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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밤비쌤이 필라테스 카페에 올린 강의 일지를 다들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아직 카페에 가입을 안 한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전문을 올려볼게요.





브리님은 레슨 3주차가 지나도록

복부 근육의 신경을 채색하는 것에 대해서

어려워하던 중이었다.

나 역시도 이 점에 대해서 열흘 정도 고민이 깊었다.

오늘 레슨을 통해 드디어 그 원인을 알아냈다.

아르키메데스처럼, 수업 중에 몇 번이나 소리를 질러댔다.

바로 그거라고, 맞게 이해했다고, 그 느낌 그대로 앞으로 계속 해나가면 된다고!

이럴수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있어서

'들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 채로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구나.

​레슨 마친 후에 교육생들이

주섬주섬 꺼내 보이는 고민거리.

실은 이것이 가장 하이라이트라는 것을 교육생 그들도 알고 있을까.

브리님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망울이었지.

​수업 시작 전에 언뜻 보았던,

토실토실해진 브리님의 삼두근.

그녀의 삶도 앞으로 더욱 우람해질 것이다.




​일지에 등장하는 수강생인 저는, 글을 읽고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눈에 눈물이 고인 채로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이 글이 계속 생각이 나는 거에요. 이 열 줄 남짓한 글이 왜 계속 여운이 남고 또 이렇게 충격적일 정도로 의미가 있는 걸까 알고 싶어졌어요.

도대체 왜? 어떤 점이? 그래서 댓글을 단 이후에도 일지를 몇 번이고 끊임없이 읽었습니다. 사실 열흘 동안 고민했다는 내용도, 토실한 삼두근에 대한 응원도 감동이지만




읽고 또 읽으니 느껴지는 것.

제가 터지듯 울컥할 정도로 감동을 받은 이유는 바로 이 구절에 있습니다.



‘브리님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그렁그렁한 눈망울이었지.’



이 구절을 저는 이렇게 읽었어요.


‘응 너의 마음을 내가 알아’



수업 후 선생님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한 시간은 고작 5분 남짓. 5분의 짧은 시간으로도 상대방의 눈빛이 보일 수 있는 거구나.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었구나...





그런 감상을 느끼던 와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과거에 좋아했던 사람을 만나러 프랑스에 갔을 때, 그에게 과연 제 눈빛이 보이기나 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지금보다 천 배 만 배 더 슬프고 박살나기 직전의 눈빛이 그에게 보였을까요? 우리는 5분이 아니라 이틀을 같이 보냈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거꾸로 저는 그 사람 눈빛을 제대로 보았을까요?


아뇨. 그가 눈 앞에 있는 저한테 요만큼도 관심이 없다는 걸 그때 몰랐어요. 왜냐면 저도 현실 속 그 사람보다는 기억 속에 박제된 과거의 그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이틀이나 함께 보냈지만 대충 거의 각기 다른 시공간 속에 있던 것과 다름이 없었어요.




세상에 씨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어떻게 그 사람은 제 눈빛을 못 봤을까요.


어떻게 저는 그의 눈빛이 안 보였을까요.


제가 태어나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마저 잘 안 보였는데 다른 건 어땠을까요?



가족이며 친구며 스쳐온 사람들, 주변, 일, 삶, 꿈 기타 등등을 제대로 보기나 했을까요?

저는 무엇인가를 제대로 본 적이 있을까요? (간혹 스치듯 운이 좋게 얻어걸린 경우는 빼고). 



마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의 술래처럼

뒤를 돌아보는 순간에만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나봐요.

아주 스치듯이.



누군가가 제 마음을 깊이 알아준 적도, 상대의 마음을 제가 깊이 알아준 적도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이 절망적인 사실을 이렇게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소외하고 소외받던 날들.

계속 겉돌던 날들.



상대방에게 공감했다고 느낀 순간들조차

어쩌면 상대가 아닌 나의 주관적인 판단과 기억 혹은 감정에 공감한 걸까요?




저는 실체가 없는 일방적인 착각, 판단, 오해, 상상과 관계를 맺어온 걸까요?





그런 이유로 갑자기 제가 느끼는 감정이나 감각, 느낌까지도 사실은 전부 왜곡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물밀듯이 밀려왔어요. 마치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듯이 그렇게 느낀 걸까 하고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극심한 공포가 밀려와 숨이 턱턱 막혔어요.


어찌할 바를 모르는 두려움과 공포와 허무함 때문에 사흘을 내리 제대로 잠을 못 잤습니다. 또한 이 세상이 환상이라고 하는 것도 있는 그대로를 보는 대신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만 보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대학생 때, 학교 익명게시판에 얼굴도 모르는 미혼모 후배가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아이를 입양기관에 맡기고 왔는데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집도 망하고 돈도 없어서 데려올 수 없다. 너무 괴로우니 차라리 자살을 할까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 글에 열심히 댓글을 달며 어떻게든 도와주겠다며 새벽까지 설득했고 결국 연락처를 주고받아 실제로 만났어요. 그리고 뜻이 같았던 다른 친구랑 합심해 제 신상을 인터넷에 모조리 공개한 후 후원회를 만들어서 그 후배가 아이를 데리고 와 키울 수 있게 모금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상대방의 고통과 슬픔에 이입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후배의 고통 보다는 제가 겪어본 슬픔, 사정 상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못하는 감정에 더 이입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런 상대방에 대한 깊은 연민조차 알고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일지도 모르겠어요. 상대방에 대한 공감이라는 건 상대방이 겪은 사건과 감정을 나도 겪은 적이 있을 때만 가능한 걸까요?

과부 심정은 과부만 안다는 속담이 정말 맞는 말일까요?





최근 자취하는 친구의 오피스텔에 밤늦게 모르는 남자가 와서 벨을 누르고 간 일이 있었어요. 당시 친구는 너무 만취해서 인터폰에 비친 남자 얼굴도 제대로 못 찍었다고 해요. 그리고 다음 날 술에서 깨니 그 사실이 기억이 나서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남자친구 집에 피신을 갔다는 얘기를 전화로 하더군요. 그 전화를 받으며 심경을 물으니 그냥 언젠간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자기한테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 일어났고 이 사건에도 어떤 배움이 있을거다 라고 얘기를 하는거에요.




그렇다면 이 친구는 왜 나한테 전화를 한 걸까, 나는 무슨 얘기를 해 줘야 하지?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서 답답했어요.

40분을 통화했는데 그 시간이 마치 4시간처럼 느껴지고 이 친구가 원하는 게 뭘까를 느끼려 해 봤지만 전혀 모르는 제 자신에게 충격을 받았어요.





위로를 원하는 걸까,

해결책을 원하는 걸까,

혹은 비슷한 일을 겪어본 적이 없어 역지사지를 제가 할 수 없는 걸까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결국 제 식대로 그녀를 판단하고 의미없는 해결책만 잔뜩 제시했어요.






아아...



제게 상대방이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이 불감증이 해소되길 원해요.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제 기준으로 보고 판단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있는 그대로 보였으면 좋겠고 그걸 느끼고 싶어요. 그렇게 된다면 진한 공감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따라오게 되겠죠.

또 상대방이 있는 그대로 보인다면 명인이 만든 된장인척 잘 포장한 똥도 가려낼 수 있을 것 같고요. 반대로 언뜻 돌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니 티파니 다이아몬드인 사람을 알아보는 기쁨도 누릴 수 있겠죠.




누군가가 제 마음을 알아주는 경험을 이렇게 진하게 해보니, 이 맛을 계속 먹어보고 싶어졌어요. 

계속. 계속. 계속...

누군가가 제 마음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경험이 주는 기쁨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존나게 크다면, 제가 상대방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경험도 엄청나게 큰 기쁨이 되리라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맛으로 사람들을 느끼는지도 알고 싶어졌어요. 그런 공감, 교류, 의식이 닿는 맛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고 싶어요.




저는 바라건대 상대방의 맛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맛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상대방의 깊은 곳에 들어가 잠시 잠깐이라도 들여다보고 만져줄 수 있는 그런 사람.

그게 이번 생을 가장 기쁘게 사는 방법이 되리라 이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진정한 의미에서 상대방과 또 세상과 섹스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섹스는 이렇게도 삶에 적용이 된다는 걸 야광수업을 통해서 배우게 되네요. 





그런데 아직 방법은 잘 모르겠어요...ㅠㅠㅠ 암담쓰.......

달리기 세미나에서 배운 내용으로 쓰자면 계속 움직이고, 몸을 느끼고, 사람을 만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며칠 전 오랜만에 데이트 라는 걸 했는데 굉장히 즐겁더라고요^^ 하지만 역시 상대방이 잘 보이지 않다는 걸 다시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일단은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제게 상대방이 잘 안 보이고 안 느껴지는 불감증이 있다는 걸 고백하고 받아들여봅니다.

받아들이는 것부터 이 불감증이 천천히 해소되리라 믿어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주변이 잘 보이는지, 혹은 저처럼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 불감증이 있는 분이 있는 지 궁금해지는 아침입니다.






* 참, 어제 통화를 하니 밤비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글로 교류를 하고 싶어서 무심코 그 글을 쓰셨다고 해요.

무심코 쓴 글이 가져온 이 울렁울렁한 파장을 계속 느끼면서 글을 썼습니다.

전화로도 말씀 드렸지만 글로도 다시 말씀 드릴게요.


강의 일지 써 주셔서 많이 많이 감사합니다.






  • profile
    밤비 2021.06.15 11:01
    대부분의 아줌마들이

    '어떻게 섹스해야 남편이 좋아할까'

    '어떻게 신음소리를 내야 남편이 바람 피우지 않을까'

    에 대해서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혼여성들이 섹스를 할 때에


    '여성상위를 어떻게 해야 남자친구가 좋아할까'


    ''어떻게 핥고 빨아야 남자친구의 발기가 죽지 않고 최대한 빨리 사정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알고 싶어합니다. 

    수천만명의 사람들의 질문 패턴이
    신기할 정도로 똑같다는 것에 대해 
    이제는 거의 어지럽기까지 해요.  





    의식의 화살표의 방향이 애초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9년간 블로그나 방송 뿐 아니라

    유료 교육생들에게도 목 터져라 강조해왔지만





    이 말을 이해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고

    수신 성공률이 이토록 암담한 이유에 대해서

    요즘 들어 깊게 고민하던 차였어요. 





    '그렇다면 이 친구는 왜 나한테 전화를 한 걸까, 나는 무슨 얘기를 해 줘야 하지' 라는 식으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해내려 하는 잘못된 사고패턴을





    스스로 반성하는 이 글에 크게 탄복하였습니다*_^ 


    아주 오랜만에 강의오르를 느끼는 불요일 아침이었습니다(_ _)
  • profile
    브리 2021.06.15 19:17
    to : 밤비
    머리 싸매고 앓아누웠던 사흘이 선생님 댓글로 한번 더 정리가 되었어요.


    보려고 하면 볼 수 없는 그것들.



    의식의 화살표 복습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총총..
  • profile
    모솔인척 2021.06.15 15:06
    브리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늘 고민에 빠져 있는
    "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집중하게 되는 것.

    이것에 대한 밤비님의 댓글에
    알싸하게 조금 느껴 봅니다.

    이 와사비같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 질문.
    정말이지... 포기못하겠어요 ㅠㅠ
  • profile
    브리 2021.06.15 19:28
    to : 모솔인척
    으아 진짜 떨치기 어려워요. 
    왜냐믄 제게 너무 만성화 되었기 때문이죠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쉽사리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떨치기 어렵습니당.


    그리고 진정 상대방이 원하는 걸 정말 알고 싶은가? 그것도 아리까리할 때가 많아요. 흐ㅏ.



    일단 의식의 화살표랑 뇌구조 복습 좀 하고 오겠습니다...








  • profile
    공기 2021.06.16 10:33
    브리님 고민이 저랑 참 비슷하네요...

    그동안 속으로 얼매나 힘들고 고민이 많았을지....
    거대한 암초를 발견해서 기쁘지만 또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걱정되기도 하구요...


    물론 다른 점도 많겠지만 주관적으로 느끼는 점들이 공감이 많이 가요...


    닿는지 아닌지 상대방에게 확인이 안되면 자기확신이 없는

    내가 찐공감을 하는건가 안하는건가 이건 내 욕망인가 아닌가


    저도 지구 멘틀 저끝까지 저 자신을 파고들어봐야겠아요!
  • profile
    브리 2021.06.16 23:24
    to : 공기

    공기님이 쓰실 암초에 대한 글이 기다려집니다.



    이 글을 쓰고 나서 일상에서 아차! 내가 이렇구나 하는 순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일단 글을 쓰면 어떻게든 변화가 찾아오나 싶었어요.


섹스 상처. 섹스 서운해. 그가 미워. 다 말할래.

읽기 : '해적단' / 쓰기 :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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