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2 04:12

정을 끊었습니다.

조회 수 250 추천 수 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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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들과 훌쩍 여행을 떠나왔다.

서핑 배울거야 다짐을 

더 묵히지 않고 실행하게 해 준 나의 여자친구들.


이들과 있으며

내 어둡고 쿰쿰한 진면을 들킬까 두려워 해대던

어수선하고 호들갑스런

'푼수의 나' 연극을 멈출 수 있었다.


침묵이 무섭지 않았고

그 침묵 속에서 쏟아지는 나의 생각들도 무섭지 않았다.


차가웠던 바닷물 속 발을 담그며

우연하게도 놀랍게도

나를 제외한 두 여인들이 과거의 연인과 이 곳을 찾았었고

그 기억이 꽤나 달콤했고 아름다웠고 소중했다 말했다.


그녀들의 과거 속 아름다운 기억이

이 근처 어딘가를 찾았던

나와 그의 싱그럽던 신혼즈음 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나 또한 바닷바람 맞으며 보름달 맞으며

벌거벗은 채 쾌락에 신음했었다.

나 또한 폭죽을 터뜨리며

유치한 연인놀음에 깔깔거리고 행복에 겨웠었다.



그와 나 사이에

'이별' 이란 건 상상할 수 없던 시기가 있었다.

그의 허물 나의 허물을 죄다 뭉뚱그려 얼싸안고

손 잡으며 옆구릴 부벼가며

그저 걷고 또 걷고.

눈 맞추고 입 맞추고

시간의 멈춤 속에서

무아지경의 키스를 나누던 그 때.


그 때의 난 참 아름답고 반짝였다.

사랑받는 자 특유의

싱그러움과 보들보들거리는 윤기.

그것이 나 자체였다.


사랑해 본 적 없다. 라는 내가 줄곧 내뱉던 이 말은

그 아름답던 나를 앗아간

그에 대한 복수였던 듯 하다.


내 지극히 당연하다 믿었던 영원한 행복을 앗아간 그가

너무나 치떨리게 역겹고 미워서

그를 하찮게 여기기로 결정했었고

그것을 마구 들켜댔다.


건장하고 아름답던 미 청년은

누군가 한 번쯤 돌아볼 법 했던 그 청년은

내 눈빛과 말투에 묻어나는 하찮음. 을 알아차리면

무섭게 돌변해 치졸하고 찌질한 

남자 그 자체로 변신했다.

그리고 더이상 청년이 아니게됐다.

그는 이른중년이 됐다.


이 글을 쓰며 알아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다를게 없었겠지.

망가진 관계를 파고들면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가해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피해는 없을 것 같다.

나는 그를 용서하지 못한 죄.

그는 나를 기만한 죄.

지금이라도 쌍방과실로 얼버무려 서로를 용서한다면

뻔히 보이는 결말을 얻고야 말겠지.

 


패들링을 하고 파도를 타고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게 행복해한 하루가 끝이 났다.


저녁식사를 하며 나눴던 묵은 이야기들은

숙소에 들어와서도 좀 더 이어졌다만


나란히 눕고 앉아


너는 어떻게 만져?

나는 이렇게 만져.

그는 이렇게 만지더라고.

나도 그렇게 만져줄래?

이리와 만져줄게.

하며


아무것도 아닌 듯 연소됐다.

거짓말같은 완전연소.


섹스가 오르가즘이

나의 진통제야. 라고 말했던

어린 나의 소리없는 흐느낌은

나와는 다른 듯 너무 닮은 이 여인들에게도

똑같았나보다.


숨은 죽여 꼴깍대고

두 볼이 달아올라 열기가 일렁였다.


누구는 너무 젖어 팬티를 찝찝해했고

누구는 이 상황에 넣을 자지가 없네 분해했고

누구는 나도 느끼던거였네 내 오르가즘을 얕봐왔었네 깨달아했다.


뜨거워진 몸을 식히려

찬 바닷바람과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나란히 서 바라본 바다에는

그녀들의 과거에 그 바위.


서글퍼질까 두려워 묻지 못했다.

'혹시 그 때를 그 남자를 추억하고 있냐.'


묻지 못한 물음은 나에게 향했다.

'그 남자.'


사랑했던 그 남자를 보내줘야 한다 생각이 들었다.


사랑해 자기.

미워 서운해 오빠.

역겨운 너.

개새끼 씨발새끼.

아무것도 아닌 너.

미안해 오빠.

행복해 당신.



며칠 전 아이들과 그와 함께인 잠깐동안 보통의 대화가 오갔다.

"있잖아 우리살던 아파트에 누가 떨어져 죽었대. 기사에도 안나오더라."

"와 자기야 우리 이혼해서 다행이다 그 사람 하마터면 나 일뻔 했잖아."


'자살'이란 말만 들어도 며칠씩 바스라졌던 나에게 무신경했던 그.

'배우자의 애들엄마의 죽음'을 보란듯 들먹이는 잔인한 나.


똑같은 그와 나의 대화속에

그 누구도 예전처럼 분노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했다.

건설적인 이혼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자기야 우리 이혼해서 다행이다."

난 오랜만에 그를 자기야 라고 칭했다.

그도 들었을까?

내가 뱉은 말을 내가 설삼켜

명치가 막혔다.

눈물이 흘렀다.

그가 본듯하다.


'아직도 사랑하는 걸까?

사랑했던 어린 기억 속에 나를 잃어버리기 아쉬운걸까?

지금 사랑하지 않는다해도

그때의 나를 잃는게 아니야 소피야.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눈물이 떨어지는 잠깐의 침묵 속에

짧고도 긴 생각을 했다.




레종 프렌치블랙.

포도향이 나는 얻어 피운 담배 세 개피 속에.

"언니들 나 너무 좋다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을 내 인생에 한 페이지로 기억해 둘거야." 말하던 그 짧은 잠깐 속에.


내 긴 생각이 풀어져 앉다 갔다는 걸 

두 여인은 모를테지.


그래도

'소피야 너가 좋다니 나도 너무 좋다.' 말해주는 이 사람들의 온기가 

내가 한 선택이

옳을지 그를지 두려운 내 마음을

잠깐 그리고 깊숙히 어루만져준다.


내 투박한 손으로 만들어낸 야릇한 감각이 그녀들의 몸을 깨웠듯

그녀들의 투박한 공감과 보살핌이 나의 마음을 깨웠다는 것을

난 오래도록 어쩌면 영원히 기억할거다.


우리가 서로에게 해 준 애무가 우리의 마음과 몸을 깨워 일으켰다고

그래서 모든 시름이 하찮아지는

섹스 그리고 오르가즘. 이 더 가까워 졌을거라고 확신한다.


우연했던 한 시간 발 장난이 내 발의 감각을 모조리 깨워버렸듯

내 야한 어루만짐이 그녀들의 애무를 모조리 깨워버렸기를.













보내지 못한 카톡.


오빠.
나중에 오빠가 부모님 그늘 벗어나고
나도 내 그늘 벗어던지고
시간이 많이 더 지난 뒤에
우리가 서로를 정말로 용서할 수 있을 때가 오면 말이야
우리가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까?


애들이 많이 보고싶기도 하고
어머니한테서 벗어난 몇개월 지나다보니
오빠가 덜 밉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졌어

큰애의 엄마랑 아빠는 왜 따로 살아야 되는거야 질문과
엄마랑 매일 있고싶어 당연한 요구에
마음이 무너져 내려


물론 우리가 완전히 화해한 적도 완전히 용서한 적도 없긴 하지만 말이야
서로 안쓰러워할 줄 아는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된다면
언젠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맘이 들곤 해서말야

오빠가 아이들과 같이 지내며 많은 고생일거 잘 아는데
그래도 난 오빠가 부럽다
부모님 도움도 받을 수 있고
그래서 아이들 지킬 수 있단게 부러워
둘째가 많이 어린데
엄마품 실컷 안기지 못하고 자라는게 가슴아프고
큰애는 내가 세상인줄 알던 아이인데
보고싶다 울먹이는 존재가 되어버린 엄마를

평생 기억하는게 마음이 많이 아파
내가 점점 건강해지고 나아지니
애들도 다시 눈에 보이고 
그 애들이 맘에 박혀 아파지네

참 멀리돌아 한 이별인데
자식이 둘이라 미련이 떨어진다
애들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당신 근처 살 걸 그랬나봐


오빤 요즘 살만하고 행복해?
난 살만하고 그럭저럭 편안해지고 그래
내가 잘 살면 애들도 더 잘 돌볼텐데
자주 못보는 아픔이 좀 힘들어
이러다 나도 무뎌지고 애들도 무뎌지고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생길까봐 무섭다


나의 이십대를 함께해준
나를 견뎌준 오빠에게
고맙다 소리 못해본 것 같아
애들 낳고 기르며 같이 고생해줘서도 고마웠어
행복해져 오빠
행복해져서 우리의 행복할 줄 앎을 
우리 애들에게도 나눠주자









  • profile
    달꼬 2021.06.03 00:55

    제 인생영화 중에 미스터 노바디라는 영화가있어요
    '인생에서의 모든 선택은 의미가 있다' 라는 주제를 가진 영화에요
    인생의 중대한 선택들을 할 때 , 다른 사람의 중대한 선택을 볼 때 이 영화가 떠올라요 .
    한 사람과의 정을 끊는 것도 중대한 선택이겠죠.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잖아요
    어떤 이는 선택으로부터 도망치는 자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 또한 선택의 하나일 뿐
    그리고 선택에 대한 후회가 따르는 것도 , 선택에 대한 두려움에 부딪히는 것도
    '선택'이라는 것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 같아요.

    저도 과거의 선택이 너무 후회돼요
    또 지금 한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혼란스럽고
    이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두려워요
    또 눈 앞의 선택이 망설여져요.

    이 선택들에 대한 고민들은 평생 떨쳐 낼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선택을 했다면 한가지는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미스터 노바디가 말하는 것처럼
    "네가 원하는 길이라면 모든 길이 올바른 길이다"

    불확실한 우리의 삶,
    우리가 마주하는 감정들 생각들,
    고통이 있기에 오르가즘이 활력,진통제가 되고
    증오가 있기에 사랑이 뜨거워요
    죽음이 있기에 삶이 너무 아름답잖아요

    소피님이 진정 원하는 길, 원하는 선택이라면
    그 길은 올바른 길이에요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6.10 14:59
    to : 달꼬

    미스터 노바디 봐야겠네요!


    달꼬님의 과거의 후회되는 선택 무엇일까요?

    후회는 뱉고 나눠버리세요

    해적선의 존재이유^^

     

  • profile
    밤비 2021.06.04 00:56
    음악에 도돌이표가 있는 이유는, 반복할 수록 더욱 고조되는 감정 효과 때문일 겁니다:)

    운동에도, 오르가즘에도, 상대에 대해서도, 도돌이표 효과를 듬뿍 만끽하고 있는 소피님 *.*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6.10 15:04
    to : 밤비
    반복할수록 더욱 고조되는 것 중 으뜸은 오르가즘?!
    모솔님의 킬빌 발가락 움직이기 글인가 댓글인가를 우연히 보고
    도돌이표 훈련 시작했드랬죠
    고무적인 효과가 마구마구~.~

    쌤 종아리 운동할때 클리오르 직전 차갑고 뜨겁고 시린 몸의 느낌이 나요
    종아리 커지면 걸어다니는 페로몬>.< 될거가틈
  • profile
    공기 2021.06.06 01:15
    정을 끊겠습니다가 아닌 끊었습니다.
    법륜스님의 존나 재밌는 그치만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이 맴을 톡 건드려주었나봐요. 그 작은 움직임이 무한동력이 되어 우리들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겠죠?

    소피님의 감정이 담긴 글을 읽고나면 나는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헤아려보게 됩니다. 한동안은 계속해서 소화해내어야만 할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 근데 거기에는 분명 후련함도 있을거에요.


    그때 그 밤바다와 파도소리 스치는 담배 연기에 어우러지는 낮은 목소리들...

    서핑은 인생과도 같다.
    그러니까 또 도전하러 가야죠. 포기는 네이버.

    강릉의 작은 해변 그 바위 밑에서 또 위에서 제각기 이전 연인들과 추억 한 장면을 쌓았고 거기 여인들의 담배 향을 덧씌우고 왔어요. 덧씌위고 깊어진 향내는 시각보다도 기억에 잔상을 더해 더더욱 오래오래 남을거에요.

    야한 애무는 물론이고요 ㅋㅋㅋ 아 실습하고싶다아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6.10 15:06
    to : 공기

    댓글이 기맥히네요

    오뎅국물에 소주 한 사발 한거 같으네요ㅠㅠ

  • ?
    wi 2021.06.10 13:04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6.10 15:09
    to : wi

    언니의 음성으로 읽어 내려갔던 이 대담은

    슬픔이 아니라 허무함을 느끼게 했어요.

     

    나만 아픈 것이 아니구나 

    내가 제일 아픈 것이 아니구나

    저런 쉬운 방법이 있었구나

    그동안 몰라서 못했던 것 뿐이구나.


    내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물을 수 있는 어른을 알게되어

    값지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섹스 상처. 섹스 서운해. 그가 미워. 다 말할래.

읽기 : '해적단' / 쓰기 :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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