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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운전하다가 스마트폰으로 김창옥 교수 강연을 들었다.

 

Tvn ‘어쩌다 어른’ 시리즈였는데

부담 없는 교양 콘텐츠라서 종종 듣는 편이다.

 

그런데 김창옥 교수가 강연 중 뱉은 자기 고백 때문에

한순간 도로 전방을 주시하던 내 시선이 스마트폰으로 쏠렸다.

 

“저는 사람하고 싸울 거 같잖아요? 그럼 아예 말을 안 해버려요.

사실은 조금 싸우고 뭔가 좋아져야 될 게 있거든요.”

 

완전 나였다.

 

김창옥 교수는 이것을

어렸을 적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 때문에 생긴 증상이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나는 대체 어떤 문제 때문에??’

 

그래서 그날 집에 오자마자

연습장을 펼치고 내 어릴 적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았다.

아버지는 경찰 공무원, 어머니는 전업주부, 그리고 내 위로 누나 셋.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엄마는 어떻게든 생활력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한참 엄마의 사랑이 고팠던 시절에

엄마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나는

일찍 성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엄마는 당시 나에게 한없이 많은 사랑을 주었다.

 

나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며 ‘말 잘 듣는 아이’로 성장했고

그래서 결코 내 고집대로 내가 원하는 것을 엄마에게 관철할 수 없었다.

 

막내아들이었지만,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조르거나

내 주장대로 어느 것 하나 이룰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나에게 장난감을 사줬던 기억이… 솔직히 (거의) 없다.

 

그나마 몇 가지 장난감들은 특별한 날에 이모나 삼촌으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었다.

 

아빠는 일 때문에 주말이 없으셨고 누나들도 나를 챙겨줄 여력이 안 됐다.

 

나는 그때부터 내가 원하는 것을 발설하지 않았고

혹여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가족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내 사정을 봐줄 사람은 없었다.

 

자식 여럿을 키우는 엄마에게는 나름의 질서가 필요했고

누나가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그야말로 국물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수동적으로

상대방에게 나 자신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이 나이 먹어서까지 계속됐다.

 

그리고 사람 간에 갈등이 발생하면

부딪히고 해결하는 쪽보다 회피를 선택했다.

 

싸워봤자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없다는 속단 때문이었다.

 

그게 생각보다 참 쉽다.

 

단절해버리면 되니까.

 

문득, 내 주변 사람들을 두루 살펴보니

하나같이 다 온순했다.

 

불같은 성격이었던 지인들은

한 번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나서 대부분 연락이 끊겼다.

 

싸우는 게 싫다고 해서 무조건 피해버리면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냉철한 반성을 할 수 없다.

부딪혀야 나를 인지할 수 있는데 나는 허공 위를 계속 달려왔던 것이다.



이런 과거의 나를 인정하고 반성하기 위해 파도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현재 내가 만나야 할 사람 두 명이 있는데 

그 둘과 싸워서 어떻게 그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도 추후에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 profile
    모솔인척 2021.02.21 15:38
    저도 불화를 잘 안 만드는 편이에요.
    이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꽤 괜찮고 참 좋은 사람처럼 보이게 하지만
    사실은 저 편하고자 하는 짓이라.

    이타적인척 하는 이기주의자. 거든요.


    우리같은 사람은
    싸운다라는 표현보단
    상대방을 이해시켜본다 혹은 내 상황이나 생각을 전달한다.라고
    바꿔 생각하면 조금은 편해 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어제 와인 한잔 하면서
    제가 쫌.... 숨막혔던 이야기를 했어요.
    남자친구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나름 제 입장에서 느끼고 힘들고 불편하고 조금은 이해해줬음 하는 마음을요.ㅋㅋ
  • profile
    금선 2021.02.21 19:56
    to : 모솔인척
    정말 제 주변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사람 사이에 문제가 조금이라도 발생했을 때
    꼭 제대로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 같아요.

    서로의 입장 차이는 당연히 존재하므로...

    숨막히면 너무 힘들잖아요.
    말하지 않으면 모르더라고요.
  • profile
    선수 2021.02.21 17:30
    싸우기 싫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잘못한 것을 지적받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옳다 이 마음이, 제게는 있더라고요 ㅎㅎ

    어린시절 떼 한번 쓰지않고 부모님을 배려하던 아이들이
    커서도 유독 따듯하고 다른 이의 감정에도 잘 공감해주고 한데
    지적 받음 멘탈이 나가는거 같아요
    꾹꾹 참으며 산 것이 터지는 것 같다는요

    제 아는 동생하나는 길에서 떼쓰고 보채는 아이들 꼴을 유난히 못보겠다고 하더라고요 부아가 치민데요.
    내가 해보지 못한 걸 하는 것들이 미운 게지요 ㅎ

    착하게 살아온 나에 대해,
    더 많이 칭찬해주고 안아주고 그래야할것 같아요
    얌전해야만 했던 나를 토닥토닥 많이 안아주고..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요♡
  • profile
    금선 2021.02.21 19:59
    to : 선수
    아마도 나는 상대방을 위해서 배려를 먼저 했는데
    나에게 단점을 지적한다면
    배신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람 마음은 참... 에너지 보존 법칙 같네요..

    저는 스스로를 안아주고 칭찬하는 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선수님이 위로해주셔서 사실 너무 감사해요.

    파도에 글쓰고
    값진 위안을 받네요.
  • profile
    브리 2021.02.22 15:26
    금선님 글을 읽고 바로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 생각을 하느라 그리고 아직 그 생각들이 정리가 안 돼서 늦게 그리고 짧게 답니다.

    제가 사람들하고 아주 깊은 관계를 못 맺는 이유가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충돌후에 잃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ㅎㅎ.
  • profile
    금선 2021.02.22 20:39
    to : 브리
    브리님은 어찌하여 싸움을 피하고
    충돌 이후를 걱정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완전하고 안정적인 관계는 없는 것 같아서요.
  • profile
    브리 2021.02.24 21:30
    to : 금선
    금선님 ㅎㅎ 제가 지금 한 바닥 넘게 글을 썼다가 지웠어요.. 주저리주저리 겁나 길게 썼는데 지우고 다시 쓰려고요 .깊이 생각해 볼 주제라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일단 저도 왕 겁쟁이이고요.
    싫어요! 라는 말을 32세부터 할 수 있게 됐어요.
    어떻게 이걸 기억하냐면 제가 NO!!! 라는 말을 사람한테 처음 쓴 게 인도에서였거든요.
    가만히 있으면 인도애들이 그냥 와서 막 손 잡고 만지니까 저를 지키기 위해서 NO를 처음 써봤어요.

    제가 저의 기억의 퍼즐들을 좀 맞춰보고 다시 댓글을 달게요~
  • profile
    브리 2021.02.27 21:46
    to : 금선
    제가 상대방을 잃을까봐 겁나서 할 말을 제대로 못한 경우를 생각해봤어요.
    일단 제가 좋아했던 '남자들'이 저를 싫어할까봐 혹은 떠날까봐 제가 기분이 나빠도 할 말을 제대로 안 하고 삭였죠.
    상대방이 선을 넘는 행동을 해도 제대로 따지지 못했어요.

    이게 제가 고치고 싶은 부분 중 하나인데 상대방이 제 바운더리를 침해하는 행동을 한다는 걸
    꼭 뒷북 치듯이 나중에 알게 돼요.. ^^; 그래서 제 때 따져야 하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두 번째는 절친한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6년 동안 고시 1차에 매번 떨어지고
    저를 만날 때마다 늘 남의 얘기만 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이 두 지점에 대해 대화를 좀 하고 싶었는데 제가 용기가 안 나서 꽤 오랫동안 참았죠.
    그러던 어느 날 제가 날을 잡고 친구랑 삼겹살에 소주 곁들이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이제 로스쿨이나 대학원 혹은 다른 시험을 고려하는 건 어떻겠니,
    그리고 나는 00이 너의 얘기가 궁금하지 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는 궁금하지 않다 라고 얘기를 했더니

    본인이 그 공부를 계속 하고 싶은 이유와 저를 만날 때마다 타인의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솔직하게 얘기를 해 줘서 둘이서 잘 풀고 넘어갔던 일이 있습니다..

    역으로 최근에는 또 다른 친구가 제게 서운했던 지점을 솔직하게 말해줘서
    그 부분에 대한 오해를 푸느라 카페에서 오랫동안 대화를 했죠.

    금선님 글을 읽고 질문을 받고 저를 돌아보면서 느낀건데
    솔직하게 마음을 터 놓고 얘기하고 서로 가감없이 질문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참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의 질문을 받아준 친구와 또 제게 용기를 내서 본인이 서운했던 지점을 짚어주고 오해를 같이 풀고자
    시간을 냈던 두 친구가 아주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profile
    금선 2021.02.28 01:38
    to : 브리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할까봐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지 못하는 건
    옛날로 벗어두게요~

    그 가까운 두 친구는
    앞으로도 혹시 브리님과 문제가 생길 때
    천천히 대화로 풀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도 다시 생각하게 돼요.

    나는 과연 친구와 그런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내가 가진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있는지..
  • ?
    뉴라이프 2021.02.24 13:53
    저는 관계를 유지하려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론 싸운다는건
    부당함에 대해서나 나의 의견을 건내어서 어느정도 수용 되길 바라면서
    하는 경우가 많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해도 먹히지가 않는다면
    그땐 말 문을 닫아 버리곤 하는거 같아요.

    그렇다고 완전 닫을순 없더라고요. 같이 생활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크가 부딛히지 않는 선에서 건내는 대화가 전부가 되고 내면의 깊은 얘기는
    꺼낼 용기가 안생기더군요. 반복되는 일에 대해 지쳤다고 할수 있겠네요.

    서로 모르는 남이라면 다른 얘기가 되더라구요.
    좀더 싸움에 적극적이 되기도 하고, 또 전혀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가기도 하구요.

    그 배경이 회사 생활이라면 내가 더이상 견디기 힘들면 관계를 끊을수 밖에 없더군요.

    대화가 잘 되면 참 좋지만 서로 의견 충돌만 생긴다면 참 힘들더라구요.
  • profile
    금선 2021.02.28 01:40
    to : 뉴라이프
    공적인 관계는 친구와 정말 다른 거 같아요.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일이 아니면 볼 일이 없으니까요.

    반대로 저는 그래서 일을 하는 도중에는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다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일이 끝나고 다신 볼 일이 없으면
    그냥 냅둬버리죠.



    그 어떤 사람도 맞는 사람은 없고
    상대와 부딪히면서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 끊임없는 쌍방향 운동 속에서 살아가고 있네요! ㅎㅎㅎㅎ

섹스 상처. 섹스 서운해. 그가 미워. 다 말할래.

읽기 : '해적단' / 쓰기 :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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