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충의 밤.

by 모솔인척 posted Feb 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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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통화를 한다. 


각자 할 이야기를 하고 

그에 맞춰 응. 응. 응.

긴 정적.


다시금 다른 말을 한다.

다시 맞춰 응.응.응. 그리고 아~

또 한번의 긴 정적. 


길고 긴 정적. 


그래, 알았어. 이따 전화 하자. 



항상 우리의 대화에 있어서 잘못한 쪽은 내가 많으니깐. 

내가 잘 못했을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때도 있다. 

항상 나만 잘못 했을까? 

정말 나만 문제가 있는 걸까?


상대방이 나에게 느끼는 그 감정을 

나도 상대방에게서 느끼고 있는데.. 

왜. 나만 개선 되어야 할까. 



맥주 3캔을 마시고 나니 쫄았던 마음이 사라졌다. 



우린 왜 전화를 하면 깊고 긴 정적이 있을까.. 

난 이거 나에 대한 문제점 찾았어.

오빠는 오빠에 대한 문제점 알아봐봐..




남자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예전에 전화를 받을 때 딴짓을 많이 해서 

그거에 대해 기억이 있어서

계속 딴짓을 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요즘 전화기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고. 


나는 겁도 없이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오빠한테 이런말 하기 미안한데.

"나는 오빠한테 관심이 없어."

오빠가 정해 놓은 것에 잘 맞는 사람이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 


여기에 덧붙이자면, 

내가 들었던 바로는. 

내가 이야기를 할때 집중도가 낮아서 

대화의 밀도가 낮아 진다고 고민을 털어 놓은 적이 있다고 했다. 



말이 많은 타입이 아닌 나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싶다.

그런데 남자친구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서만 말이 많다. 


우리의 대화를 쭉 들어 봤을 때. 

내 실수와 내 잘못이 90%를 차지한다. 

인정하고 또 인정한다. 


남자친구가 내가 대화에서 실수하는 것들을 다 고친다면 

과연 우리의 대화에 긴 정적이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 그 대화는 지금보다 10%정도 더 좋아지겠지. 

하는생각이 든다.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얀 A4 용지를 꺼내서 이렇게 적었다. 


나는 오빠에게 관심이 왜 없을까?

나는 오빠에게 관심이 없다. 

왜 없을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왜 모를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그럼 왜 질문을 하지 않는가?

질문을 못하겠다. 

.

.

.

.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씩 대답해 간다.

그러다 보니 이런 결론에 달았다.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고민이 없을 거라고 생각 했다. 


관심을 갖는다는 건 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자 하는 거구나. 


이 결론에 도달했고

오빠의 고민을 적어 내려갔다. 

5가지 정도의 고민을 적었다. 

그리고 그 5가지에 대한 해결 방안이 무엇이 있을까 적어 내려 갔다.


그 해결 방안을 적다 보니 이상하게 

내 이름이 거론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고민이 내가 늘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이였고,

내 고민을 해결한다면,

이 사람의 고민도 해결될 것이다.라는 것을 알았다. 


재미있게도, 

너에 대해 고민 하니 나에 대한 해결이 보였고

나에 고민이 너의 고민이라는 것도 알았다. 


종이 2장을 채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쓰면 뭐해. 

말로 할 수 있어야지. 

일방적으로 내 생각만 나열 했는데. 

답답함이 머리끝까지 찬다. 


다시 쭉 읽어보지만.

감정이 하나도 없다.

이러니 이걸 대화로 이어 갈 수가 없다.

보고서같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면.

아니 이 보고서를 글로 보내는 것도 문제다.

이런 보고서에 어떤 답장을 주겠는가. 

그냥 아.하고 보겠지. 


이제 알았다.

내가 보낸 이메일에 답장이 없는 이유도.

통화의 정적도

대화의 불편함도. 


감정의 물기를 꽉 짜낸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고 있는 나때문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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