기인 밤을 붙잡고

내가 저지른 잘못을 실수를 자책하고 후회하고 또 안도하다 

겨우 잠이든다.

 

우리들의 계절이 오고있어.

가슴장화를 신고 호미를 들고 모래사장으로 나가자.

엄마가 김치통 한가득 억척스럽게 캐고 담아서

우리 엄마 최고!!! 우리엄마가 제일 많이 잡았다!! 소리를 들어내고야 말게.

엄마는 변하지 않을거야.

 

너를 사랑한는 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다보면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 엄마, 사람이 돼 있으면 좋겠다.

 

나의 첫 사랑 내 큰 아들.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랑 그 자체.

 

엄마의 마음이 너에게 닿아

상처없이 자라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결혼제도극혐 이혼제도만세.

 

 

출산은 신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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