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8 06:02

복수하는 자의 결말

조회 수 95 추천 수 5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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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그 결핍을 어떻게 해결하려들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이유는
그 이유야 말로 파란만장하겠지만
사실은 딱 한가지,
날 사랑해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아버지를 미워하는 이유는
그 이유야 말로 파란만장하겠지만
딱 한가지, 날 사랑해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스스로도 모른채 복수를 결심한다.
아버지에게.
아버지를 상징하는 남자에게.







아버지는 구구절절 잘못을 했을 것이며
나는 아무도 비난할 수 없게,
내가 잘못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정당하게 아버지와 이별하기 위해.
평생을 들여 애를 썼을 것이다.
스스로 떳떳하다 여길 때까지
지쳐 나가떨어지도록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마침내 스스로 떳떳하다며 그를 버릴 수 있도록.
그렇게 복수에 성공하도록.








내가 만난 남자들은
무엇을 그리 잘못했을까.
받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워
아버지와 닮은 사람을 저도 모르게 만나
그에게 사랑을 받으면 채워지기라도 할 것 처럼
그렇게 반복되기를 원하는
나의 해결되지 못한 숙제는.






그들은 아버지를 대변하는 남자라는 것 밖에.
아무 잘못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아무 잘못이 없는 것 처럼.
같은 방향의 길을 손을 잡고 걷다
갈림길이 나와 손을 놓고 헤어졌을 한가지 이야기



그들은 나의 아버지가 아닌데
어째서 아버지의 사랑이 오버랩되고
그 분노가 상기되고
분기탱천하여 나는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러고야 말았는지.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누구도 나를 비난할 수 없게,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고 그 허상같은 인정을 받기 위해,
애먼 노력을 하고 지쳐 나가떨어져
이별 하는 이 웃긴 코미디를 반복하고 있는지.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한 여자를 사랑하기 위해 사랑해주고 싶어서 애썼을 것인데
사랑 받을 줄 모르는 한 여자는
자신을 정당화하기에만 빠져
스스로를 소모하고
탈진하는 연애를 반복하고 있는지.






자 이제 어떻게 해결할래 ?




부모의 사랑을 못받은 자가
부모를 사랑해버리면
너무도 쉽게 끝나는 문제.






부모의 사랑을 못받은 어딘가 잘못된 것 같고 가치없다고 지레짐작하는 스스로를. 온전하게 사랑해버리면
너무도 쉽게 끝나는 문제.





언제고 부모 탓을 하고 살던
언젠가는 아마 훈장처럼도 생각했을
결국은 스스로의 문제를
나이 마흔을 앞둔 여자는
다시 한번 직면할 용기를 내본다.






아빠 이제 내 집으로 같이가.
거기가 아빠가 있어야 할 곳이야.


아버지 집 한켠에 걸어두었던 사진을
내 집으로 데려와 가장 잘보이는 곳에 올려두고
계속해서 만나간다.


당신의 삶을 찬찬히 생각해보기도 하고
내가 만일 당신의 엄마였다면 주고 싶었을 사랑을
상상으로 떠올려 당신이 가슴가득 충만하기를 그려보기도 한다.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 것인지 모른다.
여전히 변명하고 싶고 억울하다 말하는
내 안의 남은 것들도 함께 돌아보며 안아주면서.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복수하는 여자에게 사랑은 없다.
  • profile
    금선 2021.02.18 07:42
    아버지로부터 사과를 받기 전에

    선수님이 아버지를 먼저 용서하기로 마음 먹으신 거죠?

    '제가 사랑했던 사람도 이랬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제 가슴이 답답하네요..
  • profile
    선수 2021.02.19 04:41
    to : 금선
    공감해주신 따듯한 마음 감사해요 금선님
    혹시 금선님은 남자분이세요?
    왜 마음이 답답하셨을까요..
    저는 이러한 경험들로 더 단단하고 진짜 사랑 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가는걸요 글이 좀 무겁긴 한거 같지마는...
    혹시나 누군가에대한 염려나 미안함이나 그 무엇이든
    금선님 마음에 남아있다면
    그저 한번씩 떠오를때 가장 빛나고 어여쁜 모습으로 사랑뿜뿜하며 살고 있을 모습으로 떠올려주세요~ 그걸로 정말로 충분해요
  • profile
    금선 2021.02.19 19:06
    to : 선수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있어요.
    그동안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한 잘못이 워낙 많아서
    나중에 홀로 외롭게 살면서 고통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 그 사람이
    저에게 고통을 줬던 기억이 떠올라요.
    일부러 섹스를 한 달 넘게 거부하면서
    저를 힘들게 한다던지..

    이별할 때도
    저에게 더 못되게 구는 것도 그렇고요.
    저는 최근에 그 사람에게 사과를 했거든요.
    ‘내가 그동안 당신에게 이렇게 저렇게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싶다..’

    그런데 사과 받기 싫다고 화를 냈어요. 됐다고.


    말이 길어졌네요 ㅎㅎㅎㅎ
    선수님 말씀대로
    그 사람이 행복하고 정말 잘되면 하는 바람인데
    요즘 마음이 안 좋은 건 사실이네요~

    Ps 저는 남자가 맞습니다.
  • profile
    선수 2021.02.20 12:29
    to : 금선
    그랬군요.. 저의 분노도 그 여자 분처럼 깊었는데..
    맘과 다르게 아버지가 행복했으면 했던 것은
    그가 불행해지면 또다시 연결될 것 같고, 행복해져야 내게 연락하지 않을거야 싶어서 그랬더라구요 아 이 이중적 마음.
    그 여자분 심정이 이해는 가는데...

    이 아픈 여자들은 남자가 어찌한다고 치유되지 않아요.
    스스로 깨닫고 걸어나올 날이 분명히 와요.
    그러니 금선님은 구지 지금 그 여자분에게 사과하면서
    다시 그 여자분 수렁으로 같이 안 들어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별했는데... 최근에 다시 사과한 이유가 있으세요..?
  • profile
    금선 2021.02.20 21:59
    to : 선수
    이별하기 전에
    그녀가 저에게 맞춰주면서 힘들어하던 부분들이 꽤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제가 음식이 맛있다고 하면
    본인은 그렇지 않아도 똑같이 맛있다고 이야기하고..

    음악이나 영화를 볼 때도 그랬다고 해요.

    그러면서 정작 저는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깠던 적이 여러번 있었거든요. ^^;;ㅎㅎㅎ

    그래서 제가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거 같아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특히 싸우고 나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도 달랐어요.
    (이거는 구체적으로 조만간 해적 게시판에 글을 쓸 예정입니다.)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진정으로 사과하고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별했지만,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어요.

    사실, 요즘 그녀가 없으니
    제 삶이 날아가버린 기분이에요.
  • profile
    모솔인척 2021.02.18 08:38
    이야~
    늘 복수하거나 상처에 치유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드글드글 했었는데....

    요즘 들어서 먼저 용서하는 멋진 사람들이
    많아 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져요.


    선수님의 깊고 진한 결핍의 대 서사.
    그 끝은 분명 아름답고 새로운 시작이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 profile
    선수 2021.02.19 04:34
    to : 모솔인척
    와 모솔님 깊고 진한 결핍의 대 서사, 그 끝은 분명 아름다운 시작일 것이라고
    이렇게 멋진 응원을 받았는데 정말 멋지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모솔님의 따듯한 마음에 제가 너무 따듯해졌어요 정말 감사해요!!^^
  • profile

    남자친구의 모습에서 갑자기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오버랩되어 더 이상 만나기 싫을 정도였던,

    구체적인 에피소드 하나를 글 속에 묘사해주신다면, 독자 입장에서 훨씬 더 이입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식사 자리에서 물로 가글하는 습관이 늘 비위상하게 느껴졌는데, 그에 대해 딸이 여러차례 불만을 이야기했는데도 들은 척도 안하는 아버지였는데, 

    훗날에 그 멋진 썸남과 드디어 데이트를 하고 식사를 해봤더니, 

    세상에... 그 빌어먹을 식후가글을 시전해주시는 오나의미래남편감.

    foot-Lever.png

     



     

  • profile
    선수 2021.02.19 04:30
    to : 밤비
    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매너가 꽝인 제가 누구의 매너를 지적하리오리까 ㅎㅎㅎ

    와, 글쓰기 피드백 너무 감사해요.
    만일 더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싶다면
    글쓴이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더 곁들이라는 말씀이시죠?
    그럼 아마 더 친근하고 글쓴이에게 정감이 갈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본인의 에피소드까지 꺼내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저는 이 글에서 딱 한 문장 지우고 싶은 줄이 있었어요.
  • profile
    모솔인척 2021.02.19 11:37
    to : 밤비
    밤비님.
    이렇게 그림은 어떻게 넣어요?

    사이트 개선되고 좋은 기능 한번 정리집 좀 써 주시면 앙대여?? ㅜㅜ
  • profile
    밤비 2021.02.19 12:59
    to : 모솔인척
    의도치 않은 효과라 저도 당황스럽습니다@.@

    다들 되게끔 얼른 손 볼게요
  • profile
    알프스 2021.02.18 12:17
    복수하는 여자에게 사랑은 없다.

    이거구나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 profile
    선수 2021.02.19 04:24
    to : 알프스
    우리 복수말고 사랑하기로 해요 화이팅입니다!
  • ?
    자밀 2021.02.18 13:21
    -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 것인지 모른다.
    여전히 변명하고 싶고 억울하다 말하는
    내 안의 남은 것들도 함께 돌아보며 안아주면서. -

    저는 아직 이 글귀가 더 메아리치고 있어요.

    내 속에선 아직 아우성치는 누군가가 있네요.

    이렇게 이야기 건내주는 이도 있어요.
    자아에 갇힌 그들 부모님 또한
    그 안에선 최선을 다했노라고.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미숙하지만 본인으로써는 최선을 다한 결과였노라고.
    오르가즘이 아직 미성숙했을 것처럼.


    - 아빠 이제 내 집으로 같이가.
    거기가 아빠가 있어야 할 곳이야. -

    선수님~ 도대체 어떤 분이시길래 이렇게 심플하게 내뱉으실 수 있는 걸까요?? 프로인생러??

    다음글 기다리겠습니다. ^^
  • profile
    선수 2021.02.19 04:23
    to : 자밀
    자밀님 오늘 만나뵈서 정말 반갑고 좋았어용^^

    우리 차근차근 많은 이야기 나눠봐요,
    변명하고 싶고 억울한 남은 것들 미워하지 말고
    그 내 마음도 존중하고 사랑하고 토닥토닥 해주면서 가보기로 해요

    부모도 부모에게 또 그 부모에게 어느 누구도 완숙한 사랑을 주고받지 못했을거여요
    그러니 더 열받죠 ㅋㅋ
    그 빡침이 어떻게 사랑으로 열매맺게 될지 저도 스스로 기대하고있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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