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대화

by 민트지니 posted Mar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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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진 질문을 

미래의 나의 딸이 

나에게 한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들려주게 될 것인가.. 



상상하며 글을 써보라 하셨죠. 밤비선생님께서~


생각의 속도가 느리고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기술도 별로라 전 그 날 오후부터 새벽까지 계속 글을 써나갔습니다.


정말로.. 내가 가진 질문에 대한 답이 절실했고, 지금 머리에 쥐난다고 포기하면 앞으로 계속 똑같은 인생이 반복 될 것 같아

이 글을 쓰는데 저를 한 번 걸어봤습니다.


두서없는 내용이라 부끄럽지만...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눠보고 싶어요..





*


: 엄마.. 나 남자 만나는게 항상 불안해

남자친구가 생기면 걔가 나한테 조금만 소홀하면 억울하고 화가 나. 나보다 좀 못하다 싶은 남자일 때는 니가 감히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나고 누가 봐도 괜찮은 그런 남자일 때는 니가 날 가지고 노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나. 


카톡 연락이 예전보다 조금만 줄어들거나 글자에 영혼이 없다 느껴지면 화가 치밀어 오르고 막 따지고 싶은데 그러면 찌질할 거 같아서 말도 못하고.. 혼자 오만가지 경우를 상상하면서 기분이 이랬다 저랬다 다른 일도 할 수가 없어.. 막상 만나면 내가 이랬던 거 홀딱 다 까먹고 마냥 좋은데어떻게 해야해?

 

엄마 : 너가 이런 아이라는 걸 남자친구는 모를까?

 

: …

 

엄마 : 남자친구가 초반의 미친 것 같은 열정을 조금씩 줄여간다는 걸 너가 느끼듯이 남자친구도 너가 점점 불안해 한다거나 자기에게 집착한다는 걸 알지 않을까?

 

: 하지만 자기가 먼저 그렇게 나오니까 나는 그 결과로 반응하는거지..

 

엄마 : 그럼 너는 그 남자 페이스에 반응이나 하는 사람인거니?

 

: 아니.. 나도 좋아하는 마음을 내니까 잘 지내는거지. 그런데 걔는 반칙인거잖아. 마음이 왜 변하는데?

 

엄마 : 걔 마음이 왜 변했을까?

 

: 몰라. 원래 그것밖에 안되는 놈이거나 점점 귀찮아졌겠지.

 

엄마 : 뭐가 귀찮아진걸까?

 

: …

 

엄마 : 너를 만나는 자체가 귀찮아진거면 너가 그만두자고 말하게 만들려고 더욱 티나게 소홀하겠지


너가 느꼈을 때 그런 정도가 아니라면 그 남자는 무엇이 예전보다 귀찮아진걸까? 뭐 때문에 초반의 열정이 사그라들게 된걸까?

 

: 자기 문제인가? 자기 마음에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거?

 

엄마 : 둘이서 함께 만나는데 그게 그 남자만의 문제일까? 그 남자의 생각이 그냥 혼자서 생겨난걸까?

 

: 나는 처음처럼 항상 자기한테 집중하고 있고 연락하고 만나는게 기대되고 좋은데


우중충하거나 시큰둥하게 표현한 적 없는데? 내 마음은 식지 않으니까. 내 마음 알아달라고 따진 적도 없는걸?

 

엄마 : 그 남자도 마찬가지 아니니? 너한테 내 마음 변했다고 말한 적도 없을거고, 너가 처음과 다르다고 말한 적도 없을테고..

 

: 난 변한게 없다니까? 처음이나 끝이나 똑같이 자기한테 집중하고 좋아한다니까.

 

엄마 : 좋아.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집중했다는 너의 마음을 한 번 보자


그 집중은 어떻게 한거니? 어떤 표현을 남자에게 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얘기해줄래?

 



: 맨처음엔 사귄다는 생각없이 그냥 좋아하지. 마냥 좋고 즐겁게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더 가까워지는 상상 하면서 재미있고.. 이게 설레는건가? 암튼 그러다 스킨십을 하게 되면 친밀감이 더 깊어져서 내 마음도 더 빠져들게 돼. 그럼 대화도 좀 더 깊고 진해지게 되고… 


난 계속 그 상태가 좋고 그렇게 쭉 가길 바라는데…. 어떤 남자들은 이 대목에서부터 자기 일이나 일상을 나와의 관계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마치 자신이 어디 홀렸다가 정신 차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게 해.

 


엄마 : 그런 타입의 남자들과는 처음 시작이 어떻게 되니?

 

: 보통 남자들이랑 다르지 않은 것 같아

근데 그런 남자들은 외모적으로든 성격적으로든 매력이 있어서 꼭 여자들한테만이 아니라도 인기가 많아


그런 남자니까 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차에 남자가 나에게 호감을 보이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놀다가 스킨십을 하게 되고 섹스도 하게 되고..

 


엄마 : 너는 그럼 그 남자들이 너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으면 안만나면 되지 않니?

 


: 그런 생각도 하는데.. 그 동안, 아니 바로 어제까지도 재미있었던 그 감정이 아쉬워서 잘 안돼.. 그런 사람 그런 관계 흔한게 아니잖아..

 


엄마 : 너에게는 그렇지만 그 남자에게는 늘상 가질 수 있는 흔한 관계잖니? 혹시 그 남자에게도 너가 흔치 않은 사람이길 바라는거니?

 

: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없지 않아..

 

엄마 : 없지 않은게 아니라 그렇구나. 그 남자가 초반에 보여줬던 너에 대한 열정이 너는 너 자체에 향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구나.

 

: 그럼 그 매력있는 남자들은 그저 섹스하려고 나에게 추파를 던졌던거야?

 


엄마 : 너가 사회적으로 웬만하다고 생각되는 남자들을 쉽게 생각해서 만나고 헤어짐에 별로 거리낌 없듯이 그들도 마찬가지인거야


그 남자들은 여자들을 많이 대해봤기 때문에 그 느낌을 아는거지. 선생이 아무리 경력이 짧아도 애들을 보면 아는 것처럼. 게다가 감이 조금 남다르다면 더욱 잘 알겠지. 그런 사람들을 매력 있다고 하는거잖니


남의 생각을 알고 끌어당기는 사람. 교사 중에서도 좀 더 참교사이려면 남을 지도하려는 사명감이나 천직의식 같은게 있어야 하잖니? 성적으로 매력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본인이 이미 성적 욕구를 좀 더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인거지. 그걸 본인이 인지하고 그 힘을 사용해서 이성을 끌어당기는거야


그렇게 그냥 타고난건데 그걸 나쁘다고 하는 얘기는 아니야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인거지. 자신이 선생인걸 마치 특별한 감투를 쓴 것처럼 생각하고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너무 오바해서 훈장질을 하려고 하는 사람을 같잖은 선생질 한다고 하지 않니? 자신이 선생이라는 그 생각, 남을 가르치겠다는 그 욕구에 자기도 모르게 몹시 취해 있는거야


그렇게 가르친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은 깊이 하지 않아. 오직 자신은 가르치면되는거야. 성적 욕구가 강한 사람도 그 욕구에 취해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의 욕구를 풀면 되는거야.  


21세기 인간이라 어느정도 상대방의 미래에 대한 배려가 있긴 하겠지만 그보다 자신의 욕구를 푸는 게 먼저인건 어쩔 수 없는거지.

 

: 하지만.. 그렇게 나쁘거나 여자를 해칠 것처럼 보이지 않는걸요…?

 

엄마 : 남자를, 일반 사람들을 등급 나눠서 생각하고 차별대우하는 너를 사람들은 쉽게 알아보겠니?


사기꾼은 사기꾼같이 생기지 않았다는걸 잘 생각해보렴. 매력 있는 사람들은 매우 영리한 사람들이야


자신의 욕구를 교묘하게 잘 포장할 줄 알지. 학교에서 인기 많은 선생들을 떠올려봐. 그 사람들이 과연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을까? 아니면 정말로 학생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보통은 자신의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사람 좋고 착한 선생 이미지로 포장하거나 잘 가르치는 설명충 이미지로 포장하지. 간혹 아주 영리한 아이가 그 선생의 본질을 간파해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 그 선생은 자기 인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단다. 그 아이를 건방지다고 내치거나 아이 앞에서 쩔쩔매거나 혹은 그 아이에게서 배우고자 결심하거나.. 자신의 욕구에 취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게 되는 순간이지


성적매력이 있는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야. 자신의 성적 욕구를 이성에 대한 매너나 재치, 말빨 같은 것들로 포장하고 있다가 그것에 동조해 주는 이성이 다가왔을 때 포섭해 버리는거야. 무식한 양아치라면 아무나 가리지 않고 잡을 거고 그래도 이것저것 고려할 줄 안다면 어떤 기준에 의해서 이성을 잡겠지.

 

: 그럼.. 그런 사람들은 결론적으로 안만나는게 좋은거에요?

 

엄마 : 그런 사람들이 공식적인 범죄자도 아닌데 너가 일부러 가린다고 해서 가려지겠니


너가 진심으로 그런 사람들과 관련없게 될 때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게 될거야. 니 인생에 등장하지 않거나 나타나더라도 너에게는 다른 모습을 하게 되겠지.

 

: 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거죠?

 

엄마 : 니 인생에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너가 스트레스 받게 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니?

 

: 오지랖 넓은 사람.. 잘난 척 하는 사람나를 이기려고 드는 사람아아결국은 날 이기려고 드는 사람으로 묶이는 것 같아요.

 

엄마 : 그래 바로 그거야. 너는 항상 이기고 지고를 따지는 생각을 품고 있는거야


인간관계를 갑을 관계로 살고 있는거지. 항상 갑이고 싶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을로 숙이고 들어간다는 생각 하지 않니? 하지만 궁극적으로 너는 갑이고 싶은거지. 너는 항상 둘을 비교하는 습관이 있는거야. 나와 타인, 타인1과 타인2, 선과 악, 우와 열, 과거와 지금 등등.. 


너가 의식적으로 인지 못하는 순간에도 너의 무의식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내 딸아, 지금껏 살아오면서 오롯이 오늘을 즐겁게 만끽해 본 적 있니? 지금 상황이 어떻든 어제까지 어땠든 미래가 어찌 되건 지금 당장 순간에 그저 내 속이 가득 차 있는 듯한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하루를 아무렇지 않게 지내본 적 있니?

 


: … 없었던 것 같아요.. 항상 뭔가 걱정스런 기분이고.. 뭘 해야하는데 안하고 있는 듯 초조하고.. 


지금까지 잘못 살아온 것 같은 실패감도 들고.. 나중에 잘 될지 한숨도 나오고내가 좋아하는 남자랑 행복하게 지내는 상상을 하는 순간 말고는 반나절도 그렇게 꽉 찬 기분으로 지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엄마 : 너가 항상 분열되어 있어서 그런거란다지금 순간 정말 너가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면서 살고 있는게 아니라 90퍼센트는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에 잠겨서 부유물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인거지..

 

: 분열정신분석 같은게 생각나네요. 그럼 나를 하나로 모아야 하는건가요? 어떻게?

 

엄마 : 하나로 모으는게 무슨 생각을 한가지만 하라는 그런게 아니고.. 너의 의식을 지금 여기로 모으는 거야. 너의 몸이 있는 지금 여기에 니 몸과 생각, 감정이 하나로 모아지는거지


그게 바로 너라는 행성의 탄생인거야. 너는 너만의 주기를 가지고 자전하며 다른 행성들과 만나야 해.

 

: 그걸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엄마 : 모른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는 것처럼 해봐. 우리가 문제를 풀 때 모른다 생각하고 그냥 손놓고만 있니? 답을 내려고 이렇게 저렇게 계속 연구해보잖니


그리고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중요한건 전문가에게 정답을 듣더라도 풀이과정을 스스로 체화하지 않으면 다시 문제를 봤을 때 아무것도 모르게 되는 것 경험해봐서 잘 알고 있지?

 

: 수학 때문에 정말 잘 알고는 있죠. 그럼 일단 의식을 지금으로 모으는 게 무엇인지 답을 내보려고 이리저리 궁리해본 후 전문가나 책을 보고 답을 알게 되더라도 그것이 무엇인지 내 몸으로 완전하게 터득하는 것을 멈추지 말 것.. 이렇게 명심하면 되나요?

 

엄마 : 그래 그 정도로 정리하면 되겠구나. 그리고 다시 너의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남자와의 만남에서 오는 불안감, 성적 매력이 강한 남자들과의 만남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도 너가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겠니?

 


: 내가 성적 매력이 강한 남자에게 끌리는 것은 아마 나도 성적 욕구가 강한 편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성적 욕구 자체에 너무 취해 있었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그런 남자와 쉽게 섹스를 했어요. 그리고 그 후는인간관계를 갑을로 따지는 나의 본모습으로 돌아와서 내가 완벽한 갑이 아닌 것 같은 상황에 억울해하곤 했죠


섹스 전까지는 남자가 나를 갑인 듯 느끼게 했으니까 괜찮았는데.. 섹스에 대한 나의 그릇된 인식도 문제인 것 같아요. 남자 양아치들이 섹스하고 먹튀하는 소설이나 드라마의 자극적인 느낌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고, 남자에게는 섹스만이 전부다, 여자는 몸을 주면 다 끝이다, 진짜 결혼할 사이는 혼전 섹스 안해야 한다 등등의 이야기들이 세뇌되어 있어서 남자와의 관계가 더욱 불안했던 것 같아요


이건 뭐 갑을관계의 끝판이죠…. 


그래서 섹스를 하고 집에 들어와서 혼자 있게 되면 엄청난 불안감이 올라오고 그 날 연락이 없게 되면 먹튀놈이 되는거에요.. 집에 오면 집에서 내가 할 일을 해야 하는데 나는 계속 그 남자를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거에요. 애당초 먹튀의 상황을 내가 만든 것 같아요. 내가 나라는 행성으로 건강하게 움직이고 있는게 아닌 성적 욕구만 툭 튀어나와 남자가 그걸 느끼도록 만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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