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1 07:54

골반 속 금붕어

조회 수 106 추천 수 6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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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7.jpg



전기 은하수 골반 속에서 새빨간 금붕어가 척추를 따라 올라간다.

머리 끝에서 솜사탕 구름이 되어 퍼져나가고

골반 안에는 빨강 파랑 초록 주황 노랑 온갖 색의 범벅



그러나 이 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은 또는 엿볼 수 있었던

어쩌면 전래 동화이고 신화이고 전설이고




나는 항상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의 것이 아닌 나만의 것. 

즉 개성. 독창성. 고유성. 매력.

그런 것들은 나와는 거리가 밤하늘의 별 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일을 시작할 즈음엔 내 안이 텅텅 비어 있어서 아무 것도 그릴 것도 없었다.

세상은 천재들로 가득하고 나는 도무지 창작을 할 만한 인재가 아니니까 바람직한 소비의 요정이 되어야겠다고 맘먹었었다. 꽤나 오랫동안 잊고 있어도 잘 지냈다고 생각했다.



겨우 마음이 움직이게 된 것은

몸이 움직이게 된 이후로부터.




나의 것과 남의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늘 나만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빌리거나 훔치는 것이 아닌지 경계한다고 한다.



내가 나만 바라볼 때 나는 아무 것도 그릴 것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시야를 조금 돌려 세상을 보려고 한걸음 내딛자 바로 거기서부터 '아무 것'이 생겨났다. 뭔가 그려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먼저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주기도 했다. 그게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마음을 나누어 받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대자연의 법칙 속에서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취하고 양분삼아 살아가니까. 그리고 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니까




자꾸자꾸 그릴 것이 쌓여간다. 부담이 되지만 아무 것도 없을 때보다 행복하다.


그래서 혼자서는 살 수가 없는 것인가보다. 새로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가 없는것인가보다. 혼자라고 생각해도 결국 혼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요새 들어 자주 보이던 '인사이트' 라는 단어가 참 생소했는데 이런 때 쓰면 적당한 것 같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아서 그린 이 그림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것이라고.




디테일이나 기술적인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나는 이 그림이 매우 마음에 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이 마음을 나누고 싶다.





  • ?
    마사 2021.04.21 09:11
    골반속 금붕어라는 제목만 보고도
    내 골반에 금붕어를 들인 기분이었어요.
    바로 상상이 되는 느낌,

    눈을 뜬 자화상이네요?
    조심스러운 눈같아요.
    이제 첫 시작을 하려는 눈빛?

    그림속 여자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싶네.

    너 잘할수 있어.
    응원하고 싶고요.

    내 골반속에도
    금붕어를 키울게요^^
  • profile
    공기 2021.04.21 19:19
    to : 마사
    따뜻한 응원 감사해요 마사님!
    골반 속 금붕어라니 표현부터 수채화같죠?

    스케치 버전에서는 좀 더 슬픈 눈과 입매를 하고 있었는데
    색칠하다 보니 쟤가 아니 그거아니야 그래서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바꿔줬어요.
    금붕어들이 좁은 어항이 아니라 우주를 헤엄치는데 그런 슬픈 표정일 리가 없을 것 같더라구요.

    마사님은 혹시 금붕어말고도 골반 속에 키워보고픈 뭔가가 있으신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고래상어! 유유히 바닷속을 유영하는 모습이 너무 우아하고 멋있어서 꼭 만나보고 싶거든요. 열심히 키워봐야죠ㅎㅎ
  • profile
    선수 2021.04.21 09:15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아서 그린 이 그림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것이라고.


    짝짝짝
    눈물 찡합니다


    자연에 나가있다보면
    해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종종 떠올라요
    저도 저 그림이 매우 마음에 드네요
    그럼 다음 그림은 체에 걸러? 물에 섞여? 에헴


    아휴 아침부터 눈물한바가지넹..
    감동받은 NF는 또 하고 싶은게 생각났어요
    ㅎㅎ 이 멋진 인사이트의 선순환
    감사합니다
  • profile
    공기 2021.04.21 19:36
    to : 선수
    선수님 왜 울어요!
    우리 울면 주름생기니깐 웃어야함 ㅋㅋ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용기 북돋아주셔서 제가 더 찡해요.

    다음 그림은 콕 찝어주신 체에 걸러 맞습니다!
    뭔가 고요하지 않고 역동적으로 해야할 것 같은데...
    말해주신 자연에서 힌트를 얻어볼까해용

    그건 그렇고 NF동지님
    대체 뭘 하고싶어지셨는지 넘 궁금해요! 뭘까?
  • profile
    브리 2021.04.21 09:25
    이건 관세음보살 탱화의 23세기 버전!!

    공기님, 미리 빌어보는 2022년 제 소원 중 하나는

    공기님 개인전에 꽃 보내는 것이에요.


    ^-^

    천재 만재 아니어도 이런 그림을 그리는 건 공기님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 profile
    공기 2021.04.21 19:48
    to : 브리
    23세기라니 시간을 달려서!!!
    브리님 예리하시네요 성인들 뒤에 동그란 후광 생각하며 그린걸 어뜨케 아셨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종교 망라하고 광배라는 용어도 있어요.

    22년이면 당장 내년이네요?! 꽃 받으려면 열심히 그리고 돈도 마니 모아야겠어요ㅋㅋㅋ

    저희 소원 주고받기 어때요?

    저는 브리님이 책 내시면 거기 사인받는게 내년 소원이에요!
    책사서 주변에 자랑하며 돌리겠습니당
  • profile
    모솔인척 2021.04.22 17:57
    누군가의 문자를
    형상화 해주시다니...


    이건 정말 공기님의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저 물고기여자를 필두로
    오르가즘 판타지 시리즈 가시죠 ㅎㅎ
  • profile
    공기 2021.04.22 23:56
    to : 모솔인척
    오르가즘 판타지 조아요!!
    늘 생각만 하구 표현할 재주는 없지 그랬는데 그리니깐 재밌었어요.
    난 늘 왜!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이거나 멋들어진 느낌을 낼 수 없나
    왜 색감이 구린가 그랬는데

    그려놓고보니 대놓고 직설적인 표현이나 요상한 색감도 어쩌면 개성이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드네요 ㅎㅎ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4.22 19:19
    이 그림 덕에 저의 첫 잼전 질오르! 발자국 쾅쾅
  • profile
    공기 2021.04.22 23:57
    to : 직진녀소피
    글이 그림이 되고 오르가 되어 시까지 흘러가다닝

    진짜 멋진 선순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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