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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가 부러졌단다. 

아 순간 장면을 생각하니 뒷골이 오싹하고 어깨가 올라간다. 

 

 

까무잡잡한 피부.

사마귀같은 역 삼각형 얼굴. 

무뚝뚝한 남자 아이다. 

 

 

 

원래 보통 첫날은 어색하다. 

팔꿈치를 구부리고 펴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진땀이 난다.

 

 

“몇살 때 야구 시작했어?”

 

마스크 너머 들리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냥 소년의 목소리가 나온다.

 

“ 6학년때요.”

 

 

뻔하다.

초록색 베드에 누워서 우리가 하는 이야기는 

 

야구를 언제 시작했는지.

어쩌다 다쳤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어디에 사는지. 

롤 게임은 하는지. 

 

 

늘 대화는 정해져 있고 패턴화 되어 있다. 

난 그게 잘 못 되었다고 생각 하지 않다. 

어색한 이들과의 첫 만남과 두번째 만남은

그렇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려고

늘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뻔한 걸 물어 보면 된다.

 

그렇게 가까워지면, 우린 드디어 비밀을 나눌 수 있다.

비밀도 아닌 비밀을. 

모두가 듣고 있지만 마치 둘만의 비밀인 것처럼.

 

무뚝뚝한 아이는 함께 팔꿈치를 굽히고 펴는 시간이 길어 질 수록

날카로운 눈빛의 끝이 뭉뚝해졌다.

 

“엄마가 매일 데려다 주시잖아. 그럼 넌 차에서 뭐해?”

“저 그냥 핸드폰 해요.”

“그래? 엄마 참 심심하시겠다.”

“그런가?”

 

 

이런 대화가 오갔다.

 

“엄마는 2시간 넘게 너 기다리시는 동안 어디에 계셔?”

“몰라요.”

“응? 엄마가 뭘 하면서 널 기다리는지 모른다고?”

“네. 뭐 어디 가 있겠죠.”

 

나도 우리 엄마가

하루 종일 뭘 하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감히 주제 넘게 입을 열었다.

 

“너 이렇게 매일 데려다주시는데

어째 엄마가 뭘 하시는 안 궁금할 수가 있지?”

 

대답이 없고 팔꿈치를 계속 구부르고 펴기만 했다.

 

“있잖아. 엄마한테 데려다 주시는 거에 대해

고맙다는 말도 안하지?”

 

“네.”

 

“그럼 있잖아.

그런 말 하기 쑥스러우면

그냥 엄마 오늘은 나 기다리며 뭐 했어? 라고 묻기만 해봐.

그럼 엄마는 다 알걸 너 마음.”

 

 

나는 누구에게

고마움이나 감사함이나 미안함에 대해 가르치거나 알려줄 자격이 없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마음 숨겨 전달하지 못한다. 

그저 진심의 30%는 빼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해. 죄송합니다.를 한다.

 

 

그리고 다음날 만난 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엄마는 날이 좋으면 올림픽공원을 걷고 아니면 시장 보러 가요.”

“그래? 엄마랑 차에서 가면서 이야기 한거야?”

“네.”

 

그때부터였을까.

알수 없이 한층 가까워진것 같았다.

 

영화 고양이 보은에 나오는 고양이처럼

살며시 내 손등에 자신의 볼을 가볍게 부볐다.

 

이상했다. 

 

세상 따사로운 햇빛을 만지는 기분도 들고. 

병아리 솜털이 닿는 것 같기도 했다. 

 

그냥 그 시간만큼은

실장님 눈치도 안 보이고 이 공간이 참 편안했다. 

 

이젠 친해질만큼 친해졌다. 

롤 게임 승급전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가끔은 내 연애가 궁금해서 이것 저것 물어 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이제 곧 2주 뒤면 서로 웃으면 안녕할 시기가 오고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팔꿈치를 구부리며 질문하고 

팔꿈치를 펴며 대답을 듣고 있었다. 

그냥 흔한 하루 이야기를.

 

팔꿈치를 쭉펴기 위해 손 깍지를 끼고 있을 때였다.

 

 

“저는 가족들을 제외하고 손 잡아 본건 선생님이 처음이에요.”

 

뭔가 짠하고 찡한 감정과 함께 두근두근 거렸다.

누군가에게 ‘처음’이라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어떤 의도로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꽤나 좋고 즐거운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이차이가 15살 나는 한 여 선생님의 손이 따숩고 고맙게 남아. 

미래에 만날 상대방에게

나눠 줄수도 혹은 그걸 느껴 낼 수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rofile
    알프스 2021.02.04 00:09
    동정헌터의 따숩고 자애로운,,버전.
    따숩다 참...
    따숩네요.

    모솔님 따수운분이라고 고백하시네용 :)
  • profile
    모솔인척 2021.02.04 00:37
    to : 알프스
    알프스님 말 듣고 보니깐
    저는 사람들을 무지하게 싫어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인것 같기도 하네요 ㅋㅋㅋ

    저는 제가 참 정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 이렇게 마음이 가는 친구들에게는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ㅎㅎ
  • profile
    알프스 2021.02.04 00:42
    to : 모솔인척
    엇..저는 이 글을 보구요
    그래 모솔님 참 따수우시구나
    마져 따순분이셨지 하다가요

    '가끔 이렇게 마음이 가는 친구들에게는' 이란 문장에
    뒷걸음 총총총.

    그래도 따수운건 진짜 맞아요
    제가 느껴봤거든용>_<
  • profile
    모솔인척 2021.02.04 00:45
    to : 알프스
    '가끔 이렇게 마음이 가는 친구들에게는' 이란 문장에
    뒷걸음 총총총.


    잉? 이건 무슨 뜻인거죠??ㅠㅠ
  • profile
    알프스 2021.02.04 01:00
    to : 모솔인척
    막 들이대려다가
    마음이 드는 친구들 에 속해있지 않으려나
    삼보후퇴
    작전 상 후퇴했어용ㅋㅋㅋ
  • profile
    모솔인척 2021.02.04 01:16
    to : 알프스
    문이 닫혀 있는지 열려 있는지는
    문 앞에 도착해야 알 수 있으니.

    멋진 작전으로
    모솔이 마음의 '문' 한번 확인해보세요 ㅎㅎㅎ
  • profile
    알프스 2021.02.09 01:35
    to : 모솔인척
    그럼요 충분히 가치있는 작전이에요
    모솔님 요즘 글 많이많이 쓰셔서
    참 좋아요
    제가 읽지 못하는 글도 많이많이 쓰고 계시는거죠?
    무슨 계기가 있었을까 샘도 쫌 나용>_<
  • profile
    탐구생활 2021.02.04 10:11
    정마알 삭막한 도시 빌딩 사이를 뚫고 들어온
    한 줄기 햇살 같은 따수운 대화에 미소가 지어져요 :-)
  • profile
    모솔인척 2021.02.04 10:12
    to : 탐구생활
    어휴~
    탐생님의 가족분들의 대화에 비하면..
    이건 뭐 새발의 피죠 ㅋㅋㅋㅋ
  • profile
    밤비 2021.02.04 10:56
    이 놀라운 문장들을 모솔님과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꼭, 꼭, 꼬옥 보내주세요. 꼭.
  • profile
    모솔인척 2021.02.04 11:08
    to : 밤비
    히이잉 부끄러운데에에에~
    일단 한명한테 보여줘여겠어요>.<
  • profile
    브리 2021.03.01 22:08
    읽을수록 따뜻하고 보드라운 글....

    너무나 감동이에요..
  • profile
    모솔인척 2021.03.01 23:20
    to : 브리
    이친구랑은 이제
    곧 안녕이에요 ㅜㅜ

    힝 진짜 이친구때문에
    너무너무 행복하고 치유도 많이 받았는데 ㅜ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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