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0 04:13

근황.

조회 수 137 추천 수 8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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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은 엄마였다.

 

 

제왕절개 반나절만에 벌떡 일어나

우리아기 보러갈거에요 소변줄 좀 빼주시라고요!!! 생떼를 부리던 초극성 초강인 엄마.

 

 

타고나길 예민한 성격에 스트레스로 젖이 마르기 일수였지만

족발 우걱우걱 가물치즙 벌컥벌컥 해 가며 유축기로 가슴을 혹사시켜 모유를 먹였다.

 

 

내새끼 먹는 것은 모두 유기농 무농약

만지는 것 소독하고 삶고 닦고 

 

 

성대결절 불사하고 매일 한두시간씩 동화책을 읽어줬다.

핑크퐁동요 완곡 부르고 춤도 췄다.

창작동화 창작자장가만 수십개 수십곡이다.

 

 

미세먼지 심하거나 비오고 추운날은 실내에서 그림그리기, 클레이만들기, 하다못해 욕조에 미역이라도 불려 바다놀이.

날씨 풀리는 봄부터 한겨울 전까진 무조건 바다로가 모래놀이 조개캐기 

아니면 산 들에 나가 곤충이라도 잡기.

무당벌레 나만큼 잡아 본 여자 나와보라그래.

 

 

이유식 유아식 다 내 손으로 해 먹이고 

사철 나물 먹을 줄 아는 꼬리곰탕 제일 좋아하는 아이로 키워냈다. 내 아이들.

 

 

그와중에 돈도 벌었다. 열심히.

그와중에 부부싸움도 했다. 치열하게.

 

 

스물일곱 어린 나와 같이 자란

내 아픈 손가락 큰 아가는 이제 제법 어린이다.

대화가 통하는 남자가 됐다.

 

 

엄마랑 살고싶다 볼 때 마다 말한다.

 

 

일주일 하루 .

엄마와 함께 노는 행복한 시간 틈틈이 불현듯 슬픈 눈으로 나를 본다.

그러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나 이렇게 엄마랑 같이 있으니까, 매일 같이 살고싶다."

 

 

나는 슬프지 않은 눈으로 아이를 본다.

"나중에 우리 제이가 학교 다니는 형아 되면 그때 엄마랑 산다하자. 아빠한테 말하면 들어주실거야.

그동안 엄마가 열심히 돈 벌고 있을게!"

 

 

금세 설레는 목소리로

"엄마 학교가는 형아는 여덟살이래 나는 일곱살때부터 엄마랑 살고싶어!" 라고 말하는 내 아가.

 

 

 

 

 

 

 

 

 

 

이혼의 조건이 아이들을 포기하는 것이였다.

 

 

그건 큰 아이 낳은 직후 산욕기도 끝나지 않을 때 부터였다.

갓난쟁이를 매달고 앙앙 우는 너를 매달고 이혼을 얘기하다가

 

 

아이는 절대 데려가지 못할거야 소리에 

주저앉고 주저앉고.

 

 

그래 이사람이 바람을 펴 도박을 해 사람을 패 하며

주저앉고 주저앉고.

 

 

사랑해서 사는 부부가 몇이나 되겠어.

아이아빠니까 사는거지..

주저앉고 주저앉고.

 

 

섹스가 하기 싫으면 자위를 하면 되지.

오르가즘이 느껴지지 않으면 

바이브레이터 우머나이저.

그것도 안되면 외간남자 찾으면 되지.

주저앉고 주저앉고.

 

 

씨발 시어매시아배 시누이 

아들 둘 낳고나니 무섭지도 않아

내가 다 이겨.

이만 바득바득 갈며

주저앉고 주저앉고.

 

 

아이들 아빠의 존재가 느껴지면

가만 있어도 목이 조여지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가 하는 말들이 쇠못이 긁어내는 고문처럼 들리고

그가 차려내달라 아우성인 식사에 락스를 타서 죽이고 싶었다.

이혼녀보단 과부.가 떳떳할까 잠깐 미쳤었나봄.

 

 

이혼을 설득하기 시작할땐 진심으로 그가 안쓰러웠다.

아직 젊은, 근사한 그가

나란 년한테 미움받고 업신여김 당하는게 슬펐다.

 

 

오빠, 나는 애초에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야.

미안해.

이 생각 뿐이였다.

 

 

내가 남편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경멸하고 소름끼쳐 한다는 걸 깨닫게 되자

순조롭게 이혼이 진행됐다.

 

 

부모로 잘 지내보자

좋은 관계로 남자

인사도 하고

오랜만에 맞담도 피고 

쿨한 법원 방문이였다.

 

 

아픈 나를 걱정하며 비싼 초밥도 사먹였다.

잠깐 연애할 때가 떠올랐다.

너무나 많이 먹는 우리여서 종업원들이 놀라곤 했는데

적당히 십만원 안나왔다. 많이 늙었나보다 위가 줄었다.

이것도 슬픔 포인트였다.

 

 

나의 20대를 함께했던 사람.

나의 출산과 육아를 함께했던 사람.

 

어쩌다 경멸까지 하게됐을까.

어느 누구도 넓지 못하고 얕기만 한 그저그런 인간들이였기에 그런거겠지?

 

 

그래도 감사하다.

나를 십년이나 버텨준사람.

 

 

그리고 나를 놓아준 사람.

 

안녕.

 

약속대로 행복해지자 우리.

 

 

 

 

 

 

 

 

 

매일 눈맞추고

매일 입맞추고

매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하던

내 살점같은 내 육신같은 내 아가.

보고싶다고 안고싶다고 말로 뱉고나면 

엄마는 다시 용기내지 못할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못해.

 

기인 밤을 붙잡고

내가 저지른 잘못을 실수를 자책하고 후회하고 또 안도하다 

겨우 잠이든다.

 

우리들의 계절이 오고있어.

가슴장화를 신고 호미를 들고 모래사장으로 나가자.

엄마가 김치통 한가득 억척스럽게 캐고 담아서

우리 엄마 최고!!! 우리엄마가 제일 많이 잡았다!! 소리를 들어내고야 말게.

엄마는 변하지 않을거야.

 

너를 사랑한는 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다보면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 엄마, 사람이 돼 있으면 좋겠다.

 

나의 첫 사랑 내 큰 아들.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준 사랑 그 자체.

 

엄마의 마음이 너에게 닿아

상처없이 자라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결혼제도극혐 이혼제도만세.

 

 

출산은 신중히...

 

 

 

 

 

 

 

 

 

 

 

 

  • profile
    달꼬 2021.03.20 16:48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너무 이해돼요.
    저희 어머니는 계속 주저 앉다가 결국엔 일어나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리셨어요.

    인터스텔라가 떠올랐어요.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에서 결국엔 사랑의 힘으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잖아요.
    소피님은 블랙홀의 중력보다도 강한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결국엔 일어나셨네요
    글을 읽으면서 인터스텔라 IMAX로 관람했을 때 느꼈던 쾌감과 같은 쾌감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소피님의 우주가 궁금해져요 
    놀란의 영화를 기다리는 느낌이에요.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22 13:56
    to : 달꼬
    요즘은 졸혼도 황혼이혼도 흔하니깐...
    너무 늦은 이별은 없는것 같아요.


    어쩌면 내 미래였을수도 있는 달꼬님 어머님같은 분들
    얼핏 마주하기만 해도
    마음이 무너져내려요 안타까워요.
    얼마나 숨죽여 짓눌려 버티듯 살아오셨을까.


    다른 방식으로라도 해방시켜드려보세요!
    저는 버리려 내놓은 우머나이저 깨끗히 닦아 엄마께 드릴까 싶네요.
    뺨맞을 각오하고ㅋㅋㅋ


    지금 폭풍같은 시기 지나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모태근육녀 엄마에게 쇠질의 길도 걷게하고 싶어요.
    쌈빡한 트레이너 개인강습 받으면
    엄마의 녹슨 쇠심장에도 봄이 좀 오려나...


    덕분에
    다음 글 쓸게 생각났어요!

    이만 총총총.
  • profile
    밤비 2021.03.21 09:50
    동시와 트롯트,
    판소리와 랩,

    모든 장르를 크로스오버하여 쓴 이 글로도
    지난 십년의 옥죄임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 고생 많았어요.

    그간 못했던 것들 몰아치기로 다 누려보는 겁니다.

    자, 오늘부터는
    아카펠라와 오페라와 뮤지컬까지 믹스해서
    전에 없었던 새로운 삶을 노래해봅시다*.*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22 13:57
    to : 밤비
    몰아치기 누려보기!
    좋아유!
  • ?
    뉴라이프 2021.03.22 01:03
    소피님. 잘지내시죠?

    “”우리들의 계절이 오고있어.
    가슴장화를 신고 호미를 들고 모래사장으로 나가자.””

    시즌 시작입니다.

    올해 첫바다 저번주에 다녀왔네요.

    반갑네요. 바다를 좋아하는분이라니 (제 추측?)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22 14:00
    to : 뉴라이프
    저는 주로 만리포가는데
    아놔 어느 유튜버가 거기서 도다리를 낚아서
    해변이 모래 반 바늘 반 이래요...


    다른해변을 찾고있어요!
    바다 겁나 좋아합니다.
  • ?
    뉴라이프 2021.03.24 22:51
    to : 직진녀소피
    만리포 그곳은 서핑으로 더 유명한 곳이지요~

    언젠가 바다에서 아들과 단둘이 조캐를 캐고 있는 사람이라면

    말 한번 걸어봐야 겠는걸요?

    그동안 바다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소피님~

    행복하시길 바래요~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25 23:44
    to : 뉴라이프
    안타깝지만 아들 둘!

    야이놈의 새끼들아 시팔시팔
    하고 당기는
    땅꽁만한 아줌니가 저일겁니다.

    백리포 천리포로 돌려볼까해요 올해엔.
  • profile
    선수 2021.03.22 14:23
    소피님 참 장하다.

    고생 많으셨어요.

    엄마한테 빰맞음 우머나이저 나한테 버려요 ㅋㅋ 나요즘 자위가 안됨ㅋ



    지난번 만났을 때,
    구지구지 억누르며 내가 겪은 일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날려버리려는 모습보니 맴이 좀 글터라고
    남들도 다 힘들었다고 내가 안힘든건 아닌데

    죽을만큼 그리고 죽이고 싶을 만큼 힘든 일
    다 살아내고 아이들 멋지게 키워낸 멋진 엄마 존경스럽네요
    아이들 좋겠다 소피같은 엄마 있어성..^^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22 19:17
    to : 선수
    헉. 선수님 교육생은 우머나이저 금지일걸요.
    인간남자랑 느끼는데 방해가 돼요ㅋㅋㅋ

    저의 애써 괜찮은척을 알아보신 이가 또 계시는구나.

    아직 둘째가 어려서 죄책감이 좀 있지만
    방금 안녕~~ 뽀뽀 쪽 하고 헤어졌어요.

    이제 존나 열심히 행복하게 사는 일만 >_< 해내면 돼요!
  • profile
    져니 2021.03.25 14:17
    소피님은 제가 해적선에서
    본 제일 섹시한 사람이에요......


    하악 이렇게 원초적으로 글을 쓰시다니.
    섹시한 야수 짐승 같으심니다!!!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25 23:47
    to : 져니
    져니님
    제가 언젠가는 여자랑 자볼거야~~~~
    포부가 있어요
    글케 섹시하다면 드루와 보실래요>.<
  • profile
    져니 2021.03.26 09:39
    to : 직진녀소피
    꺄....>_<
    저 예전에 신입신고글에
    판타지가 있다면 여자랑 자보는거라고 썼는데....


    제 번호 따가실래요 소피님??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26 10:13
    to : 져니
    010 9981이에용ㅋ
  • profile
    져니 2021.03.26 10:15
    to : 직진녀소피
    저징했어요!
    어서 지우셔용!! 번호유출되면 안되니께!!
  • profile
    직진녀소피 2021.03.26 10:16
    to : 져니
    이거슨 데쟈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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