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는 원래 일 중독인가..

by 금선 posted Dec 14,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1.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로 지낸지 2년이 됐다.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 하나하나가
다음에 들어올 일을 결정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일을 절대 게을리 할 수 없다.

그런데 솔직히 어지간히 잘하지 않는 이상
나에게 관심을 주는 클라이언트는 없다.

아직 이 세상에는 나보다 날고 기는 놈들이 널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일에
일단 모든 정성을 쏟을 수 밖에 없다.

적당히 해서 별 차이 없을 수 있지만,
마음이 불안한 것이다.


2. 최근 4개월동안 지원사업을 거하게 받았다.

덕택에 직원도 뽑았는데 사무실이 없었다.

밤비님이랑 통화하면서 내 사정을 털어놨다.

“직원을 꼭 뽑아야하는데 사무실 차릴 돈이 없어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집에다 차려야지.”

그래서 진짜 집에다가 사무실을 차렸다.

내가 사는 집은 너무 작아서 안 되고
부모님 집에 널찍한 방이 있는데
거기다가 이마트에서 산 접이식 책상 두개를 깔고
모니터 4개를 올렸다. 요즘 다들 노트북 하나 정도는 갖고 있으니까
데스크톱 없이 모니터만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사업을 진행하는동안
다른 외주를 받지 못했다.

지원 사업 과제를 수행해야했기 때문이다.
사실 외부에서 일이 안 들어오기는 했다.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


3. 지원사업이 끝나고 난 빚이 늘었다.

보통 지원사업하면 돈을 이리저리 꽁친다는데
나는 정말 거의 대부분의 돈을 사업 수행하는데 쏟았다.

최선을 다했고 당연히 후회는 없었다.

돈이 이럴 때 정말 좋았다.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4. 은행에 가서 신용대출을 받았다.

당장 내야할 세금이 있었다.

‘이대로 일이 안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 영업이라도 뛰어야하나?’

당장 이번 달에 내야할 카드값이 없었다.
이번 달 집값도 못냈다.
핸드폰 은행 어플로 잔고를 확인했을 때 0원이 돼 있었다.
보험이랑 내가 하는 일 때문에 매달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이 꽤 많았다.

문득 두려워졌다.
나름 다른 사람으로부터 일을 받을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만한 결과를 보여줬다고 믿었는데
현실은 텅텅 비어있었다.


5.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의 와이프였다.
짧은 인터뷰인데 횟수가 많고 대신 돈은 많이 줄 수 없다고 했다.

덮석 물진 않았지만, 친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준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를 기억해줘서 고마웠다.
갑자기 내가 떠올라서 전화를 했다고 했다.


6. 다음 날, 작년 이맘쯤 나에게 외주를 줬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급하게 견적을 물어봤고 당장 내일부터 스케쥴 진행을 해야한다고 했다.
견적을 조율하고 내가 손해인척하면서 일을 받았다.

정산을 받을 수 있는 정확한 날짜를 알고 싶었지만,
담당자가 확실히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7. 그날 밤, 여자친구가 링크 하나를 보내줬다.

사업 공모 게시글이었다.

흥미로운 건, 발표를 하고 그 자리에서 사업 진행 여부가 결정나는 것이었다.

다음 날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1시간 30분 정도 운전을 하고 발표 장소를 갔다.

내 발표를 들었던 4개 회사 중 1개 회사가 나에게 외주를 맡겼다.


8. 며칠간 정신이 없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내가 만든 결과물이
내가 앞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오늘도 하루의 대부분을 일만하다가 겨우 누웠다.

일을 많이 해도 불만은 없다.

다 내 돈이 되기 때문에.
이것 또한 내 소중한 포트폴리오가 될테니까.

그런데 이렇게 계속 지내면
내가 쓰고 싶은 시나리오 못 쓸 거 같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