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4 10:17

마음의 재활

조회 수 124 추천 수 5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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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리 그리고 달리기.

달밤 수업을 들으면서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달리기를 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꾸 내 몸, 특히 다리를 느끼는 시간이 많아졌다.

운동하려면 필연적으로 발바닥, 종아리, 허벅지를 인지해야 하는데 달밤 중반부터였을까 뭔가 몸 속 깊은 곳에서 가시가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느낌을 사소하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사소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다리…


나의 양 다리.


다리 라는 말을 쓰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그 사람과 헤어진 지 2년이 지났을 무렵 참다 못한 내가 직접 그를 만나러 프랑스로 건너갔다. 지금처럼 날씨가 화창하다 못해 터질 것 같이 푸르던 어느 봄날이었다. 우리가 만나지 못한 그 2년 사이에 나에게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다 쓰려면 분량이 어느 정도 나올지 가늠조차 되지 않지만 해적선에는 그 일부라도 올려보고 싶었다.



나는 그냥 그 사람이 너무 간절히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오직 그뿐이었다. 볼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하면 내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그리고 만나기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2년 만에 만난 그 사람은 외모는 변한 게 없었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그 모습을 이제서야 내게 보여준 것일지도.



그는 내게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다.

2년 동안 아니 사실은 본인이 일방적으로 나를 자기 삶에서 잘라낸 이후 상대방이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볼 법도 한데 그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되려 질문은 내가 거의 다 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힘들지는 않았는지 밥은 무엇을 먹고 누가 괴롭히지는 않는지 등등.



어째서 그는 그 생선구이집 이후로 내 삶이 어땠는지 궁금해하지 않을까? 다만 그는 내가 오직 자신을 만나러 이 먼 곳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충격을 받은 것 같긴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었는데 “정말 그 열정이 부럽구나.” 라며 건조한 쓰레기를 대하는 어투로 담배를 피우며 말을 내뱉었다.



이런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었을까?



이 말을 들었을 때 내 가방에 칼이 있었다면 칼부림이 났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내게 칼이 없어서 조용히 듣고만 있었네.

몹시 비참했다. 도대체 이까짓 인간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 하지?

왜 이렇게 난 초라해? 그깟 늙은 남자가 뭐길래. 이 집착을 끊어내지 못하는 나 자신도 함께 죽이고 싶었다.



너도 죽고 나도 죽자. 



아 정말이지 절망에서 탈출하려고 갔는데 절벽 밑 지옥불에 뛰어든 기분이었다.



지금은 수녀가 된 내 친구가 나의 프랑스행을 말릴 때  그녀가 한 말을 들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 애는 나의 후폭풍을 너무나 걱정하고 나를 염려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프랑스에 가야만 했다. 왠지 그렇게까지 안 하면 평생 내 발목이 이 집착에 잡혀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선 최후의 수단이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내가 나아지지 않으면 그냥 죽어야지 싶었다. 그렇게 한 달을 사이에 두고 나는 프랑스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그리고 그는 끝끝내 내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오직 '자기 자신'만 있었다.

2년 동안 나를 기다리게 한 것에 대한 사과는 일절 없이

그가 힘줘서 강조한 이야기는 ‘너 때문에’ 내가 환속을 할까말까 얼마나 고민하고 힘들었는지 알기는 하냐 라는 이야기였다.



시발 그러니까 누가 나 좋아하랬냐 병신아.

책임도 못 질 일만 저질러놓고 빤스런 하는 고자새끼가 말이 많네.

끝까지 내 탓만 하는구나.



이 지경이어도 나는 그를 온전히 미워하지만은 못했다.

그는 내가 갖고 싶었던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었고 그에 대한 내 집착은 이미 상식을 넘어섰다.

그래도 집에는 돌아와야 하는데 내 발이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보이지 않는 그 다리를 그곳에 두고왔다. 마음을 잘라내버렸다. 내 다리는 샤를 드 골 공항 터미널에 묶여버렸다.



그렇게 첫 번째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12시간을 서럽게 내리 울었다. 사람 눈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을 수 있구나를 알게 됐다.

두 번째 여행을 마치는 비행기에서는 밥도 잘 먹고 편안하게 왔지만 그 이후 내 마음은 완전히 불구가 되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음이 우르르 무너져내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곤 했다.



모두 내 탓이었다.


그런 인간을 좋아한 내 탓.


그런 인간에게 집착한 내 탓.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내 탓.


기도문에 나오는 말이 딱 맞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나의 큰 탓이로다.




그 후론 계절이 바뀌어도 계절이 바뀌는지도 모르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눈 뜨면 일하고 밥 먹고 돈 쓰고 사람들 만나면 웃고 미팅에 소개팅에 바빴지만 매일 밤마다 죽음을 생각했던 날들. 개그맨 박수홍이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지면서 팔 하나를 잘라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어머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네 라고 생각했다.


그는 팔을 잘라냈고 나는 내 몸 반쪽을 잘라낸 차이가 있을 뿐.




그리고 그 후로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됐다. 

나는 그 사람 자체가 그리웠던 게 아니고

2009년, 나의 과거에 있는 완벽해 보이는 그 사람,

나도 알아채지 못한 내 무의식의 완벽한 이상형,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일종의 홀로그램을 그리워한 것이다.


그러니 해결이 될 리가 있나. 2014년의 그 사람은 이제 다른 사람인데. 내가 아는 사람은 촌스러운 사투리남이지만 이제 그는 프랑스물이 든 파리지엥인데.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난 후에 또 알게 됐다. 나는 2009년의 그 사람을 그리워한 것이 아니라는걸.


나의 이 깊은 그리움과 미칠 것 같은 병은

그의 컸던 키 만큼,


유난히 넓은 어깨와 등판만큼,


남들보다 배는 컸던 새까만 눈 만큼,


두껍고 큰 손 만큼 뚫린 내 무의식의 빈틈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게 뚫린 그 구멍들은 그가 원인이 아니었다. 오로지 그와 있을 때만 내게 무수히 나 있던 그 구멍들이 메꿔지는 그 느낌은 역설적으로 내 안의 결핍이 얼마나 이상하고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엑스레이 같은 신호였다. 이걸 알게 된 지점으로부터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도대체 사랑이 뭘까?

그리고 내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인가 의문이 들었다.

무엇이 내게 이 크고 작은 구멍을 만들었을까 같은 의문도 함께. 그리고 일상 생활을 할 때마다 겉으로 보이는 몸은 이상이 없지만 뭔가 내 내면이 심한 불구가 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유 없이 그냥 눈물이 날 때마다 속으로 '아 맞다 난 혼자고 이젠 불구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운이 좋았다.

시간이 더 흐른 후에 홍콩 여행에서 우연히 사랑에 빠진 홍콩 남자가 내가 프랑스에 두고 온 팔을 줏어서 열심히 다시 붙여주었고, 잃어버린 다리는 오쇼 명상을 시작하면서 만난 수많은 친구들이 한 점씩 줏어다가 내게 붙여주게 됐다.



참 역설적이다.

사람으로 인해 생긴 부상을 사람들이 다시 치유해주다니. 그래서 그 덕분에 이제는 어느 정도 이 마음의 부상이 회복이 됐지만 아직도 삐걱거리는 내 마음의 팔다리를 보면 여전히 재활운동은 필요한 상태라고 느낀다. 



타인을 대하는 법,

타인을 제대로 위하는 법,

타인과 제대로 관계를 맺는 법.

그리고 더 이상 '지나친' 내 탓을 하지 않는 법.

내 세상에 갇혀 있기보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법.



이런 것들이 제대로 훈련이 되어서 늘 누워만 있던 내 몸과 마음이 다시 제대로 걷고, 조깅을 하고, 빠르게 뛰게 됐으면 좋겠다.



이러한 재활 훈련을 하는 중이라 난 내 다리만 생각하면 '다리' 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것 같다.

이 재활 훈련을 잘 마치고 내 마음의 몸에 근육이 제대로 붙을 때 그때 내 삶을 잘 살 수 있을것만 같다.

내 힘으로 사람들을 향해 손을 뻗고 다리를 뻗고 그렇게 나가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계속 눈물이 나지만 이 재활을 끝까지 잘 해내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어린 시절 이후로 늘 변비가 걸린 것 같은 이 답답함도 깨부술 수 있겠지.





창 밖을 보니 오늘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다.

이제는 화창한 날씨의 아름다움과 봄이 주는 푸른 빛이 참 잘 보인다.

오늘은 꼭 밖에 나가 두 다리와 팔 그리고 몸통을 움직여야겠다.








  • profile
    모솔인척 2021.04.14 11:38
    이렇게
    완벽한 운동목표 발표가 있을까... 하고 한참을 읽고 또 읽었어요.

    브리님은 차분하게 꼭꼭 현미밥을 씹듯이 글을 쓰셔서
    항상 읽는 저도 건강해지고
    브리님 안으로 물들어 가는 것 같아요.


    다리에 대한 외적 지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였는데
    내적 다리라는 사실이.... 참..... 아프네요.

    보이지 않는 것이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인데.
    명상, 친구, 이제는 달밤 야광기술로 해 나가신다니.
    응원에 응원을 보태서 와아아아앙 응원해게 되네요!!

    브리님의 완벽한 재활을!!! 위하여~ >.<
  • profile
    브리 2021.04.14 16:17
    to : 모솔인척
    모솔님의 댓글은 글쓴이에게 늘 맛있고 찰진 기쁨과 보람을 주시네요. <br />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ㅎㅎ<br /><br />
    그리고 뜨거운 응원도 감사해요!! <br /><br />
    다음 글을 쓸 때는 모솔님이 좋아하는 잡곡을 넣어 <br />
    좀 더 새로운 맛으로 보답하겠습니다 ㅋㅋㅋ
  • profile
    브리 2021.04.14 16:33
    to : 모솔인척
    엥 수정하려고 했더니 에러가 막 뜨는군요.
    저는 항상 모솔님 댓글 보면서 배워요.
    타인에 대한 관심을 이렇게 기울이면서 글을 읽는 것이로구나 하면서요.
    :)
  • profile
    모솔인척 2021.04.15 10:50
    to : 브리
    현실에 적용 안됨은 ㅋㅋ
    눈감아 주세요~



    디지털 세계만 살고 싶어요 ㅜㅜ
  • profile
    밤비 2021.04.14 14:48
    '그의 컸던 키 만큼,

    유난히 넓은 어깨와 등판만큼,

    남들보다 배는 컸던 새까만 눈 만큼,

    두껍고 큰 손 만큼 뚫린 내 무의식의 빈틈 때문이라는 것'

    인생의 문장들, 이란 문학 시상식이 있다면 수상후보감이라고 봅니다.

    브리님 주변 여성들에게 이 문장만이라도 꼬옥 읽혀 주세요. 여러 사람 구하게 될 것입니다^_*
  • profile
    브리 2021.04.14 16:21
    to : 밤비
    아직도 제 주변에는 키 크고, 어깨 넓은, 듬직해 '보이는' 남자가 이상형인 친구들이 꽤 있는데
    저를 보고도 왜 이상형이 안 바뀔까 의문이 들어요.
    매운맛을 덜 맛본 것인지 ...ㅠ


    그 점에서 제 야동 이상형을 바꿔주신 선생님께 다시 감사 드립니다~
  • profile
    금선 2021.04.14 16:42
    제가 최근에 깨달은 게 있어요.

    '내가 만났던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끌렸던 내가 문제다..'

    남 탓 할 게 아니라
    제가 왜 그 사람과 관계를 시작했는지
    그 부분을 복기하고 있어요.

    브리님은 사람에게 애정을 품을 때
    가슴 깊은 곳까지 몰빵하는 분이신 것 같아요.

    그거 뽑을 때 다른 내장 기관들도 송두리째 같이 뽑혀서
    이렇게 글로 개복수술해야됩니다.. ㅎㅎㅎ

    성공!
  • profile
    브리 2021.04.14 17:08
    to : 금선
    개복수술ㅎㅎㅎ
    세상에ㅋㅋ 정말 딱 적절한 비유를 해 주셨네요 금선님ㅎㅎ.

    그리고 금선님의 복기 작업도 응원해요.
    분명히. . 이유가 있을 거거든요ㅠ 그걸 인정하는 것도 아플거에요.

    부디 내장까지 다 뽑히지 말고 깔끔한 개복수술을 통해 흉이 덜 남기를,

    마음이 그나마 덜 다치시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4.15 07:22
    브리님,

    브리님 쓰신 어떤 글을 계기로
    저는 지난 짝사랑, 첫사랑으로 돌아갔어요.

    오늘 본 이 글은
    곧 잘려나갈 팔다리
    경고해주네요.

    엑스레이 신호임을 알면서도 뛰어드는
    불나방같은 오늘이
    후회가 될 날이 오겠지만

    상처입은 브리님의 모습도
    부럽습니다.
    더욱 더 처참히 날개 찢겨 나갈수 있을까
    그 대가가 미숙한 뜨거운 사랑이라면.

    크리스탈 와인잔 길은
    먼저 가 계세요.
    저보다 한참 먼저 가 계셔서
    고생했다 애썼다
    맞아주셨으면 좋겠어요.
  • profile
    브리 2021.04.15 19:08
    to : 직진녀소피
    제가 좋아하는 시를 댓글로 달아봅니다 :)


    첫번째 나비는 촛불 가까이에 다가가 말했다

    "이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다."



    두번째 나비는 불꽃 가까이에 날아가 날개를 그을리고 말했다

    "사랑의 고통에 타올랐다"



    그리고 세번째 나비는 말 없이 불 가운데 뛰어들었다.



    -아타르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4.16 15:57
    to : 브리
    와 저 시오르.
  • ?
    wi 2021.04.15 22:45
     
  • profile
    브리 2021.04.16 12:26
    to : wi
    끄앙.. ㅠ 감사합니다

    저는 앞으로 더 좋아질거에요. 포기하지 않을겁니당!
  • profile
    공기 2021.04.17 03:54
    브리님
    드디어 에피소드 끝판왕이네요.
    글이 진짜 뇌에 착 붙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는데
    표현 하나하나가 시냅스안에서 막 타닥거리며 튀어오르는 느낌!
    글 오르에요 글 오르

    저도 사람 때문에 심장이 산산이 부서져서 모래알이 되어 다 흩어져버린 듯한 느낌에 괴로워한 적이 있었는데요.
    나한텐 정말 아무도 안남을 줄 알았건만 신기하게 사람이 치유해주더라구요. 잃어버린 만큼 그 배로 돌아오는 마법..

    이 글만봐도 알거같아요. 브리님 재활 훈련은 청신호라는 걸!
    아파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시고 계시니까요.
  • profile
    브리 2021.04.17 20:13
    to : 공기
    공기님의 답글 역시 글 오르 폭발이에요ㅎㅎ
    그리고 저의 재활훈련은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영화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포레스트 검프가 땅을 박차고 뛰어나가면서 교정장치를 벗어 던졌듯이 저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해요!

    공기님의 그 사람은 혹시 같이 사셨던 그 여자분인가 문득 또 궁금해지는 밤입니다 ^^
  • profile
    공기 2021.04.18 11:15
    to : 브리
    넘 티나나요? ㅎㅎ
    그 아픔이 이전 연애가 아니었다는 점이 참 슬프고 미안하네요.

    정확히는 그 인간과 같이 속해있던 친구 그룹이 산산이 부서졌거든요.
    어딘가에 간절히 속해있고 싶었던 꿈이 이루어진 환상 속에 살았던거죠.

    그나저나 포레스트 검프는 미친 영화에요!

    런! 브리 런!
  • profile
    브리 2021.04.19 08:36
    to : 공기
    움... 공기님 무엇이 미안하신 걸까요?
  • profile
    공기 2021.04.19 16:47
    to : 브리
    아아 전남친이 저 사건 이후 저를 많이 위로해주어 사귀게 되었는데도
    저는 그를 저만큼이나 아니 그냥 사랑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줄곧 저 자신만을 사랑했던 것 같아요. 그리하여 그와 헤어지고 이렇게나 홀가분한 게 조금 미안했어요.

    저 친구때 만큼이나 마음의 크기가 크지 않았던 것이 전 연인에대한 예의가 아니게 느껴졌어요. 헤어지고 그는 무척이나 괴로운것 같아 보였거든요.

    그렇지만 없는 감정 없는 마음을 만들어낼 순 없는 노릇.

    그저 그렇게 되었다면 최대한 빨리 분리하여 떼어내고 각자 갈 길 가는 것이 파국을 미연에 방지하고 서로에게 가장 좋은 일이란 걸 저는 저 친구때 느꼈기에. 반복하고 싶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기에.

    그리운 것은 그저 내 무의식의 빈틈.
    브리님의 표현이 찰떡이에요.

섹스 상처. 섹스 서운해. 그가 미워. 다 말할래.

읽기 : '해적단' / 쓰기 :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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