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8 23:24

숨기는 나

조회 수 95 추천 수 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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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연히 벗꽃님이 쓰신 글을 보고 많이 울었어요.

가끔 사람들은 모두에게 당연히 아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엄마나 아빠 없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아빠에 대한 기억이 조금 남아있어서인지..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슬프고 그립지만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해야 될 때면 최선을 다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해요.

 

초등학생 때 저는 학교에서 꽤 주목받는 아이였고 저도 그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예쁘고 유명한 엄마 덕분에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어릴 땐 그런 것도 중요하니까요.

10살 때 까진 남부러울 것 없는, 아니 아예 남과 비교하는게 뭔지도 모르는 아이였어요.


11살에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그 무렵부터는 생각이 좀 많아진 것 같아요.

처음으로 남들처럼 평범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평범해지고 싶었고 더 이상 돋보이기 보다는 숨기고 싶었어요.

친구들 모두 아빠가 있는데, 나만 없고 나만 다른게 싫었어요.

어쩌면 저는 아빠가 돌아가신 그 사실보다 이게 더 슬펐던 걸 수도 있어요.

 

숨기고 싶은 동시에 여전히 주목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때부턴 뭐든지 더 열심히, 잘'했어요. 일부러 더 씩씩하게.

누가 아빠의 부재를 알게 되더라도 불쌍해하지 않도록 완벽해지고 싶었나봐요.

 

그 당시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누가 알게되면 저를 좋아하고 부러워하던 친구들이 저를 불쌍하게 생각할까봐요.

저를 많이 예뻐하셨던 담임선생님이 저를 위로하며 안쓰럽고 가엾게 여기는 그 슬픈 표정이,

어쩌면 너무 당연한 반응이었겠지만 저에겐 상처였던 것 같아요.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위로와 동정이 싫었어요.

 

그 때부터 저는 숨기기 달인이 되어갔어요.

13살 무렵부턴 누가 아버진 뭐하시냐고 물어보면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어요.

물어본 사람이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꼴도 보기 싫고,

혹시라도 어쩌다 돌아가셧냐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대답할 수가 없거든요.

저는 아빠가 정확히 왜 돌아가셨는지 몰라요.

어린 저에게 어른들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고,

이젠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누구한테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요.


어렵게 이야기 해봤자 아무리 가까운 사람인들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 거란 생각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 누구에게도 저의 모든 이야기를 풀어낼 수가 없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갔는데,

거기서 만난 치매를 앓는 할머니한테 처음으로 이야기 했어요.

아이로 돌아간 할머니는 어릴 적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했고

저는 그 할머니에게 귓속말로 저도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처음 만난 모르는 할머니, 심지어 정신이 온전치 않은 할머니 손을 잡고 같이 울었어요.

 

이렇게 저는 가까운 사람들을 속이고 모르는 사람에게만 진실을 잠깐 꺼내요.

저는 아직도 숨기고 싶은게 많아요.

  • profile
    모솔인척 2020.04.29 21:49
    저도 병원에서 일하면서
    친하게 지낸 인지장애가 있는 할머니가 계셨거든요.

    저도 이상하게
    그 할머니한테는 제 속내를 다 꺼내게 되더라고요.


    하아....
    그렇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 profile
    피어나 2020.04.30 12:11
    노랑님 저도 숨기기 달인이에요!!
    각자의 어떤 사연들 때문에 그 상처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서 숨기게 되나봐요.

    저는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나 사연 같은 것은
    그게 누구든 잘 털어놓는 편인데
    보여줬다가 상처를 받기도 하고....
    그 상처 때문에 저도 해적선에 털어놓게
    되는 것 같아요.
  • ?
    나나 2020.04.30 13:06
    저희 딸도 아빠.....
    있긴 있는데 못만나서 없거든요.....

    저는 근데 아빠 없음으로 인해
    나라에서 혜택 받는것들에 대해서
    애들한테

    "애들아 우리 아빠 없고 돈 없어가꾸
    나라이서 이거 해준대. 개이득 ㅋ.ㅋ"

    이런식으로 오두방정 철없음 마냥신남모드
    주입시켜놨는데
    나중에 아이들이 더 생각이 자라면
    이런 저를 원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거기까진 마음의 준비 못해놨는데..
    오늘부터 해놔야겠어요....
  • profile
    노랑 2020.05.01 14:37
    to : 나나
    상황이 좀 다른긴 하지만..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신 거라면
    정답이 아니었을지라도 딸이 엄마를 원망하진 않을 것 같아요!

    저희 엄마도 저에게 상황에 딱 맞는 최선의 말이나 행동을 해주시진 못했어요..
    엄마도 처음 겪는 상황이었고, 엄마도 어떻게 해야될지 몰랐을 것 같아요.

    제가 엄마가 되어서 같은 상황이라면 제 딸에게 어떻게 말 해야할지 정말 어렵고 힘들 것 같거든요..

    저는 6학년땐가 학교 선생님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통신문같은걸 엄마에게 갖다드리라고 했는데, 싫어서 안갖다드렸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선생님 전화를 받고선, 우리보다 더 어려운 친구 도와주시라고 했다고 말한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하니 아깝네요;

    저희 엄마는 저한테 힘든걸 많이 숨기신 것 같은데,
    나나님은 일부러라도 가볍게 꺼내보이시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게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정답은 모르겠지만ㅜ

    아무튼.. 제 생각엔 아이들이 생각이 더 자라면
    나나님을 원망하기보단 이해해줄 것 같아요.
  • ?
    벗꽃 2020.05.04 01:42
    노랑님이 아빠에 대해 고백을 먼저하셨다면
    저도 아마 울었을것 같아요..

    저도 아빠가 돌아가셔서 슬픈것보단
    살면서 문득문득 생각나게하는
    내겐 없다는것에 대해서 서럽고 슬펐던것같아요

    성인이 되니까 누군가 아빠의 존재를
    물어보는 일이 확실히 줄어들더라구요..
    그래서 좋긴한데..
    여전히 부족하고 숨기는 저인 상황은
    나아지지 않은채로 살아갔던것같아요..

    그렇지만 이제는 꽁꽁 숨지 말고
    채우길 노력해보아요~

섹스 상처. 섹스 서운해. 그가 미워. 다 말할래.

읽기 : '해적단' / 쓰기 :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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