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링이와 축구를

by 탐구생활 posted May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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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고 계시다 시피 제가 서사의 물리학을 듣고 있어서요.

소설을 한번 써볼까 해요 :)


근데 해적분들이 서사의 물리학의 콘텐츠에 비해서

관심이 너무 없으신거 같아요.

서사의 물리학은 야광기술과 대등할 정도로

신선하고 또 완성도 있는 강의에요.


야광기술이 섹스를 야광스럽게 배우는 것이라면

서사의 물리학은 또 완전 다른 측면에서 '이야기'를 배우는 것이거든요.


혹시 이야기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영화, 소설, 드라마, 유튜브, 노래, 춤, 대학 강의, 연설.

저는 섹스 없이도 못살지만 이야기 없이도 못 살아요.


섹스를 못하던 중고등학생 때는 이야기가 인생의 전부였어요.

이야기는 섹스보다 접근하기 쉽고 우리 생활에 공공연하게 밀접해있어요.


사람들은 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또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나는 왜 이야기가 중요한지

궁금하다면?


저는 배워야한다고 생각해요.

대학교 등록금 몇백만원씩 주고 학교 강의를 들었지만

정말 이 강의 뭐하는지 궁금하다 저 교수님에게 꼭 배워보고 싶다.

이렇게 수강신청 해본 적이 없어요.


선배들이 "이 강의 배울 것은 많은데 진짜 빡세다."

그러면 저는 웬만하면 피했어요.

대학교 힘들게 다닐 필요 있나요.


근데 야광기술이나 서사의 물리학은 꼭 배워보고 싶더라구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야광이 저의 진짜 대학교에요.



아 소설 제목은 B친놈이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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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은 주말 아침.

잠 기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일어나면 거실에서는 아이들의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 아이들과 같이 살 때는 더 자고 싶은데 못자니까 짜증이 났었는데

이제는 마치 엄마가 설거지 하면서 부르던 노래처럼 익숙하다.

여느 알람소리와 같이 기분 좋진 않지만 신경이 계속 쓰이다 보면

어느새 잠 기운이 달아나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게 한다.

 

여자친구는 여전히 자고 있다.

아이들 소리에 나보다 훨씬 익숙해서 그런지 전혀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서 찌뿌둥한 몸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는가?

그건 바로 여자친구를 껴안는 것이다.

 

손을 스윽 갖다대면 자다가도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스르륵 등을 돌리고 나에게 몸을 밀착하는 여자친구를 꼭 껴안고 그녀의 옷 자락에 코를 박고 숨을 들이쉬면 찌뿌둥함이 온몸으로 설설 퍼져 개운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 여자친구를 이뻐해줬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단란하고 좋잖아.

 

쉬야를 하고 거실로 나가보면 애들이 싸우고 있다. 아직 치고 박고 싸우진 않고있지만...

"내 방에 들어 오지 말라고!!" 찌링이가 소리를 지른다.

쭈쭈는 실실 웃으며 "아 알겠다고~ 지금 나가고 있잖아~"라며 슬금슬금 약을 올린다.

저러다가 동생한테 한 대 맞고 억울하다고 엄마를 찾아갈거면서 왜 그러는 걸까?

맞아서 억울한 것 보다는 동생을 약올리는게 인생 최대의 낙일 정도로 즐겁나 보다.

아닌데... 저런 짓은 심심할 때만 하던데...

 

"휴우-" 초딩 답지 않은 한숨을 쉬며 찌링이가 나에게 다가온다.

오빠에게 말할 때 보다 훨씬 얌전한 목소리로 "합팝~ 오늘 축구하러 가면 안돼?"

"? 축구? 언제에~?" 공놀이 하러 가는건 재밌지만 선뜻 대답하지 않는다.

"이따가 합팝 준비 끝나면" 수줍은 척 찌링이가 대답한다.

"... 그래 알겠어"

기뻐하면서 내 몸에 올라 탄다. "그러면- 지금 9시니까 9 30분에 가자"

"? 나 지금 일어났는데???"

"그러니까아 준비 금방 하잖아"

"...10시에 나가자 그럼" 아무리 그래도 일어나마자 축구하러 나가자니

"9 50"

"안해 안해 나 안나가 그럼"

"알겠어 그럼 9 59"

"하아 그래"

 

왜일까? 축구하러 간다고 하기 전에는 분명 수줍던 아이가 간다고 말하자마자 돌변한다.

축구하러 가는건 당연한게 되었고 이제는 일찍 가자고 졸라댄다.

증말 피곤하다. 주말 아침엔 침대에서 응? 좀 낙낙하게 치대고 싶은데 말이야.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의 아침을 만끽하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한껏 웅크리고 휴대폰을 만지작 거린다.

10시 딱 맞춰 나가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 되었다. 찌링이는 수시로 시계를 쳐다보며 내가 늦는지 감시하고 있다.

 

준비를 마치고 상쾌한 기분으로 찌링이와 집을 나선다.

아 여자친구에게 인사하는 걸 까먹었다. 자고 있어도 인사를 안하고가면 서운해할테니까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찌링이랑 축구하고 올게~' 말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둘이서 학교 운동장을 가는 길에는 평소에 안하던 얘기를 하게된다.

학교에 짜증나는 친구 이야기,

우리 아파트 페인트 칠하는 이야기.

질문을 많이 하는 친구라 내가 회사에서 무얼하는지 물어볼 때도 있다.

아니면 내가 오빠가 짜증나지 않냐면서 얘기를 꺼낼 때도 있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꼬꼬마와 대화하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운동장에 도착하니 덩달아 나도 신난다.

예전엔 공도 못차던 아이가 이젠 제법 잘 차서 진짜 진지하게 차면

공이 빨라서 내가 못 막을 때도 있다.

나도 진지하게 막으면 다 막지만 노는데 그러면 재미 없으니깐

초등학생이 되었다고 치고 몸을 느슨하게 만들어서 논다.

 

골을 먹히면 당황스럽고 놀란 표정으로 찌링이를 쳐다보는데

몹시 즐거워하며 어서 공을 달라고 쳐다본다.

 

이번에는 내가 골을 넣을 차례다.

약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강하지도 않게 차는게 꽤나 어렵다.

초등학생 때는 정작 축구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어 하니까 여전히 잘 못하네.

 

찌링이는 굴러가는 공도 무릎을 꿇고 선방을 날린다.

골키퍼가 몸을 내던져 공을 막는 모습이 멋있었나보다.

 

내가 공을 차서 골이 먹히면

찌링이는 대뜸 저기 10시 방향으로 공을 찬다.

내가 툴툴 거리며 공에 달려가면 낄낄 웃는다.

 

초등학생 때 제대로 놀지 못한 어른 마냥

뛰놀다 보면 꽤나 힘이 든다.

찌링이도 질렸는지 정글짐에 가자고 한다.

 

정글짐에서 술래잡기를 하는데 찌링이는 나를 잡는 걸 좋아한다.

내가 잡으려고하면 너무 무섭나보다.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무슨 범죄자라도 되는냥 도망다닌다.

내가 너무 잘 도망치면 갑자기 없던 룰이 하나 씩 추가된다.

합팝은 1층 금지, 합팝은 한 팔만 써야됨.

말도 안되는 룰이지만 이게 나름 운동도 되고 재밌다.

나 어릴 때도 이렇게 스릴있게 노는게 흔치 않았던 것 같다.

 

미끄럼틀은 너무 작고 옷도 베리니깐 나는 안 타고 구경만하고

축구공으로 농구도 하고 새가 똥싸는 것도 구경하고

집 밖에 나가면 재밌는게 많다.

 

다시 축구를 하다가 내가 공을 찻는데 위로 살짝 뜬 공이

찌링이 등에 맞았다.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한다.

내가 오버했나 싶기도하고 저 작은 애가 공을 맞으니 미안했다.

공을 몇번 차고나서 이제 집에 가자고 한다.

 

터벅터벅 운동장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를 걸어 간다.

갑자기 찌링이가 말을 꺼낸다.

"나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랑 같이 살고 싶어"

"? ?"

"그냥, 합팝이랑 같이 안 살고 싶어"

"... 그래?"

찌링이는 원래 할머니 집에서 살고 있다가 나랑 같이 살게 되었다.

 

갑작스런 얘기에 속상했다.

내가 욕심부린걸까.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지도 못하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해버린 걸까.

이럴거면 나는 왜 굳이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면서 큰 집을 구했을까.

여러 생각들이 머릿 속을 교차했다.

그리고 우울해졌다. 몸이 축쳐졌고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말을하면 누구든 기분을 안 좋게 할 것 같다.

아니 내가 안 좋은 소리를 들을 것 같다.

 

속상한 걸 마음으로만 담고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여자친구에게 말했다.

"찌링이가 나랑 같이 살고 싶지 않데"

"?"

"몰라. 공 맞아서 속상한 건지..."

 

여자친구는 찌링이에게 가서 물어본다.

"너 합팝한테 같이 살기 싫다고 그랬어?"

""

"왜 그랬어?"

"할머니집에는 이모 있고 삼촌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고 재밌잖아"

 

그저 아이가 속상해서 투정 부린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는

이 일로 한동안 우울했다.

 

그래도 위안이 되었던 것은

여자친구가 이유를 물어봐줬다는 것.

그리고 찌링이도 쭈뼛쭈뼛하며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정말 정말 진심 100%로 얘기한 게 아니라는 것.

두 가지가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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