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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밤 수업 리뷰를 쓰면서 사람들한테 어떻게 하면 내가 배운 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나누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브리님이 쓰신 ‘몬테크리스토 브리’에서 밤비쌤이 큰따옴표로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어요. 

 

“저는 선생님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어요. 이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죠?”

 

“음… 브리님. 은혜를 갚는다…. 그럼 나한테 이야기를 해 주면 돼요.” 

 

이 문장이 저에게 낯설지 않았어요. 밤비님이 전에도 몇 차례 이야기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야기를 해주면 된다”는 저 말이 며칠 동안 제 머리 속에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대체 이야기의 힘은 무엇일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그 은혜가 탄복스러운데, 어떻게 이야기 하나로 퉁 칠 수 있나. 제가 서사의 물리학을 두 번이나 수강했지만, 저 문장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 그것도 남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나누고 싶을 때가 있나요? 

 

저는 어떤 좋은 일을 경험했을 때 무조건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어요. 야광기술도 그랬어요. 제가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해적 사이트를 알려주고 오르가즘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담화를 나누는 것도 너무 재밌지만 친구들이 야광기술을 통해 그 전과는다른 삶을 살길 바랐어요. 

 

그런데 이런 ‘공유 욕망’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깊어졌습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집어 내는 것은 어렵지만, 아마도 그건 제가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영상을 만들면서 예전보다 더 섬세해지고 매사에 창작에 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에게 관심이 더 많아지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있으면 귀 기울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지인들한테 어떤 도움을 준다거나 좋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1:1 에 불과해요. 그렇게 효율적인 것 같지도 않아요. 저와 친한 사람들은 저에게 귀 기울이는 편이지만, 보통 대다수에게 제가 제시한 정보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죠. 

 

그런데 글로 쓰인 이야기는 불특정 다수에게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좋은 예시를 들어볼까요? 

 

“Based on a true story” (이건 구라가 아니라 실화라고!) 

 

여러분은 영화가 시작할 때 “이 작품은 실화에 기반한 작품이다” 라는 안내문을 읽으면 어때요? 기분이 살짝 꼴릿하지 않나요?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있었던 일을 영화로 만들었단 사실이 왜 그렇게 우리를 흥분시킬까요? (살인의 추억, 남산의 부장들, 범죄도시, 추격자, 공작 등 실화 소재로 만든 영화 되게 많음) 

 

‘실화’를 기반으로 픽션을 집필하는 것은 우리가 요리할 때 MSG를 첨가하는 것과 맞먹는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도 사실 픽션에 가깝습니다. 제작 단계에서 이미 기승전결을 다 계획하고 촬영하기 때문에 실화를 있는 그대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감독의 연출과 이야기 구성 방식에 따라 하나의 픽션이 탄생하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주변에 실화가 널려있다는 겁니다. 그것들이 당장 책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로 가공되지 않았을 뿐, 우리 가슴 속에 자기만의 이야기 하나씩은 쿵쾅쿵쾅 대고 있어요. 당장 야광게시판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요?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허공에 날려버리는 게 아니라, 정성스레 쓴 언어로 고이 모셔진 이야기 말이에요. 

 

이야기의 본질은 단순한 소통을 너머 이타심을 발휘할 수 있는 행위, 심지어 자신을 표현하는 주체로 발현시키면서 타인을 껴안을 수 있는 행위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브리님이 야광게시판에 올린 ‘소소한 이야기‘를 읽고 시나리오 한 편을 썼습니다. 단지 브리님의 이야기가 재밌어서 쓴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저를 봤고 제 자신을 그 이야기 속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지어낸 세상 속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둘러싼 속박을 깨뜨릴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말이죠. 

 

그 한 가지 방법으로 요즘 주인공에게 매일 편지를 쓰고 있는데 덜컥 ‘이야기’가 공유하려는 욕망과 맞닿아있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Tmi: 그러면서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영화가 ‘쓰리 빌보드‘) 나를 구원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쓰는데 결국 모두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 

 

결국 “공유 욕망의 최댓값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시나리오를 머리로 쓰지 않고 진심으로 쓰고 싶어요. 주인공이 알을 깨뜨리고 나올 수 있도록 껍질도 단단하게 만들고 주인공의 의지가 행동으로 솟아 오를 수 있도록. 그게 바로 제 공유 욕망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라 믿습니다. 

 

 

 

Ps. 왜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강력한 한 방을 먹일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밤비쌤의 ‘서사의 물리학’을 들으세요. (어쩌다 광고가 된 것 같지만, 정말 진심) 



  • profile
    브리 2021.06.05 17:14
    먼저 금선님이 이 글을 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profile
    금선 2021.06.05 20:11
    to : 브리

     이야기를 쓰면서 깨달은 점을 공유하고 싶어서 썼어요~ 

  • profile
    밤비 2021.06.06 18:34
    2013년부터 지금까지 9년간 사람들에게 매일같이 강조해욌던 것이고, 강의 이름이 왜 야광'기술'인지를 아흔 아홉명이 못 알아 듣더라도 한 명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며 버텨 왔습니다.


    남자 교육생의 비율 자체도 낮지만,

    남자 교육생들조차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 '기술'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실천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본 수업을 듣지 않은 금선님은 꽤나 신기한 사례입니다^^
  • profile
    금선 2021.06.07 00:26
    to : 밤비
    서사의 물리학 수업을 듣지 않았으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본질에 대해서 고민하지 못했을 거예요.

    2번이나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상 이야기

읽기 : '한국인' / 쓰기 :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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