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부터 별 일이 없으면 엄마나 아빠한테 연락을 먼저 안한다.
오죽하면 집에오면 전화기도 쳐다 보지 않는 아빠가
먼저 전화를 걸어서 생존신고라도 하라고 보채기까지 하는 딸이다.
내가 전화를 잘 안하는 이유는.
전화를 해서 할말도 없고, 뭐 매일 밥 먹고 똥싸고 잠자고 사는데
그걸 말하나 싶어서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야 연락을 안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는 말이 있듯.
오랜만에 엄마한테 선카톡이 온다.
엄마: 딸 뭐해?
밥은 먹고 살아?
나: 그럼 먹었지.
엄마: 뭐해?
한다는 일은?
정신좀 차리고 살자.
기분이 팍 하고 상했다.
한다는 일에 대해 성과에 대해 들어 볼 생각도 안하고
바로 정신 좀 차리라고 살라니...
나: 엄마 뭐해?
회사 일은?
정신 좀 차리고 살자.
엄마: 티비봐.
나: 엄마 내가 저런 카톡 보내니깐 어때?
엄마: 무슨 카톡?
나: (사진_ 엄마뭐해?~정신좀차리고살자. )
이 카톡 받으니깐 기분 어때?
엄마 기분이 어떤지 잘 생각해봐.
진짜 엄마가 나한테 이런말 걱정되서 하는거 같지만
내 입장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 아니라는 거 알아줬음해.
엄마: 헐.
나: 날 비정상적인 걸로 취급 하지마.
엄마: 엄마 말 안 듣잖아.
나: 엄마 말 잘 들어야 엄마 딸 아니잖아.
엄마가 낳아서 엄마 딸이지.
엄마 딸이라서 엄마 말 잘들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엄마: 장한 딸~ 굿!!
나: 비꼬지마.
내가 잘나서 이러는 거 아니야.
엄마: 아~ 못당해..
나: 난 엄마랑 이런 대화하고 싶지 않아.
나: 엄마 스쿼트 하고 있어?
내가 저번에 알려준거 그대로?
허벅지 뒤쪽이랑 엉덩이 신경써서?
엄마: 응. 지금 하고 있어.
내년에 이사가면 같이 살자.
나: 그때 가서 보고.
엄마한테 저렇게 가슴 후벼 파는 소리 하고 싶지 않다.
엄마도 약자라는 걸 알고.
엄마가 나한테 왜 그러는지도 안다.
내가 엄마한테 얼마나 중요한 딸인지도 안다.
근데 그건 엄마 인생이고.
내 인생에는 엄마가 매우 중요한 건 아니니깐.
나는 엄마랑 이런 이야기를 좀 그만 하고 싶다.
엄마에게 훈계하듯 말하는 딸.
딸에게 비꼬는 듯 말하는 엄마.
이 모녀의 관계가 좀 인간대 인간의 상호존중적인 이야기가 있었으면
혹은 엄마 자동차로 전국 여행을 하고 싶은데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그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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